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축구전쟁의 역사 - 네덜란드와 영국 2

2003-04-18 00:40:27, Hit : 3222, IP : 211.187.21.***

작성자 : gogo
지난번 1부에 이은 2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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롭슨은 PSV에서 '영국적인' 선수들을 특히 아꼈다. 성실한 10대인 트반 헤스퍼스(Twan Scheepers)와 근육질의 수비수 스탄 팔크스(Stan Valckx)가 그들이다. 그는 스포팅 리스본(Sporting Lisbon)으로 옮기면서 팔크스도 데리고 갔는데 거기서 포르투갈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그에게 팀주장을 맡겼다. 롭슨은 스헤퍼스를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 "이 선수는 힘이 좋고 잘 달린다. 또 강력한 태클을 구사하며 욕심도 대단하다. 그의 눈을 보면 이걸 알 수 있다. " 롭슨이 좋아하는 자질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예술과 전쟁 두 분야 중 하나에서 자신들의 메타포(methphor)를 끌어낸다. 브라질 축구는 '삼바리듬'을 가졌고 영국축구에서는 '투지'를 찾을 수 있다는 식이다. 롭슨은 축구를 항상 전쟁에 비유한다. 그는 <올 플레이드 아웃 All Played Out>의 저자 피트데이비스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브라이언 롭슨(Bryan Robson)을 이렇게 평가했다. "당신은 그를 어느 참호에라도 투입할 수 있고 그는 공격의 최선봉에 설 겁니다. ...... 그는 '오, 하나님, 만일 내가 참호에서 고개를 삐죽 내밀었다간 머리에 구멍이 나겠죠'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는 '제발 공세를 전환하자'고 말할 겁니다." 테리부처(Terry Butcher)가 스퉤덴과의 시합에서 머리가 깨진채로 계속 경기를 하자 롭슨은 아주 기꺼워했다. "너희들 주장을 한번 봐. 테리의 투혼을 저버려선 안돼." 중간 휴식시간에 부처가 깨진 머리를 꿰매는 동안 롭슨은 다른 선수들에게 이런 요지의 훈시를 했다. 타블로이드판 신문들도 이 기사를 크게 보도했다. "우리의 피투성이 영웅 지휘자." 영국선수만이 머리가 깨진 채로 계속 경기에 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존재했다. 이것은 사실일지도 모른다. 네덜란드팀 주치의 프리츠 케슬의 설명을 들어보자. "축구노동자(work footballers)들은 화려한 기술을 자랑하는 선수들보다 고통을 훨씬 더 잘 참아냅니다. 기술 위주의 선수는 근육기관의 상호협조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 어렵죠. 마르코 판 바스텐을 예로 들어봅시다. 그는 통증이나 고통을 결코 참아내지 못합니다. 사소한 부상이라도 입으면 그는 더 이상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상태가 되어버리죠. 그 자신도 이 사실을 인정합니다." 영국선수 대다수는 '축구노동자'이기 때문에 머리가 깨져도 계속 시합할 수 있다. 롭슨과 같은 감독들은 그들의 근성을 숭배하며 계속해서 그런 선수들을 선발한다. 롭슨의 영국동료들이 롭슨보다 전쟁비유를 덜 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1993년 미국이 잉글랜드팀을 격파했을때 롭슨의 후임자 그레이엄 테일러는 언론과의 회견에서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전투를 하고 있습니다. 다함께 완강히 싸워야 할 전투 말입니다." 테일러가 크리스 와들보다 데이빗 배티를 선발하는 쪽으로 기운 것은 당연했다. 롭슨이 마지못해 가자를 투입하면서 했던 말을 상기해 보자. “우린 전적으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해. 자네가 그래주길 바라네.” 군인은 믿고 의지할 수 있지만 예술가는 그렇지 못하다.

PSV 선수들은 롭슨의 훈련방법을 놓고 끊임없이 불평했다. 롭슨은 ‘기능위주의 훈련(functional training)’을 신뢰했다. 이것은 움직임과 볼처리에서 건성으로 달리는 데 의존하는 연습방법이다. 군대에서 실탄없이 사격연습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미드필드 선수는 폭넓게 공을 배급한다. 수비수는 좌우 측면을 커버하고 공격수는 상대문전으로 쇄도해 헤딩을 시도한다. 하지만 이 모든 연습과정에서 대항진영은 전혀없다. 기능위주의 훈련이 의미있는 연습방법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선수들은 처음부터 롭슨을 탐탁지 않게 여겼기 때문에 이 방법을 내놓고 비웃었다. 아약스 감독 요한 크루이프도 선수들에게 새로운 방법-그가 시도한 새로운 방법이란 오페라 가수를 초빙해 선수들에게 호흡법을 가르치는 것이었다-을 시도했지만 그는 여전히 존경을 받았다. PSV에서 1년동안 롭슨을 보좌했던 덴마크인 프랑크 아르네슨(Frank Arnesen)이 한탄하듯 내뱉은 말을 들어보자. “시즌내내 빈정거림이 계속되었죠. 이 세상에 당할 자가 없는 화려한 경력의 감독인 보비롭슨을 말입니다! 아마도 네덜란드인들 사이에 내재된 특성같아요. 네덜란드인들의 관용정신은 정말 대단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들은 존경심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족속들이죠.”
선수들은 또 롭슨이 훈련을 너무 조금한다고 생각했다. 영국클럽들은 보통 1주일에 세 차례 경기를 하기 때문에 선수들은 약간의 가벼운 연습으로 몸을 푸는게 고작이다. 이런 식으로 하니까 영국선수들이 레이카르트의 수준높은 기술을 배울 기회가 없는 것 아니냐고 피트 데이비스가 묻자 롭슨도 이에 동의했다. 그러나 훈련이 무엇보다 중요한 네덜란드에서 롭슨은 자기방식을 바꿀 생각이 전혀 없었다. PSV에서 보낸 그의 첫 시즌은 거의 재앙이나 다른없었다. 두 경기를 남겨놓은 상황에서 PSV와 아약스는 리그우승을 놓고 막상막하의 경합을 벌였다. 남은 두 경기중 첫번째는 FC그로닝겐(FC Groningen)과의 원정경기였는데 힘든 시합이 될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롭슨은 선수들에게 휴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그들을 데리고 이스라엘에 가 며칠동안 해변휴양을 즐겼다. 휴식을 충분히 취한 선수들은 구리빛 피부가 되어 돌아왔고 시합에 임했지만 4대1로 졌다. 롭슨의 수비전술은 과연 그다운 것이었다.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입스위치에 있을 때 가끔 사용한 전술인데 거기 선수들은 이 전술을 아주 좋아했죠.” 그를 구한 것은 아약스였다. 그날 아약스도 한참 떨어지는 팀 SVV에 졌던 것이다. 그리고 다음주 PSV는 마침내 리그우승을 차지했다. 선수들은 전혀 감동하지 않았다. 최종경기가 끝나고 거행된 축하행사에서 그들은 총감독 플룩스마를 욕조에 빠뜨렸지만 롭슨은 건드리지도 않았다.
그가 네덜란드언론을 더 잘 이해했더라면 자기편을 더 늘릴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처음 네덜란드에 도착했을 때 그는 기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않기로 작정한 것 같았다. 그는 8년동안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을 지냈는데 PSV에서의 처음 1개월동안 축구에 대해서 누가 질문이라도 할라치면 이렇게 대답하곤 했다. “당신은 알바 아니오.” <풋볼 인터내셔널>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경멸조의 말을 내뱉었다. “잘 들어, 친구야. 영국감독이야말로 세계 최고라고.” 경기 후 갖게되는 기자간담회에서도 ‘최고의’ 시합이었다고 계속해서 주장하는게 고작이었다. 명백하게 아닐 때조차도 말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도 변화의 필요성을 이해했다. 그는 <월드 사커>와의 인터뷰에서 네덜란드 기자들은 “단순히 기삿거리만을 쫓는 사람들이라기보다는 축구를 심층적으로 보도하는 집단에 가깝다. 이곳 네덜란드에서 기자들은 모두 스스로를 조금씩은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결코 네덜란드의 전술에 동화되지는 않았다. “영국에서는 대개 4-4-2전술을 쓴다. 영국축구는 전술적으로 완벽하게 예측가능하다. 그러나 이곳 네덜란드에서는 어떤 곤란과 반대에 직면하게 될지 결코 알 수 없다.” 그가 <월드사커>에 털어놓은 말을 계속 들어보자. “전방에 한 명의 최전방 공격수가 배치된다. 그러다가 갑자기 두 명이 넓게 포진한다. 이런 식으로 전술변화가 무쌍하므로 상대팀은 시합중에 마크해야할 공격수도 없는데 중앙 후위에 두 명의 수비수를 왜 배치한 걸까 하고 자문하게 되는 것이다.” 롭슨은 자신이 없었던 것같다. PSV에서 그는 처음에 4-2-4를, 그 다음에는 4-3-3, 3-3-4, 5-2-3을, 그리고 4-4-2를 시도했다. “대형이 안착되지 못해 걱정입니다.” PSV가 여전히 무적이었던 롭슨의 두번째 시즌중에 총감독 플룩스마가 한 말이다. 그러던 중 롭슨이 병이 났고 아르네슨이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이제 PSV는 다시 갑작스럽게 4-2-4대형을 시도했다.
롭슨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PSV관리들은 방어적으로 되었다. 플룩스마는 <풋볼인터내셔널>에 이렇게 고백했다. “영입할 수 있는 인물이 별로 없었죠. 그래서 우리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봤습니다. 어떤 자질을 갖춘 감독을 찾고있는가. 규율, 경험, 존경심과 같은 가치가 당시 우리에게는 절실했습니다. 이런 기준을 바탕으로 영입할 수 있는 인물을 물색했죠.” PSV는 롭슨을 영입하기 전에 프란츠 베켄바워, 딕 아트포카트와 접촉해 의사를 타진했다. “롭슨이 전술적으로 그리고 다른 모든 측면에서 PSV에 적합한 인물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 걸 자문해보지는 않았어요. 해결해야 할 다른 긴급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롭슨과의 계약이 만료되기 몇 달 전 플룩스마는 네덜란드 기자들에게 비공개로 재계약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상태였다. 그런데 실제로 이 소식을 롭슨에게 전한 것은 <풋볼 인터내셔널>이었다. 그가 떠날 때 잡지는 그를 “호감이 가는 영국인”이었다고 평하며 롭슨이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많았다는 PSV대표 자크루츠(Jacques Ruts)의 말을 인용했다. “’그 일로 어려움이 많을 것 같아 걱정이야’라고 영국인이 말한다면 대다수 네덜란드 사람들은 이렇게 알아듣는다. ‘그 일을 하긴 하겠지만 문제가 많다’ 빌어먹을 가능성 따위는 집어치우자! 영국인은 자신은 전적으로 그 일에 반대한다는 것을 둘러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롭슨과 선수들 사이의 관계에 존재했던 그런 종류의 문제점들을 발견했다.” 하지만 PSV의 수비수 베리 판 아를러(Berry van Aerle)도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는 <니우 러뷔>에 이렇게 말했다. “롭슨은 괜찮은 사람이에요. 정말 괜찮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지난 2년동안 그가 내게 가르쳐준 거라곤 영어밖에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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