쿠엘류는 히딩크와 다르다

2004-02-23 22:55:10, Hit : 2242, IP : 211.44.19.***

작성자 : 오마이뉴스
오만, 레바논전을 통해 본 대표팀 전술 분석

[오마이뉴스 김성진 기자] 쿠엘류는 4-2-3-1로 대표되는 조직적이며 빠른 패스가 주가 되는 자신만의 색깔을 나타내기 위해 지난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대표팀 소집의 어려움을 절실히 느끼며 제대로 된 훈련 한번 해보지 못한 채 경기에 나섰고 결과는 득점력 빈곤과 함께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으로 돌아왔다.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한 쿠엘류는 결국 월드컵을 통해 만들어 놓은 기본 바탕은 그대로 두고 그 위에 자신만의 색깔만 칠하기로 했다.

일부 축구팬들은 중앙에서 스리백을 지휘한 조병국을 제외하곤 월드컵 멤버들이 경기에 그대로 나왔기에 히딩크 시스템을 답습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쿠엘류 3-4-3과 히딩크 3-4-3은 같지 않으며 두 가지 다른 점을 볼 수 있다.

1. 공격의 중심은 박지성

▲ (그림1) 히딩크(좌)와 쿠엘류의 중앙 미드필더 운용  

ⓒ2004 김성진

히딩크의 3-4-3은 3-4-2-1로 세분화할 수 있을 정도로 두터운 미드필드진을 바탕으로 원톱의 득점에 의존한 반면 쿠엘류는 4명의 미드필더를 마름모 모양으로 배치, 다소 공격적인 형태로 구성했다.

쿠엘류는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횡으로 배치 앞에 위치한 미드필더에게 자유로이 움직이며 많은 공격을 이끌어내게끔 주문하는 대신 뒤에 배치한 미드필더에겐 앞에 있는 미드필더가 수비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공격 가담을 자제하며 상대의 역습을 차단하는 임무를 부여했다.

쿠엘류의 3-4-3을 굳이 비교한다면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즐겨 사용하는 3-3-1-3과 유사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쿠엘류는 박지성에게 수비보다는 스리톱을 받쳐줄 공격을 요구했고 박지성은 예의 그 왕성한 체력을 바탕으로 이를 충실히 행했다.

설기현-안정환-차두리의 스리톱은 유기적인 위치 변화로 상대 수비를 헤집었고 그 사이를 박지성이 파고들어 득점 기회를 만들거나 직접 슈팅을 하게 하는 식이었다.

또 박지성은 원톱 안정환의 좌우로 폭넓게 움직이며 윙포워드의 역할까지 해냈고 박지성의 이러한 공격 가담은 상대 수비에게 4명의 공격수가 한꺼번에 밀고 오는 듯한 인상을 주어 2경기에서 7골(자책골 2골 포함)을 기록하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2. 높아진 양날개 비중

▲ (그림2) 히딩크(좌)와 쿠엘류의 윙포워드(날개) 운용  

ⓒ2004 김성진

히딩크는 스리톱의 양날개를 원톱을 받혀주는 보조 역할로 운용한 것과 달리 쿠엘류는 공격시 양날개의 비중을 상대적으로 높였다고 볼 수 있다.

좌영표-우진섭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측면 플레이어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은 2000 시드니올림픽 대표팀부터 지난 월드컵까지 한국의 주 공격 루트는 어느 대표팀을 막론하고 좌우 윙백의 오버래핑이었다.

지금도 좌우 윙백을 맡는 이영표, 송종국에 대한 비중은 대단히 높다. 그러나 오만, 레바논전에서 쿠엘류는 양날개를 맡은 설기현, 차두리에게 측면에서 폭넓게 움직이고 그들을 받혀주는 윙백들과 콤비 플레이로 돌파할 것을 주문했다.

이들은 감독의 주문 대로 왕성한 체력을 자랑하며 거침없는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들을 측면으로 쏠리게 했고 이것은 결국 중앙에서 득점을 노리던 안정환, 박지성에게 득점 기회를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또 이들의 위치를 가리지 않는 폭넓은 움직임은 수비수들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을 끌어내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리베로를 두지 않은 대신 수비수들이 자유롭게 공격을 하도록 요구했으며 수비형 미드필더인 김남일에게 본연의 임무인 상대 공격의 일차적인 차단 뿐만 아니라 플레이메이커의 역할까지 부여해 그의 비중을 더욱 높인 것들이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 (그림3) 히딩크(좌)와 쿠엘류의 스리백 운용  

ⓒ2004 김성진

1년간 실험을 통한 시행착오 끝에 한국 축구 안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내기 시작한 쿠엘류. 앞으로 계속될 월드컵 예선을 통해 한국식 쿠엘류 축구를 완성시켜 오는 7월 아시안컵 본선에서 "이것이 쿠엘류 축구다" 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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