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발췌]히딩크 500일의 기록(정해성코치, 박용철기자)

2003-04-25 13:21:12, Hit : 3740, IP : 211.185.54.***

작성자 : 멀리서~~
▶ 책제목 : 히딩크 500일의 기록
▶ 지은이 : 정해성 코치, 박용철 기자 공저

(정해성 코치가 히딩크와 함께 생활하면서 쓴 생생한 기록을 박용철기자가 정리)

■ 책을 발췌하기 전...^^ ■

이 책의 특징은.. 완전 칼라라는 거..
그리고.. 중요한 글귀를 마치 하일라이트펜(형광펜)으로 줄쳐놓듯이..
그 글에 색을 입혀 놓았다는 것이에요..

역시.. 박항서코치님과 마찬가지로 정해성코치님도..
남일선수에 대해.. 다소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것 같네요..



남일선수 언급 부분을 발췌했습니다.


■ chaper2 히딩크의 사람들 ■

pp.62-66
김남일1
'내 월급에서 까라 그래요'



김남일은 히딩크 감독을 '아버지'라 부를 만하다.  남일이 친 아버지도 이해할거다.

사실 처음 그를 발굴한 사람은 핌 베어벡 코치다.  베어벡 코치와 나는 대표팀이 해산해 있을 때 프로경기를 자주 함께 보러 다녔는데 전남 드래곤즈의 경기도 그 중 하나였다.  나는 솔직히 올림픽대표 출신이라고 소개를 했지만 대표 선수로 발탁되기에는 약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베어벡 코치는 히딩크 감독을 만나 "한국 선수 중 보기 드문 스타일이다.  가능성이 있다." 며 적극 추천해 2001년 8월 네덜란드 체코 전지훈련을 앞두고 뒤늦게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  히딩크 감독의 본격적인 조련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베어벡 코치의 구체적인 추천 내용은 이랬다.
"상대 공격수를 교묘히 괴롭히고 몸싸움 능력도 뛰어나다"는 것.  대부분 한국 선수들은 스스로 미안해서 반칙도 적당히 하고 마는데 김남일은 상대의 반응과 상관없이 끝까지 집요하게 플레이를 방해하는 '더티 플레이'가 장점으로 꼽혔다.  이것은 선수의 성격과도 관계가 있다.

그의 장점이 가장 두드러진 경기는 지난 5월26일 프랑스전이었다.  끈질기게 슈퍼스타 지단을 괴롭혀 중간에 교체시키는 공을 세웠는데 다음날 지단의 부상이 심각하다고 알려지자 반응이 걸작이었다.
"내 연봉에서 치료비 까라 그래요."
평소의 거침없고, 여고생들의 표현처럼 '약간의 ㅆ ㅏ가지 얺는' 성격이 그대로 들어난 한마디였다.  나는 그 말에 웃고 말았지만 역시 그의 대담성이 치열한 주전경쟁에서 이기고 최고 인기선수가 된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한다.

2002년 6월 10일 월드컵 본선 미국전에서 이을용이 페널티킥을 실축한 뒤 보인 반응도 기상천외했다.  이날 밤 경기를 마치고 경주 현대 호텔로 돌아와 함께 버스에서 내리는데 숙소까지 따라온 방송 기자가 이을용의 실축에 대해 질문을 하자 전혀 엉뚱한 대답이 나왔다.
"욕을 좀 해줘야 해요." 평소에 둘이 절친하기는 하지만 위로의 말을 기대했던 방송기자도 깜짝 놀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사진1] 김남일은 이번 월드컵 최대의 스타로 떠올랐다.
(일간스포츠 사진인데요..많이 보던 사진인데..
김남일선수가 오른발로 강하게 공을 차는 클로우즈업 사진이고..
뒤에 폴란드 흑인선수가 거의 가려져 있는 사진입니다...
같이 찾아주세요..^^사진 찾는대로 올릴께요..)


김남일2
'히딩크, 나잡아 봐라.'


김남일은 내가 코치로 있었던 올림픽대표이기는 했지만 2000년 시드니 본선에는 가지 못했다.  당시 수비형 미드필더는 김도균 박지성이 붙박이 주전이었다.  그는 후보 정도에 머물며 올림픽대표팀을 오락가락했다.
그런데 남들과 좀 다른 점은 있었다.  비록 후보였지만 동료나 후배들은 언제나 그를 의식하고 행동을 했다. 이번 대표팀에서도 선수들이 그를 어려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말은 별로 없는 편이지만 무게가 실리고 가끔 엉뚱한 한마디로 동료들을 웃기곤했다.

또한 그는 히딩크 감독을 스스럼 없이 대하는 몇 안되는 선수 중 하나였다.
미니게임 등 훈련을 시작하기 직전에 감독이 선수들에게 공을 던져 주는데 그 순간 모든 선수들은 긴장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김남일은 감독에게 슬쩍 다가가 공을 툭 쳐 떨어뜨리고는 공을 몰고 가기 일쑤였다.  감독은 "나미리~"라며 호통을 치지만 미니게임을 그것으로 시작됐다.
감독은 김남일의 이런 행동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한국 선수 중 드물게 모험을 할 줄 아는 적극적인 사고를 가졌고 이 같은 사고가 창의적인 플레이로 연결된다고 보는 것 같았다. 일부러 보여주기 위해 튀는 행동을 하는 경우와는 다르게 그것은 그의 성격이었고 그래서 가볍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그가 주전을 확보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처음 대표팀에 뽑혀 치른 첫 경기가 2002면 8월 15일 체코 드로노비테라는 곳에서 시른 체코전이었다.
김남일은 수시로 공을 몰고 나가거나 패스를 하다 상데게 끊기는 바람에 위험한 순간을 자초하는 경우가 많았다.  두 번째 골은 김남일이 상대에게 헌납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나를 비롯한 코칭스태르들은 김남일을 교체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감독은 그를 90분 모두 뒤게 했다. 결과는 0:5 대패였다.
한국이 컨페더레이션스컵 프랑스전에서 0:5로 패한 뒤 체코전에서 꼭 같은 스코어로 대패를 당하자 히딩크 감독은 이때부터 한동안 '오대영'이란 별명으로 불려지게 되었다.  여기에는 김남일이 톡톡히 일조를 한 것이다. 그래도 감독은 체코전 후 "좋은 경험을 했다"며 오히려 그를  비롯한 선수들을 격려했다.

그 해 9월 6일 대표팀이 다시 소집됐는데 '잘려야 마땅했던' 김남일은 다시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팀의 핵심적인 선수로 쑥쑥 자라났다.
그리고 2002년 5월 제주도 전지 훈련 중 히딩크 감독은 "처음에는 얌전하고 순진하게 플레이 하던 김남일이 요즘은 필요한 어느 곳에나 가있는 '진공청소기' 같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게 됐다.
지난 포르투갈전이 끝난 뒤 김남일이 회복 훈련에 참가하지 않았다.  감독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  30이 넘은 노장 선수들을 쉬게 하는 것은 이해 할 수 있었지만 김남일은 의외였다.
그런데 "90분 동안 가장 많은 모싸움을 한 선수가 그"라며 "쉴 자격이 있다"는 설명이었다. 고개가 끄덕여졌다.

지도자가 선수의 장점을 파악한 뒤 그 장점을 끌어내기 위해 인내하고 교육하는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 대표적으로 보여준 예다.


[사진2] 선수들 개개인의 특성을 알고 장점을 끌어내 주었다.

나이스 포토방에서 이 사진을 찾았습니다. 감사..^^


■ chaper3 정해성 코치의 일기 ■
- 정해성 코치의 일기를 토대로 히딩크 감독의 언행을 시간대별로 재구성한 '히딩크 노트'

pp.136-138
싸움닭 같은 선수가 필요하다
2001년 8월9일

감독은 한국 대표팀을 맡으면서 가장 큰 고민을 선수들의 수동적인 자세로 꼽았다.
"카리스마를 가진 저돌적인 선수가 없다.  분위기를 살리는 리더가 없고 모두가 순한 양이다. 강팀만 만나면 지레 꼬리를 내린다.  축구의 생명이라는 플레이메이커 부재도 모두 그런 이유 때문이다."며 "한국이 기량을 한껏 발휘하기 위해 다비드(유벤투스) 같은 적극적이고 카리스마 강한 선수가 필요하다."


p. 165
김남일을 극찬하다
핀란드전(2:0승) 후  2002년 3월20일

"김남일이 정말 잘해줬다.  나도 깜짝 놀랐다. 국제경기경험이 그리 많지 않은 선수가 그 정도 했다면 대단한 것이다.  갑자기 성숙해진 느낌이다.  노련한 몸짓, 볼터치 등 나무랄 데가 없었다.  핀란드의 공격의 핵 리트마넨(리버풀 미드필더)이 왔다해도 저 정도의 기량과 스피드로 공격루트를 차단했다면 충분히 잡아냈을 것이다."

[사진3] 진공청소기 김남일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꽁꽁 묶는 수훈을 발휘했다.
(*발췌 주 : 폴란드 전 사진입니다. 폴란드의 19번 선수가 김남일선수 앞에 있고
김남일선수가 폴란드의 7번 선수의 앞에서 공을 차단하네요..)



p. 166
정신력이 매우 좋다
2002년 3월21일

정예 멤버들이 모여 호흡을 맞추면서 경기 내용도 점점 좋아진다. 20일에는 핀란드에 2:0으로 이겼다.
히딩크 감독에게 "우리 선수들은 한 경기를 잘 하고 나면 다음날 조금만 아파도 좋지 않다며 쉬는 선수들이 많이 나와 걱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감독은 "오히려 유럽 선수들은 이긴 다음날은 괜찮은데 지고 나면 아픈 선수들이 속출한다"고 설명하면서 큰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우리 선수들은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 첫 경기인 프랑스전에서 0:5로 진 뒤 오히려 남은 두 경기를 모두 이겼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 만큼 정신력이 뛰어나다."고 칭찬했다.

그리고 격렬한 경기를 하고 난 뒤에 나이가 많은 서누들은 이틀정도 모른체 하란다. 이들은 스스로를 컨트롤 할 수 있기 때문에 내버려 두는 게 오히려 본인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젊은 김남일도 쉬게 해 의아했다.  이부분에 대해서도 명쾌했다.
"어리지만 우리 팀에서 가장 몸싸움을 많이 하는 선수다.  피곤한 만큼 쉬게 해야 한다."
이미 우리 팀 내에서 김남일의 중요성을 잘 파악하고 있는 듯 하다.


p. 176
김남일은 진공청소기다.
2002년 5월 14일

"김남일은 미드필더진의 배큠 클리너(vacum cleaner:진공청소기) 같은 존재다. 그는 98년 네덜란드 대표팀 에드가 다비즈의 역할을 해야 한다."



■ chaper1 히딩크는 외계인? ■

pp.23-25
"정 코치가 분위기 다 망쳤잖아."

2001년 8월11일 네덜란드 전지훈련 기간 중이었다. 전날 네덜란드 2부 리그 RKC 발바이크와의 연습경기를 1:0으로 이긴 뒤 암스테르담 관광을 가기로 했다.
이 때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에게 복장 통일을 지시하면서 바지는 단복하의를, 상의는 자유롭게 입도록 했다.  상의를 단복 저고리인 양복을 착용하기에는 너무 더웠고 따로 통일된 옷가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날 아침 식사를 한 뒤 바로 떠나기로 했는데 김남일 이영표 이동국이 체육복 바지를 입고 나타났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내가 바로 그 자리에서 일어나 선수단 전체에 큰 소리로 호통을 쳤다.  당시 주장이던 강철이 다가와 "죄송하다."며 말리기도 했다.
처음 이 광경을 현장에서 지켜본 히딩크 감독은 두 눈이 동그래지며 놀란 표정을 지으며 앉아 있더니 휭하니 식당을 빠져나가 버렸다. 잠시후 전한진 통역을 통해 "강철이 말리지 않았으면 선수들을 때릴것 같은 분위기였다.  정코치가 팀 분위기를 다 망쳤다."며 몹시 불쾌하다고 전해왔다.

내가 그렇게 행동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당시에 선수단 분위기가 점점 흐트러지고 있었다.  네덜란드 전지훈련 중 현지 아마추어팀과의 경기에서 6:2로 이기고, 프로 2부 리그 팀과의 경기에서도 1:0으로 이겼기 때문인지 미팅이나 식사 시간에 늦게 나오는 선수들이 점점 눈에 띄었다.

이런 식으로는 선수들의 집중력이나 훈련 효과가 떨어질 것 같아 기회를 엿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복장 통일 지시를 어긴 선수들이 나타났고 타이밍을 놓칠 수 없어 바로 선수들을 질책한 것이다. 8월15일에는 체코와의 평가전도 앞두고 있는 시점이었다.

히읻크 감독에게는 그 소동 직후에 사정을 설명했다. "선수단의 분위기가 점점 해이해져 갔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자극을 주고 싶었다.  화가 나서 그런것은 아니었다.  다만 미리 감독에게 말을 못한것은 미안하다."
나의 설명을 들은 감독은 "그런 의도였다면 잘했다."며 등을 두드려주었다.  그렇지만 생전 처음 이런 광경을 목격했는지 히딩크 감독이 상당히 놀라기는 한것 같았다.

그 뒤에도..........


* 발췌 주
: 김남일선수가 네덜란드로 간 후.. 오랫만에.. 이 책을 다시 읽었는데..
  RKC 발바이크 가.. 저 당시에는 2부 리그팀이었나보네요..
  남일선수.. 왜 그랬어요..ㅋㅋ.. (다행.. 이영표 선수와 이동국 선수.. 같이 그랬으니..)
  그때도 역시.. 츄리닝 바지를 애용했던건가요?^^



멀리서~~
211.185.54.***
일간 스포츠에 나왔던.. 정해성코치의 연재기사였지만.. 책에 나온 내용이어서.. 다시 정리했습니다.^^ 2003-04-25
13:25:44

수정 삭제
월향이
211.197.120.***
캬캬... 정말 왜 그랬어요 남일선수... ㅎㅎ 뜬금없이 호통듣고 놀랐을듯..ㅎㅎ 2003-04-25
14:16:31

수정 삭제
구신
211.111.177.***
멀리서~님 감사합니다. 츄리닝사건은 첨 보는 거네요. 후후 경기때 얼마나 격력하게 하면 경기후 이틀이나 시체처럼 지낼까요...참으로 대단한 깡입니다. 우리 남일선수 2003-04-25
14:59:05

수정 삭제
...™
220.117.146.***
멀리서님 수고하신 덕분에 아주 잘 봤습니다...!!! 2003-04-25
19:4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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