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총수] 대~한민국 짝짝짝짝~!!!

2006-05-26 00:10:59, Hit : 4547, IP : 220.94.20.***

작성자 : 석이

음~!!!! 하하하... 지금까지 올린글 중에 최고로 긴 글이 아닌가 싶네요. 아마도 이걸 다 읽으려면 반나절은 족히 걸릴걸요-ㅁ-;;;;; 2002년 월드컵 당시에 딴지일보 총수가 직접쓴 글이지요. 읽었던 분들도 있을것 같긴 합니다만, 혹시라도 글을 접하지 못한 분들이 있으시면 그때를 회상하면서.... 그러기에는 좀 많이 길지요(강조!!!)

요즘도 보면 2002년 월드컵은 편파판정이니 홈 어드벤티지 운운하는 많은 사람들을 볼때마다 안습입니다. 뭐 하긴 이야기 해줘도 그런 생각이 바뀌지 않겠지만, 그럴때 마다 욱하는것은 어쩔수가 없더군요. 홈어드벤티지가 뭐 별건가요.

자기가 태어난 곳에서 홈 관중의 엄청난 응원... 이건 다른 나라도 당연히 있는거구만, 그 잘난 잉글랜드와 프랑스도 우승이 유일하게 자국대회란걸 잘 알면서 왜? 그래... 그렇다고 우리가 x웬 선수처럼 패털티박스 안에서 헐라우드 액션으로 PK를 얻었어. 아님 브라질과 벨기에 전에서 벨기에 선수가 찬 공이 골대를 넘어셨는데 무효 판정을 했어. (우리와 스페인전은 크로스 올릴떄 바로 부심이 기를 들었으니 상황이 틀림) 아니면 미국과 독일전에서 미국의 골이 무효화된것 처럼 그런 상황이 있었어. 일본에 대해서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도 않음

그런 의미에서 이때 딴지를 알고 있었던 전 축복 받은 축구 팬이였나 봅니다. ㅎㅎ 그럼 마음에 준비를 하시고.....^^ (딴지일보 기사라 언어가 조금 거친면이 있으니 미리 마음에 준비를...)






1. [대~한민국 짝짝짝짝] 이대빵이다 !


2002.6.05.수요일
딴지 스포추팀

솔직히 말하자.


일본이 아시아 축구의 미래를 위해, 공동개최국으로서 16강 함께 갔으면 좋겠다는 건, 우리도 함께 올라간다는 걸 철저히 전제하고서야 들 수'도' 있는 생각이다. 일본만 간다? 조또.. 그건 생각도 하기 싫은 거지. 묻지도 마.

아시아의 축구 미래? 그거 우리나라 살고 나서 그 다음이여. 우리 죽고 아시아 미래 떠벌리는 넘 있으면, 그 넘 미친 너ㅁ이여. 주댕이를 쎄려버려. 뭐 아직도 비이성적인 반일 감정이냐고? 웃기지 좀 마. 일본이 아니라 그 어떤 넘이랑 이런 파트너 모양새가 되었어도 마찬가지여. 나는 안 그렇다는 넘 있음 혼자 조용히 있어. 그런 거 함부로 발설하면 줘 터지는 수가 있어.

여하간, 그런 일본이 벨기에 이길까 봐 졸라 쫄았었다. 벨기에 이 씨뱅이들이 수비수가 더 많은데도 공격수를 엉뚱하게 놓쳐서는 골을 쳐먹는 걸 지켜보고 있자니, 슬그머니 저 넘들은 이기고 우리는 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드는 것이 영 불안했다.

결국 '우리 편' 벨기에가 동점골을 넣어줘서 경기는 비겨 끝나고 - 뭐 공동개최국이니 비기는 정도는 박수 아주 쎄게 쳐 줄 용의 있도다 - 그 다음 바로 우리 경기. 일본 니들은 이러는 우리한테 뭐 섭섭해 할 거 없다. 니들 모른다. 우리가 벌써 몇 십년 째 얼마나 속을 끓여 왔는지. 이것들이 니들은 몰라.

경기가 시작되기 전 속으로 다짐부터 했다.

그래 골을 먹더라도 너무 흥분하지는 말자. 이길 수도 있겠지만 비길 수도 있다. 축구가 어디 기분 가지고 이기는 건가. 상대는 동구의 강호 아닌가. 예전에 멕시코 쉽게 이긴다 어쩐다 하다가 1:3으로 깨졌쟎아.. 그런 게 한 두 번인가.. 현실은 냉정한 거다.. 우리만 죽자 사자 덤비나.. 상대도 죽자 사자 덤빈다.. 우리만 정신력으로 무장하나.. 상대도 아침마다 국가 듣는다쟎어..

그러다가 질 수도 있다.. 설혹 그렇게 되고 만다 하더라도 너무 실망하지는 말자.. 그렇더라도 히딩크 너무 미워하지 말자.. 그렇더라도 우리 대표 선수들.. 아주 조금만... 아주 조금만 욕하고 훨씬 더 많이 힘내라고 해주자..

최소한 이번에는 감독 탓, 선수 탓 하지말고 프로축구 리그 활성화를 더 떠들고, 더 많은 잔디구장을 짓자고 떠드는 걸로 결론을 보자...

그렇게 미리미리 충격 완충장치부터 마음 속 한 구석에 튼튼하게 낑궈뒀다. 왜냐고? 아 씨바... 도대체 이겨 봤어야 말이지... 이번에는 기필코 이길 거라 믿다가 뒤집어 진 게 어디 한 두 번 인가...

이 땅에 태어난 이후로 지켜봤던 모든 월드컵 본선에서 단 한 번도, 단 한 번도 이기는 꼬라지를 본 적이 없고, 그건 내 부모 대에서도 마찬가지 였다는데... 고기도 먹어 본 넘이 먹는다고 이겼으면 하는 바람이야 하늘을 찌르지만, 동시에 우리가 유럽넘을 상대로 월드컵 본선이라는 목숨 내놓고 하는 진검 승부에서 이길 수도 있다는 걸 받아들이는 것이 그렇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아 씨바.. 이겨 버렸다.


그것도 2 대 떡을 만들며 일방적으로 완승했다. 내내 조마조마하다가 종료 휘슬이 울리자.. 속에서 울컥 북받쳐 오르는 뭔가가 있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그 뭔가가 속에서 울컥울컥 사정하듯 밀려 나왔다. 그걸 애국심이란 구태의연한 단어로 누군가 표현한다면 본기자 졸라 화낼 거다.

그건 애국심이나 의무감 같은, 사회가 한 개체를 그 사회의 일원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 펼치게 되는 그 어떠한 종류의 의식적 교육이나 노력과도 무관한 것이다. 그건 모든 군집생활을 하는 생명체가, 그 종족의 보존을 위해 대대로 유전자 깊숙한 곳에 새겨 넣어둔, 집단적 생존본능 같은 거다.

나와 너라는 별개의 개체가 그 어떤 순간에 결국 같은 운명임을 절감하게 되고 그래서 거대한 하나의 생명 덩어리로 뭉쳐버리는 생명 본능.. 그 본능이 온 몸을 전율케 할만큼 강렬하게 솟구치고 있었던 거다..

이 거 지금 미국, 캐나다, 독일에 나가 있는 교포, 유학생들로부터 확인해보기로 하자. 그럼 조금 더 확실하게 느껴진다. 그게 뭔지..


미국에서 - 이경원 ( RascaL@hitel.net )

워낙에 축구에 관심들이 별로 없는 양키들이라 미국에서의 축구 중계는 목이 터져라 외쳐대는 꼴꼴꼴~~~ 같은 게 없습니다. 사실 지난 번 중계할 때는 너무나 차분하게 그냥 남자 하나 달랑 나와서

" 네 1번 선수 공 몰고 갑니다. 2번에게 패스합니다. 3번 슛합니다. 들어갔군요... "

이따우로 하더니만 이번엔 제법 준비들을 했나봅니다. 이름도 외우고. 두 사람이 나와서 얘기를 하는데 아무래도 미국넘 중엔 축구에 대한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선지 한 사람은 영국쪽에서 데리고 왔나봅니다.

태평양 너머에서 보는 축구 경기..는 한국에서와는 참 다릅니다. 골 찬스 때마다 옆집 앞집 온 동네에서 들려오는 탄성과 환호도 없이.. 그러나 응원하는 마음은 똑같습니다. 빨간 셔츠를 다려 입고 티비 앞에 앉았습니다. 붉은 악마 옷을 구하고 싶었는데.. 중국 지는 것 보고 일본 비기는 것 보면서 밤을 거의 꼬박 샜습니다. 잘할 수 있을까.. 잘해줘야 하는데...

티비에서 보이는 관중석 가득한 붉은 물결에 가슴이 뭉클합니다. 중계팀이 그러더군요. 그동안 조용한 경기 보다가 이제야 축구 보는 듯 하다고. 대단한 응원이라고.. 감탄을 연발합니다. 경기 초반 폴란드가 먼저 찬스를 잡을 때.. 그 불안한 마음이라니.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나아지는 우리 선수들. 첫 골이 멋지게 터졌습니다.

해설자의 영국 액센트때문에 캡션 기능을 켜놓았는데.. 하하.. 캡션에 황선홍선수를 Pong 이라고 했다가, Hong 이라고 했다가 Kwang 이라고 했다가 난리군요. 우리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서 중계하는 사람들까지 흥분하기 시작합니다.

영국산 해설자는 한국팀 경기를 세 번 봤었는데 같은 팀이라고 믿어지지 않는다고.. 정말 다르다고 감탄하고.. 미국산 캐스터는 미국팀 경기가 내심 불안한 모냥입니다. 우헤헤헤헤헤.

유상철 선수의 슛에 Beautiful 이란 말이 연발 나옵니다. 안정환 선수에 대한 칭찬도 엄청하는 군요. 히스패닉 채널을 같이 봤는데.. 말은 못 알아 듣지만 오바 엄청입니다. 골 들어갈 때 귀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멋지게.. 감격스럽게 경기가 끝나고 관중석을 계속 비쳐주더군요.

What a scene !!!!!!!! 이라는 중계팀들의 찬탄처럼 정말 정말 멋졌습니다.

고맙습니다. 잘 싸워준 우리 선수님들. 고맙습니다. 세계가 놀라도록 멋지게 응원해준 여러분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핑 돌만큼 자랑스럽습니다. 멀리서 양키와 흑인과 온갖 잡것들 사이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이 모든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고 자랑이 되는지 모릅니다.

미국과의 경기에서 또 한번의 감격을 주시리라 믿습니다.

캐나다에서 - 하완수 ( BANGSILE@hitel.net )

여기 시간으로는 새벽4시30분에 한국팀의 축구가 시작되기 때문에.. 아예 거의 모든 유학생들이 날밤 샐 각오로 이집저집 끼리끼리 모였습니다.. 드뎌..새벽 4시 30분이 되고..한국전이 시작하기 전부터 저희 집은..완전 광분의 도 가니였습니다..10명이 모여서 같이 축구를 봤는데.. 응원에 함성까지.. 제가 살고있는 곳이 아파트이고 개인의 사생활을 무엇보다 중요시 여기는 이곳 관 습상 조금 걱정도 되었지만.. 한국팀의 플레이에 이내 모든 걸 까먹어버리고 말았습 니다.

그리고 드뎌 기다리던 첫 골..

난리가 났습니다.. 여자애들 울듯이 소리치고 남자애들 방방 뛰면서 목청껏 소리지 르고 저도 제정신이 아니었죠... 여기가 밴쿠버라는 것도 잊어버린 체.. 한 10분이 지났나.. 갑자기 경찰차 한 대가 저희 아파트 앞을 서성거립니다.. 저희들 순간 긴장했습니다.. 혹시 우리 때문에.. 소란으로 경찰 출동하면 벌금 엄청 내야 합니다.. 하지만 경찰관은 다행히 저희를 발견하지 못한 듯 했고.. 그사이 전반전은 끝나고 후반전이 진행될 무렵.. 누가 문을 두드립니다..

문을 열어보니 경찰입니다.. 헉.. 다들 완전 쫄았습니다..

근데.. 경찰아저씨 너무 친절하게도 우리 오늘 한국 시합 있는 거 안다.. 그래도 조금 만 조용히 해달라.. 지금은 다들 자는 시간이다.. 이렇게 애기하고 웃고 그냥 가는 겁 니다.. 저도 미안하다고 애기하고 문을 닫으려는 순간 일이 터져버렸습니다.. 유상철이 두 번째 골을 넣은 겁니다..

다들 또 미쳐버렸습니다. 엄청난 고함소리... 경찰아저씨 가다가 다시 우리집 문을..이번에는 쾅쾅 두드리는 것입니다.. 너희들 지금 반항하는 거냐 뭔 짓이냐? 라고 화를 냅니다.. 전 방금 한국이 두번 째 골을 넣었다.. 그래서 다들 자기 조절이 불가능하다고 애기 했죠.. 그러니까.. 제발 조용히 하라고 하고 그냥 가더군요..

그리고 드뎌 후반전도 끝이 나고.. 여기 시간으로 새벽6시30분쯤 되었죠.. 근데.. 갑자기 밖이 떠들썩 한 겁니다.. 흥분을 참지 못한 몇몇 유학생들이 경찰에게 잡혀갈 각오 하고 태극기 들고 밴쿠 버 다운타운으로 뛰쳐나온 것입니다...

한 5명으로 시작된 무리들이 함성소리를 듣고 동참하는 한국유학생들 때문에 이내 100명이 넘는 큰 그룹으로 어우러 지기 시작했고. 정말 누구 하나 나오라고 권유 하지도 않았는데 앞 다투어 모여든 것입니다...

새벽 6시30분이 조금 넘은 시간.. 밴쿠버 다운타운은 '젊은 그대'를 합창하고'대한 민국'을 외치는 한국유학생들 때문에 엄청난 물결에 휩싸였습니다..

이 그룹이 한 30분이 지난 시간에는 약 200명 가까운 무리를 이루기 시작했고..그 중 에 차가 있는 이민자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클랙션을 누르며 박자를 맞추어 주었 고... 새벽의 이 엄청난 무리를 발견한 밴쿠버 경찰은 오히려 뒤쪽에서 저희를 따라와 주 면서 안전한 통행을 도와주었습니다..

새벽녘에 이런 무모한 행진을 거리에서 하는 데도 밴쿠버 경찰이 아무런 제지가 없었다는 거 이건 그만큼 저희들의 행진이 그들 에게도 어떤 자기네들이 느낄 수 없는 무언가를 전해주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아무리 멀리 있고 아무리 몸이 떨어져 있어도 우리는 하나라는 거 그리고 그럴수 밖 에 없는 한민족이라는 거 이 먼 밴쿠버에서 보고 느끼고 맘에 담게 되었습니다. 전 제가 한국 사람이라는 거 그리고 대한민국이 나의 조국이라는 게 너무 자랑스럽 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대표팀을 사랑합니다...




혹자는 폴란드가 공만 잡아도 우리 관중들이 야유했다고 우리관중이 너무 예의가 없다고 손님에게 예의를 차리자고 말하는 넘들도 있다. 지라ㄹ허고 있다. 그런 걸 홈관중의 열광적인 응원이라고 한다. 축구경기에서 상대팀에 야유한다고, 하루쯤은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미친 듯 환호하고 기뻐해도 모자라는 날에, 기분 잡치게 예의 운운하는 니가 진짜 예의 없는 넘이야 쨔샤. 꺼져 임마.

현지에서 여전히 전할 말들 있는 양반들 빨랑빨랑 본지에 멜 쏴주시기 바란다. 우리 전세계적으로 한 번 기분 내보자. 마지막으로, 이을용선수가 급소를 공으루 맞은 후 송재익 케스터가 했던 걱정스런 한마디..

"아직 아이가 없어요.."


를 어제 방송 3사 해설 중 최고의 멘트 봉하는 바이다. 일단 여기까지.







2. [월드컵] 우리는 강팀이다.


2002.6.15.토요일
딴지총수


처음부터 진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경기가 시작하자 가슴이 터질 듯하고 손꾸락은 떨리고 온 몸에서 땀이 났지만 처음부터 진다는 생각은 결코 들지 않았다.

왜냐.
우리는 강팀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아직도 믿지를 못한다. 우리가 강팀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그렇게 멋진 경기를 해서 유럽 5조 1위팀인 폴란드를 격파하고, 피파 랭킹 13 위의 미국과의 게임을 일방적으로 주도하고, 마침내 피파랭킹 5위의 포르투칼을 이겼는데 아직도 믿지를 못한다. 우리가 강팀이란 걸.

그래서, 핀투가 우리 박지성이를 유도 가위후리기 기술로 백어택해서 퇴장을 먹고, 후반에 또 한 명의 선수가 경고를 연속 먹어 퇴장을 당하자, 우리가 이긴 것이 우리 실력이 아니라 포르투칼이 퇴장 당했기 때문이라며 더럽고 비겁한 경기라고 하는 사람들 있다. 미친다.

퇴장 안 당하는 것도 실력이다. 첫 번째 태클은 호각을 불지 않았다면 그건 오히려 매우 불공평한 것이었고 - 우리도, 포르투칼도 아니어서 편파적일 필요가 없는 영국의 BBC에선 박지성에게 파울한 순간의 사진을 걸고 캡션을 이렇게 달았다.



' 핀토는 자신의 미친 듯한 행동에 대한 댓가를 지불했다'


- 두 번째 태글은 퇴장 당할 만큼은 아니지만, 엘로 카드를 받을 만큼이었다. 옐로 두 개 먹으면 퇴장인 건 우리가 그날 경기장에서 생각나서 만들어낸 만든 규칙이 아니라 FIFA가 수 십년 전에 만든 거다.

누가 엘로 하나 먹은 넘이 또 그 지라ㄹ하랬나. 포르투칼이 그렇게 옐로 카드를 무서워하지 않고 험하게 덤빈 건, 물론 경기도 격렬했지만 조별 예선에서 받은 옐로카드는 조별 예선에서만 누적되고 16강 전에서는 새로 카운팅 되기 때문에 마지막 경기로 경고 누적은 걱정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물론, 두 번째 건은 그 때 옐로카드를 줄 수도 있었고 주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건 심판의 재량인 건 맞다. 하지만 그 정도의 반칙에 옐로를 줬다고 그게 편파였나 하면 그건 전혀 아니올시다, 다. 그러니까, 심판은 편파적이었던 것이 아니라, 따지자면 매우 냉정했던 것이다. 기억하시라. 우리도 그 날 엘로 3개 먹었다는 걸.

그 퇴장은 포르투칼과 일본 언론들 - 포르투칼은 당연하다 쳐도 일본 이 넘들 얄밉다. 홈 어드벤티지라고 한다. 하긴 우리도 걔네가 실력으로 잘 했을 때도 깍아내리고 싶어 하지.. - 제외하곤 전세계 언론들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것이었다.

정말 편파적인 건, 퇴장 당할 짓 했는데도 퇴장 시키지 않는 거다. 우리가 홈팀이니 포르투칼 선수들이 우리 선수들 무릎이 뒤틀릴 만큼 백태클을 하는 데도 퇴장 시키지 말고, 까진 무릎 호호 불어주고 일으켜 세워서 이마 땀 닦아 줘야 만족하겠는가.

그렇게 스스로 더러운 게임이니 어쩌니 하는 건, 정의감도 아니고 페어플레이 정신도 아니고, 태어나 단 한 번도 이 정도 규모의 성공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질병처럼 마음 한구석에 지니고 사는 만성적 패배주의가 만들어내는 불안감의 역설적 발현이다.

이렇게 우리가 이기는 것이 맞는 건지.. 우리가 이렇게 강팀을, TV 에서나 보던 그 유명하다는 선수들을.. 우리보다 훨씬 잘한다는 이 팀을 이렇게 이겨도 되는 것인지.. 저 선수가 퇴장 당한 게 우리 실력으로 안되니까 심판 돈 먹여서 그런 거 아닌지.. 대구리가 이런 승리를 받아들이는데 익숙하지 않아서, 자기도 왜 그러는지 모르면서 나오는, 거부 반응들이다.

다시 한 번 말하고 싶다.

우린 강팀이다.

이길만 하니까 이긴 거다. 우리가 정당하게 페어플레이 해서 이긴 거 맞다. 그러니 우리가 비겁하게 승리를 뺏어낸 거라 생각하고 스스로 쪼그라들고 스스로 비아냥거리는 만성적 패배주의에 물든, 차분하기 짝이 없는 일부의 소심한 사람들아, 이제 제발 그만 차분해 하고 흥분해서 지라ㄹ발광을 하며 날뛰는 주변의 정상적인 인간들이랑 어깨동무하고 같이 마음껏 발광하길 바란다.

그래도 믿기지 않거든, 외국인들 시선 하나 알려 줄께. 인터넷에서 가장 큰 축구 전문사이트 중 하나인 Sccoerage에서는 경기 끝난 직후 Best 와 Worst로 선수평점을 매긴다. 거기서 이번 경기 후 Best와 Worst는 이렇게 나온다.


Best

"도대체 누굴 뽑아야 하나. 모든 한국 선수들이 그들의 이룬 성취와 그들을 흠모하는 팬들의 넘치는 찬사를 받을, 완전한 자격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루이스 피구를 완벽하게 마크했던 송종국이 내 생각엔 Best가 아니었나 한다. 최진철도 실수 없이 돋보이는 선수였고".

Worst?

"도대체 이런 성과를 거둔 한국팀에서 비난할 선수가 누군가. 이운재가 가장 조용한 경기를 했다. 그렇지만 그건 비판이 아니고... "

알겠는가. 이제 그만 패배주의는 찌그러져 주시면 고맙겠다.

그리고, 피구가 우니까 포르투칼이 불쌍하다.. 얄미운 미국을 떨어뜨리기 위해 일부러 한 골 먹어줬어야 했다.. 포르투칼이 떨어지면 유럽에서 월드컵 관심 떨어진다.. 하는 소리도 이제 그만하자.

그 마음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포르투칼 선수들을 불쌍해 하는 건 포르투칼 국민들에게 맡겨두시라. 그렇다고 포르투칼 선수들이 우리 관중들에게 계란으로 얻어맞았나, 우리 선수들이 포르투칼 선수들에게 침을 뱉고 조슬 걷어차고 불알을 쥐고 흔들며 괴롭혔나. 우린 정당하게 경기했다. 포르투칼 선수들에게는 잘 가라고 곱게 손이나 흔들어주자. 그러게 누가 그 못하는 미국한테 지래.

포르투칼, 한국팀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을 때 그랬었다. 한국에 대해 아는 것 없습니다.. 세계 5위에게 세계 40위는 그냥 1승의 제물이었겠지만, 하여튼 씨바ㄹ넘.. 개막 바로 직전에야 한국에 도착하고, 감독조차 한국에 대해 데이타가 없다고 했던 그들의 오만.. 포르투칼은 스스로에게서 패인을 찾아야 한다.

왜 멋지게 잘 뛴 우리가 스스로를 탓하나. 상대가 포르투칼이 아니라 방글라데시였어도 그런 찝찝함이 들었겠는가. 좋은 선수들이 좋은 경길 하는 모습을 더 보고 싶어하는 거야 그럴 수 있지만, 우리가 그렇게 강팀을 그냥 이길 리 없다고 스스로를 믿지 못해 스스로를 깍아내리는 거 이젠 하지 마시라. 우린 강팀이다.

하석주가 빽태클해서 퇴장 당해 통한의 역전패를 당하고, 이제 그 정도 골 넣었으면 됐건만 계속해서 숨 쉴 틈없이 몰아 부치는 네델란드에게 오대떡으로 비참하게 깨지고, 그리고는 차범근 중간에 한국으로 쫓겨왔다. 이미 탈락했는데도 대구리에서 피 흘리며 육탄방어 하던 우리 선수들을 참담한 심정으로 지켜보던 거.. 그렇게 눈물을 흘려야 했던 벨기에전.. 그거 기억들 하시는가. 그 슬픔을 누가 대신해줬나. 다 우리가 껴안았다.

폴란드가 이미 탈락했으니 대충대충 할거라고 하던 축구 전문가 타이틀 건 자슥들아 다 나가 뒈져라. 이건 월드컵이다. 월드컵에서 대충은 없다. 여기 한 번 나오려고 수 십년을 목숨 걸고 축구공 꽁무니 쫓아 뛰댕기는 국가가 도대체 몇 인가. 우리가 1승 한 번 하려고 거의 50년을 뛰었다. 벌써 잊었나.

아직 단 한 번도 월드컵에 진출해보지 못한 국가가 100개국이 넘는다. 필리핀이 월드컵 언제 진출할 것 같은가. 사상 초유의 강팀이라며 16강 어쩌고 저쩌고 하던 12억 인구의 중국이 월드컵에 나와서 무득점에 무참하게 박살 나는 거 못 봤나. 폴란드 봐라, 16강하고 아무 상관없는 게임에 목숨 거는 거. 이건 월드컵이다.

강팀과 대등한 경기 펼쳐.. 분루를 삼키고.. 유소년을 육성해야.. 4년 후를 기약해.. 이 소리, 정말 지겹게 듣지 않았던가. 기약했다던 4년 후는 항상 똑같았다. 그렇게 수 십년을 했다. 그러다 이제야 그 기약했던 날이 왔다.

더구나, 세계 5위를 꺾으면서. 혼신의 노력을 다해 페어플레이 해서 얻어낸 이 승리에 가슴이 터져라 기뻐해도 정당하다. 미국이니 포르투칼이니 유럽의 월드컵 관심이니 다른 건 다 잊어버려라. 다만 몇 일이라도, 우리가 우리 힘으로 얻어낸 이 자랑스러운 대성공을 마음껏 만끽해라. 다음 월드컵에 16강 간다고 이만큼 기쁘겠는가. 이건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겐 행운이자, 다시 오지 않을 기회다. 
 

대한국민이여, 승리를 만끽하라.

그리고 잊지마라,

우리는 강팀이다 !



 


 - 박지성이 골 넣고 히딩크에게 달겨가 아빠에게
안기는 것처럼 덥썩 안기는 장면을 보고...
씨바 쪽 팔리게 눈물이 질질 흘러버린
딴지총수 ( chongsu@ddanzi.com )







3. [월드컵] 우리는 강팀이라니까


2002.6.19.수요일
월드컵 취재팀



1. 토티




우선 이 이야기부터 하자. 찝찝함을 털어버리기 위해.

솔직히 말하자. 우리에겐 약간의 운도 따랐다. 이천수가 그 유명한 말디니 뒷통수를 냅다 갈겨 버린 걸 - 속으론 통쾌했다만 - 고의는 아니더라도 심판이 못 본 거, 그런 거 작은 운이 아니고 뭔가. 또, 토티가 막판에 그런 짓 한 거, 그거 우리에게 운이 아니고 뭔가. 물론 그게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변수는 아니었으나 적어도 선수들에게 심리적인 영향은 줬을 게다. 토티의 행동을 심판이 헐리우드 액션으로 해석한 건 우리에게 분명 운이었다.

슬로우 모션으로 여러 각도에서 다시 보자면 송종국이 패널티를 받을 상황이 아닌 건 명백했지만, 토티의 자빠짐이 헐리우드 액션으로 해석될 소지도 있었고, 또 아닐 수도 있었다. 그 장면만 놓고 냉정하게 따져 본다면 그냥 둘 다 털고 일어나 게임 계속해 자슥들아.. 하는 게 가장 정확한 답일게다. 그런데 토티의 다음 액션이 문제였다. 그는 공을 잡고 항의하며 일어섰다. 패널티킥이라는 거다.

사실 그가 그냥 일어섰다면 아마 게임은 그냥 진행되었을 게다. 그러나 그는 공을 쥐고 일어선다. 바로 이 포인트에서 그는 경고를 먹게 되고,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한다. 이게 왜 경고인가. 우선, 이태리 선수들은 경기 전체를 통해 심판에게 신뢰를 잃고 있었다는 점을 먼저 염두에 둬야 한다. 에콰도르의 Byron Moreno 주심은 게임 후 AFP와 이런 인터뷰를 한다.


이탈리아에선 "심판을 매수했다"는 얘기가 돌 정도로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 반박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한국이 개최국이라는 사실을 잊고 게임을 진행하였다. 진행 도중에 한국에 단 1%의 어드밴티지도 없었다는 것은 확신한다. 패배한 팀의 심판판정에 대한 불만은 어느 게임에서나 있어 왔던 문제다.

경기를 운영하는데 특별한 문제는 없었나?

- 대체로 원활한 진행을 한 것 같다. 다만 이탈리아 선수들이 반칙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남발해서 당황스러웠다. 이탈리아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를 제재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심판은 토티의 그 행동을, 경기 내내 이태리 선수들의 플레이 경향으로 봤을 때 패널티킥을 유도하기 위한 헐리우드 액션으로 봤던 거다. 그러니, 토티가 퇴장 당한 건 이태리 선수들의 자업자득이다. 패널티킥을 줄만한 상황이 아닌데 공을 잡으며 바로 패널티킥을 요구하자, 히바우도가 터키전에서 헐리우드 액션한 것과 마찬가지의 맥락으로 봤던 거다. 그래서 경고 하나 먹였다. 그 결과 경고 누적으로 퇴장이고. 피파가 올해 신설한 규정에 따르면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의 헐리우드 액션은 옐로가 아니라 바로 퇴장까지 줄 수 있도록 엄격하게 적용하라고 요구하고 있고.

그리고 잘 모르는 사실 하나 더. 이번 월드컵 경기장엔 피파 규정에 의해 21대의 카메라를 설치하고 그 중 한 대가 심판을 따라 다니도록 되어 있다. 경기가 끝나면 피파 위원회는 그 비디오를 분석해 심판들을 엄정하게 평가하고 점수를 매긴다. 그래서 이번 대회 들어 심판들은 피파가 불라고 되어 있는 반칙은 어김없이 불어 버린다. 나쁜 점수 받지 않으려고. 이번 대회에서 다른 대회에 비해 패널티킥이 훨씬 많은 이유도 바로 그래서이다. 규정에 어긋난다 싶으면 여지없이 불어 버린다.

다른 예를 들 것도 없이 전쟁을 방불케 했던 빅게임, 잉글랜드-아르헨티나전이 결국 패널티킥으로 끝났다는 걸 떠올려 보시라. 그런 경기에서 패널티를 선언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만약 편파적인 것처럼 보이는 판정이 나온다면 그건 심판이 인간인 이상 어쩔 수 없는 저지르게 되는 실수에 불과하다. 그렇게 해서 불리한 판정을 받는다면 그건 받는 쪽이 운이 없는 거고.

그러나.

우리가 그렇게 운이 있었다.. 라고만 하고 이야기를 맺어버리면 사실 우리에게 불공평하다. 공정하게 말하자면, 최소한 옐로를 먹었어야 마땅했을 수많은 이태리의 반칙들도 함께 언급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누적된 경고로 벌써 경기 중 한 두 명은 퇴장 되었어야 했을 이태리의 플레이도 언급해야 한다는 말이다.

패배에 익숙한 우리는, 이태리 같은 강팀을 그냥 이길 리 없다 생각하는 우리는, 우리 두 눈으로 보고도 항상 그 상황을 외국의 시선으로 검증 받아야 그제서야 마음이 놓이는 우리는... 우리가 저지른 반칙만 생각한다. 우리 선수들이 채이고 맞고 걸려 나자빠지는 건 왜 억울하게 생각하지 않나.


반칙과 시뮬레이션으로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이태리의 세리에 A 리그에서 단련된 이태리 선수들이 우리 선수들을 윽 소리 나게 자빠뜨리는 거친 반칙을 해대고 자기들이 넘어질 때는 그냥 넘어져도 크게 비명을 지르고 있었음에도 그걸 반칙으로 불지 않는 심판에게는 왜 불공평하다 주장하지 않나. 이 소심한 사람들아. 그렇게 거칠게 군 이태리 보다 오히려 우리가 더 많은 수의 반칙을 더 먹었다는 걸 아는가.

98년 하석주가 퇴장 당한 걸 떠올려 보라.

우리는 그 하석주의 퇴장 이후 하석주의 백태클보다 훨씬 심한 태클임에도 퇴장은커녕 경고도 받지 않는 무수한 태클을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봤다. 하지만 우리가 언제 패배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적이 있었던가.

우린 그저 우리가 재수가 없이 시범 케이스로 걸렸고.. 피파에서 이번 월드컵에선 백태클 규정을 엄하게 적용할 것이라고 미리 경고했는데 차범근이 선수들에게 시합 전에 충분히 명심 시키지 못했다고.. 그렇게 받아들이고 우리끼리만 지지고 볶았다. 우리가 어디 심판 판정에 억울하다고 제대로 항의라도 한 번 하고, 지금 이태리가 지라ㄹ하듯 제대로 지라ㄹ이라도 한 번 떨어봤나. 우린 그저 우리가 잘못했거니.. 그냥 찌그러졌다.

근데 이번 월드컵에선 피파가 헐리우드 액션, 피파 공식 용어로 시뮬레이션 - 축구 좀 좋아한다는 친구들은 이 행위를 다이빙한다고 할 때 그 '다이브'라고 한다. 멀쩡하게 지 혼자 땅에 다이빙하듯 자빠진다 이거다 - 행위에 대해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올해 3월 28일 일본 도쿄 켄벤션센터에서 열렸던 워크숍에서 피파는 지난 프랑스 대회에서의 백태클을 엄격 적용했는데 이번엔 새로운 규정을 신설해 엄격히 적용하겠다고 했고. 그게 바로 시뮬레이션이다.

우리가 퇴장 먹었을 땐 우리끼리 피파 규정을 숙지를 못했네 어쩌네 하며 자학하더니 이번엔 왜 이태리더러 피파 규정 뒤져보라고 당당하게 못하나. 왜 이번에도 우리끼리 쫄아서 궁시렁거리고들 있는가. 게다가 이태리 자슥들이 지금 뭐라 하는 것이 그게 우리더러 뭐라 하는 건가. 아니다. 걔네들 지금 열나게 피파보고 뭐라 하고, 또 심판보고 뭐라 하고 있다. 근데 왜 우리끼리 구석에 모여 궁시렁궁시렁 거리고 있는 건가. 이태리가 화낸다고 그래서 이태리 가서 심판 대신 사과하고 올까.

이러지들 마시라 제발. 왜 이렇게들 당당하게 우리 승리를 받아들이지 못하나. 그래, 우리가 운이 좀 좋았다고 쳐보자. 그래서? 운이 있었다는 게 죄라도 되나. 겨우 그 정도 운에도 뭘 그렇게 두리번거리고 있는가. 차라리 토티의 퇴장이 없었더라면 우리가 훨씬 시원하게 승리했을 텐데 하며 아쉬워하는 사람들, 이해는 간다. 하지만, 시뮬레이션 규정을 우리가 만들었나. 왜 우리가 우리끼리 쪼그라드는 건가.

이태리가 뭐라고 하건 신경 끄자. 열 받고 흥분하지도 말자. 그냥 냅두자. 그들은 지금 세계 40위에 졌다는 것에 대한 변명거리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니 이태리가 뭐라든 흥분 할 거 없다. 게다가 이 앞의 경기에서 몇 개의 골을 오프사이드라고 판정 받아 잔뜩 약이 올라 있었다지 않은가. 이태리의 대응은 세계 여론의 비아냥을 이미 충분히 받고 있으니 그냥 냅두고 우리는 다음 시합이나 준비하자. 그렇게 억울하면 전후반 90분 동안 두 골 넣지 그랬어. 자슥들.

그리고, 지난 번 포르투칼전부터 계속해서 우리는 편파 판정으로 올라갔다느니, 우리가 올라가면 월드컵 수준이 낮아졌다고 세계 비웃음을 사지 않겠느니 하며 스스로 쪼그라든 사람들아. 오늘 자 시드니 모닝 헤럴드지의 월드컵 기사 첫 머리가 이렇게 시작한단다.

It's official. This is the greatest World Cup ever. South Korea have made sure of that.


제발 못난 짓 좀 그만 해라. 나중에 본지가 이태리 넘들이 왜 그렇게 날뛰는 건지 아주 상세하게 밝혀줄테니, 지금은 우리의 자랑스런 선수들이 만들어 낸 이 믿기지 않는 기적 같은 승리나 최대한 만끽하자. 이런 건 우리 세대가 죽을 때까지 다시 오기 힘든 기회다. 그리고 스페인전이나 준비하자.

니네들 그럴 거면 우리 시합 보지마 이 색히들아. 밥맛 떨어진다.

대~한민국 !



2. 비에리


28년 만에 나간 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마주쳤던 세기의 천재 마라도나, 94년 미국 월드컵 우리와의 경기에서 전반에만 2골을 뽑아냈던 독일 최고의 스트라이커 클리스만, 그리고 가까이는 98년 프랑스에서 우리를 오대떡으로 깨버렸던 네델란드를 상징하는 스트라이커 베르캄프... 이들 당대의 세계적 선수들과 우리 선수들이 맞서 그들의 플레이에 일방적으로 밀릴 때도 결코 이런 느낌은 아니었었다.

비에리. 이 넘은 공포감이 들게 했다.

헤비급 복서이기도 했다는 이 넘은 그저 그 자리에 버티고 서 있는 자체만으로도 그 주변 힘의 균형이 일그러지는 게 전해지는 것 같았고, 그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우리 수비수들은 그와 부딪혀 넘어지는 게 아니라 튕겨져 나갔다. 비에리가 붕 날아서 우리의 최진철을 튕겨내 버리며 그물이 찢어져라 헤딩 골을 박아 넣었을 때, 한편으로는 땅이 꺼질 듯 했지만, 또 한 편으로는 전율이 전신을 타고 흘렀다.

  

이 새끼 진짜 쎄구나..

  
이런.. 무슨 짐승 같은 넘을 상대로 우리 선수들이 싸워야 하는구나.. 이 넘들 진짜 강팀이구나.. 피가 끓는다.. 그래, 씨바 강팀이랑 싸워서 이기든 지든 해야, 그래야 월드컵이지.. 이게 무슨 박스컵인가.. 그래 월드컵엔 강팀이 어울린다..

이번 월드컵 지역 예선에 참가한 국가 수가 198개국. 그걸 4년 동안 전세계에서 걸러내 어제까지 190개 나라가 떨어져 나갔다. 190개국 떨구고 8개국만 남기는 진검승부에서 약팀이랑 붙는 건 성이 안 찬다. 일본넘들이 대진운 어쩌고 하며 좋았을 때부터 하나도 부럽지 않았다.

우리가 진정 얼마나 강팀인가는 강팀과 붙어야 판가름 난다. 16강, 8강은 그 승부의 결과일 뿐. 우리가 얼마나 강한지 정말 확인해 보고 싶지 않은가. 이런 쎈넘들이랑 정면으로 붙어서, 그래서 박 터지게 싸워보지도 못하는 건 도대체가 성이 안 찬다.

그래서 난 이 쎈 넘들을 보며 흥분했다. 이놈들 쎄구나.. 이런 쎈 넘들이랑 대구리 터지게 싸워 진다면.. 그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 바라는 건 한 가지. 져도 좋다.. 다만, 우리 선수들이여 그대들이 플레이를 보여다오. 가진 걸 다 쏟아 부었는데.. 그래도 실력차로 이기지 못하면 그건 할 수 없다.. 그러나, 상대가 무려 '이태리'라고 심리적으로 위축되거나 기가 죽어서.. 그래서 지지만 말아다오..

미친 듯한 90분이 지나고, 다시 연장도 한참이 흘렀다 싶었던 어느 순간.. 골든볼이 터졌다. 그리고, 문뜩 그라운드에 뻗어있는 비에리를 봤다.

우리가 저 새끼를 KO시켰단 말인가.. 저 쎈 넘을.. 믿기지가 않았다..

아.. 씨바.. 우리는 강팀이다..



3. 히딩크




후반 18분 황선홍이 교체될 때만 해도, 그래 아무래도 안정환이 패널티킥을 실축하고 마음의 부담을 걷어내지 못해 자꾸 슛이 뜨니까 안정환과 교체하는 거구나.. 했었다. 아마 누구나 그렇게 생각했을 게다. 그런데 김태영이 빠졌다.

음.. 김태영이가 코가 터져 막고 뛰던데.. 생각보다 심각한가 보군. 그런데 김태영을 빼면.. 대충 이민성.. 최성용 또는 이을용..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정신 없어서 그냥 넘어갔다.

그런 다음, 김남일이 발목을 접질려 쓰러지면서 아.. 큰일 났다.. 저 깡다구를 누가 대체하나.. 수비형 미드필더라면.. 그렇다면..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이천수가 나왔다. 옴매. 하긴 히딩크 축구는 토탈사커 멀티 플레이어를 지향하지.. 누구나 두 세 가지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고 했지.. 이천수가 그 역할도 되나 보다.. 그런데.. 마지막 선수교체 사인이 나온다. 번호를 보니 홍명보다. 그리고, 차두리를 넣는다.

악..

순간적으로 소름이 끼쳤다.




저 순간에 홍명보를 빼다니. 최근 10년간 홍명보가 뛴 대표팀 경기에서 후반 10분도 안 남기고 지고 있는데 부상당한 것도 아닌 멀쩡한 홍명보를 뺀 경기를 혹시 본 적 있으신가. 단언하건 데 없다. 아니 부상이 아닌 홍명보를 넣었다가 뺀 경기 자체가 사실은 기억에 없다. 이로써, 부상당했다는 최용수를 제외하고 우리가 가진 스트라이커들은 전부 다 집어넣었다.

설기현, 황선홍, 안정환, 이천수, 차두리. 이 선수들 전부가 한 경기에 뛰는 걸 본 적 있는가. 이 선수들이 함께 전부 하프라인을 넘어 적진 깊숙히 박혀 있는 걸 본 적 있는가. 어제 후반 막판 그런 일이 벌어졌다. 원톱, 투톱이 아니라 파이브 톱이 된거다. 허허...

그렇게 들어온 우리 기관차 차두리는 전반의 비에리가 무색하게 이태리 선수들을 쓸어버린다. 차두리와 부딪혔다 하면 나자빠지는 이태리 선수들, 골을 제외하고 경기 전체를 통털어 가장 통쾌했던 순간들이었다. 그렇게 헤집고 다니던 차두리는 0.9골로 인정해도 하나도 억지가 아닌 멋들어진 오버헤드킥을 하며 분위기를 완전히 우리 쪽으로 넘어오게 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그 상황에서때 홍명보를 빼고 차두리를 집어 넣는 거, 이런 발상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목표에 부합되는 것이라면, 그리고 그게 반칙이 아니라면,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진정 자유로운 사고를 하는 사람만이 가능한 짓거리다. 그 순간 대한민국에 있던 그 누가 그런 교체를 머리 속에 떠올리기라도 했을까. 이건 우리 선수들 모두의 승리였던 만큼이나, 그리고 가슴이 터져라 응원했던 우리들 모두의 승리였던 만큼, 히딩크의 승리였다.

아.. 씨바.. 히딩크.. 이 사람 어떻게 하면 좋나 이거..



4. 트라파토니




트라파토니. 이태리 감독. 그는 게임이 끝난 직후 인너뷰에서 이렇게 말을 했다. 아름다운 게임이었다.. 그러나 승자는 이태리여야 했다.. 뭐 이런 소리를 하다가 갑자기 내 귀를 의심케 하는 말을 했다.

이태리가 더 골을 넣을 찬스가 많았다..(실제로는 한국은 12개 중에 8개, 이탈리아는 11개개 중 5개가 골대 쪽으로 갔다. )

허..참.. 우리가 이태리 감독에게서 이런 말도 들어보네..

이런 말은 약팀이 게임에 지고 나서 하는 말이다. 우리 언론이 내용에선 이기고 승부에선 졌다며 애써 우리끼리 위로하고 딸딸이 치는 거 그거 참 오랫동안 보아왔다. 슈팅수의 우세에도 불구하고.. 문전처리 미숙으로.. 이길 수도 있었던.. 강팀과 대등한 경기를 펼쳐.. 세계를 놀라게 했으나.. 석패.. 분패.. 분루 .. 다음을 기약.. 이런 말 참 지겹게도 들어왔다. 맨날 분루를 삼키고 맨날 분패하며 맨날 다음을 기약하며.. 그렇게만 수 십년을 보냈단 말이다.

그러나. 강팀은 이유가 어쨌든 그냥 이겨버리고 말이 없는 거다. 우리가 골 넣을 찬스가 더 많았다... 이런 소리를 경기에 지고 나서 하는 게 아니라 그냥 경기 중에 골을 더 많이 넣어 이겨 버린다. 그리곤 이겨버린 팀은 잊어버리고 다음 게임 한다. 그게 강팀이다.

어이, 트라포토니 감독. 누가 뭐래. 그래 니네들 골 넣을 '찬스'는 많았어. 근데 '골'은 우리가 더 많이 넣었거든? 잘 가..


허..참.. 우리가 월드컵을 3번이나 제패한 이태리라는 축구 초강국의 감독에게서 이런 말도 다 들어본다..



5. 차범근



그날 중계방송 중 최고의 압권은 연장 후반 설기현 선수가 비에리의 공을 뺏었다가 뒤에 우리 선수가 있는 줄 알고 발뒤꿈치로 백패스 했는데 그걸 비에리가 잡아서 이운재 골기퍼와 1대1 상황이 되었을 때 터져 나왔던 차범근의 절규.

" 아~ 안돼요~~ 안돼요오오오~~~ "

이 절규 한 마디가 한국의 아니 전세계에 있는 모든 한국인의 심장을 가장 정확하게 대변한 해설이었다. 그리고, 골든골로 8강이 확정된 뒤 해설자고 시청자고 모두들 흥분해 정신 없이 횡설수설의 수준에서 해설을 하는 와중에 차범근이 했던 말.


" 정말 모든 선수들이 아들 같습니다! ! 저기에 우리 아들도 있지 않습니까! 하하하하 ! "

이 한 마디를 여태 월드컵 중계 중 가장 인간적인 멘트에 봉하는 바이다. 도대체 얼마나 그 말이 하고 싶었겠는가.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차범근 해설이 그 어눌함에도 불구하고 3사 중에 가장 인기가 있는 이유는, 물론 풍부한 세계 레벨의 경기경험에서 우러 나오는 정확하고 수준 높은 안목도 안목이지만, 무엇보다 그가 풍기는 인간미 때문이다. 선수들의 실수를 질책하기 보다는 항상 감싸주고 시청자들에게 왜 선수들이 그렇게 했어야 했는지 이해시켜려 노력하는 그의 해설은, 사람을 흐뭇하게 만든다.

차범근과 차두리는 역사상 9번째 부자 선수로 월드컵 기록에 올랐고, 또한 우리의 폭추기관차 차두리는 폴란드 전에서 교체 되자마자 30여초만에 골기퍼 대구리를 걷어참으로써 월드컵 역사상 교체선수 최단시간 옐로카드를 받는 기록을 남겨버린다. 그 장면을 목격한 본지 작명팀의 해석에 의하면 차두리는, '차둘만 한건 모조리 차둔다'라는 뜻이 아닌가 한다. 차두리, 차범근 화이팅 !
 

자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복창하고, 스페인전을 맞이하자.

우리는 강팀이다 !





- 딴지 월드컵 취재팀
(editors@ddanzi.com)








4. 믿어라! 우리가 강팀임을.


2002.6.24.월요일
딴지 월드컵 취재반


폴투갈전, 그리고 이태리전이 끝나고 난 뒤에 들려왔던 그들의 궁시렁거림. 어떤 월드컵에서나 항상 있어왔던 패자들의 궁시렁거림이었지만, 상대가 도대체 꿈에도 생각치 못했던, 나라가 어디 붙어 있는지 조차 몰랐던, 세계 40위의 한국이다 보니 그 엄청난 충격은 곧장 조디의 격렬한 나불거림으로 이어졌다.

스페인 내부에서조차 월드컵 역사에서 단 한 번도 4강에 들지 못하고 항상 패배할 때마다 심판의 판정만 물고 늘어졌던 과거사를 들먹이며 언제까지 심판타령만 할거냐는 여론이 비등하지만, 4강은커녕 48년간 단 1승조차 거둬보지 못했던 우리가 무려 4강까지 올라가자 우리 스스로 '간이 콩알만 해고, 조시 쪼그라듬' 현상을 우리 내부 '일각'에서 심하게 겪고 있는 중이다.

지난 48년간 항상 약자, 주변의 입장에서만 서서, 실력이 모자라서.. 운이 모자라서 .. 약하니까.. 패배한 것이라고 당연히 여기고 그 어떠한 판정에도 단 한 번도 그럴듯한 어필조차 해 보지 못한 우리가, 이번 월드컵에서는 처음으로 강자의 입장에서, 중심에 서서 어필을 난생 처음 거꾸로 받는 상황을 겪으며, 졸라 당황해 하고 있다. 도대체 어필을 받아봤어야지.

만약 그 승자가 프랑스였다면, 그 승자가 브라질이었다면 그들은 이태리와 스페인이 아무리 지라ㄹ을 해도 눈도 꿈쩍 안하고 자기들끼리 승리를 자축하고 만끽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린 당황하고 있다. 사람들아, 당황해 하지 마라. 당황해야 할 건 그렇게 별 거 아닌 줄 알았던 우리들에게 져버린 그들이다. 왜 우리가 당황하나. 대한민국이여, 승리에 익숙해져라.

혹자는 또 그런다. 우린 계속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8강 미국과의 경기에서, 패널티 에어리어 내에서 독일 수비수가 완전한 핸드링을 범했지만 고의가 아니라 판단한 심판에 의해 그냥 넘어가 버린 상황으로 인해 독일은 결정적 이득을 본다. 그게 독일이 아니라 만약 우리나라였다면 또 난리가 났을 게다. 미국도 난리가 나고.

또, 우리 중 일부는 스스로를 비하했을 것이고. 그러나, 우승을 3회나 하고 월드컵 역사상 단 한 번도 8강 이상 올라가지 못한 적이 없는 유일한 팀인 독일은 그게 아니더라도 이겼을 거라는.. 사람들의 근거 없는 고정관념 덕분에 별 이야기가 없다. 미국과의 8강전 후 독일언론이 이번 대회 최고 골기퍼로 거론되는 '올리버 칸'에게 행운을 언급하자 그는 이렇게 대꾸한다.


" 행운, 그게 뭐죠? 축구에서 행운은 아주 힘들게 만들어내야만 합니다. 자신을 엄청나게 몰아 부쳐야 합니다. 행운이란 거저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

봤는가. 이게 강팀이 운을 만났을 때 하는 소리다.

그래 운이라고 하자. 그 운이 가뿐하게 산들바람 맞으며 조깅하고 있는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줄 아는가. 김남일이 다친 발목을 다시 밟혀 비명을 지르고, 코뼈가 부러진 김태영이 몇 바퀴를 구르면서.. 우리 선수 전원이 거친 숨을 몰아 쉬며 땡볕 아래서 정말이지 눈물 나게 나뒹군 끝에 가까스로 손 끝에 걸린 운이다. 운은 그걸 누릴 만큼의 자격을 갖춘 자들에게만 오는 거다. 도대체 운만으로 4강에 올라간 팀이 72년 월드컵 역사에 단 한 팀이라도 있음 말해 보시라.



없다.


여하간, 우린 이번에도 증거가 필요하다. 우리가 4강에 갈 실력이 있는 건지. 그걸 또 한 번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게 디리 밀어야 하는 거다. 쪼그라든 우리네 조슬 펼쳐 줄 증거가 필요한 게다. 이런 거 본지 사명인 거는 안다. 그래서 자료도 준비했다. 꾸겨진 조슬 다리미질 하는 거, 그거 본지 특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본지 사실 이런 짓 해야 하는 거 참 싫다. 기뻐 죽겠는데, 감격스러워 죽겠는데, 진정 벅차해도 모자랄 판에, 우리 선수들 칭찬하기도 바쁜데 이렇게 증거 찾고 앉아 있는 거 정말이지 맘에 안 든다.

사실, 이런 문제에 대한 가장 적절한 대응은,


조까 !


한 마디면 충분하다. 오심이든 오심이 아니든 그 모든 것은 경기의 일부다. 사실 본지는,


" 그래 오심이다 이 씹새들아 어쩔래, 니들이 우리보다 부자쟎아, 그럼 니들이 심판 매수해 이 색히들아, 근데 심판을 추첨으로 뽑는 거니까 매수하려면 아예 심판 전원을 매수해야겠다? 그 사람들을 다 어떻게 매수하냐 이 색히들아, 그렇게 니들이 잘하면 경기장에서 골 후딱 넣고 확 이겨버렸으면 될 꺼 아냐, 지니까 입만 살아가지고..

조까 ! "


딱 이만큼 하고 우리끼리 만세하면 된다고 본다.

그래서, 한 편으론 정말 속상하다. 그동안 얼마나 이겨보지 못했으면, 얼마나 패배에 익숙해져 있으면, 얼마나 바깥의 눈치를 보고 살아왔으면.. 이렇게까지 작은 행운도 우리의 것이 아니라고 도리질하고 있는 건가 말이다. 제발 이제부턴 익숙해지자. 승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봐라. 왠줄 아는가.

우린 강팀이기 때문이다.
몇 번을 이야기해야 믿겠는가.



영상분석 ... 구찮아서 생략^^


그러면서 공이 나가지 않고 날아가려면 완벽하게 인사이드로 차야 하는데 호아킨은 인사이드로 킥을 하지 못했다고 분석을 마치고 있다. 본지는 이 대목에서 무릎을 쳤다. 이규빈님(ezimac@interrush.com)의 과학적 분석과 데이타에 환호했다. 분명히 그럴 수 있기 때문이다.


벗뜨.


공정하기 위해 일부러 스페인의 입장에서 서서 이 사진 뿐 아니라 구할 수 있는 모든 동영상과 사진을 구해서 얼음같이 차갑고 냉정하게 수 백번씩 돌려본 결과 본지의 입장은, 나간 것 같긴 하지만.. '단정할 수는 없다' 다. 뭐 씨바 솔직히 오심이면 어떠냐.. 는 생각이다만, 그 장면만을 놓고 공식적으로 본지 입장을 밝히자면, '단정할 수는 없다'다. 누구도.

축구를 보다 보면, 슛 하는 장면을 보고 영락없는 골인 줄 알았는데 그물에 걸리는 경우를 정말 많이 보ㄴ다. 왜냐. 보는 각도 때문에. 구할 수 있는 모든 동영상과 사진은 전부 다 사선 각도다. 이 각도에서는 안 나간 것도, 나간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수 백 번을 다시 봤지만, 100% 단정하긴 힘들다.

물론, 그건 스페인도 마찬가지다. 아니 지들은 더하다. 지들이 무슨 용가리 통뼈라고 본지가 이렇게 많은 사진과 자료를 뒤져봐도 단정하기 힘들구만 그저 전세계에 공통으로 중계된 화면만 보고 나갔다고 지라ㄹ인가. 안 나갔다고 하려면 우리만큼 자료라도 제시하고 안 나갔다고 하던지.

이 포인트에서 스페인의 지라ㄹ은 더 이상 귀담아 들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명백하다. 사실은 지들도 정확하게 모른다. 지금까지 나와 있는 자료로는 누구도 '단정할 수는 없다..' 가 정답이다. 오히려 나갔다고 주장을 뒷받침할 우리 자료가 훨씬 더 그럴 듯 하지. 하지만, 스페인은 바로 그런 것 때문에 졌다고 매달리고 싶은 거다. 자슥들. 이해들 해줘라. 원래 패자는 말이 많은 법이다.

그리고, 8,9번 사진을 보시라. 호아킨 등 뒤에서, 라인과 동일선상에서 보던 유일한 사람은 바로 심판이다. 그리고 그는 그거 볼려고 거기 서 있었다. 그가 가장 정확하게 봤을 확률이 이 세상 누구보다 높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래 동영상을 보면 주심의 휘슬을 듣고 우리 선수들은 플레이를 멈춘다. 골과 공격수만 보지말고, 이운재를 중심으로 화면을 보라. 이운재는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는 위치의 공을 잡지 않고 팔을 내려버린다. 휘슬이 이미 불었으니까.

마침 MBC TV <이경규가 간다> 프로그램에서 자체적으로 찍은 필름이 이 정황들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공식 중계 화면과는 다른 각도에서 잡은 것이다. 본의 아니게, 장하다 이 경규...

이경규가 간다 동영상 보기 (MPG, 5M, 18초)

공이 휘어져 들어오는 것도 가장 여실하게 보이고, 이운재의 행동도 잘 보인다. 이 화면만 보면 정말 공이 휘어서 나갔었다고 단정 지을 수 있을 것도 같다만, 그리고 본지가 보기에도 정말 그런 것도 같지만, 역시 각도 사선.. 이라는 점을 고려해줘야 한다. 90% 확률도 100%는 아니니까.

그러나, 이운재는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공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골든골 상황임에도, 죽어라고 몸을 날리기는커녕 뛰어오다 들었던 손마저 내려버린다. 이렇게 손을 내려버린 건 100% 명백하다. 화면에서 다른 건 보지 말고 이운재만 보라. 일부러 스페인 편을 들면서라도 냉정하게 봐야지.. 하는 본지의 판단으로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건 명백하다. 잡을 수 있던 볼이다.

이 부분에 관한 홍명보는 이렇게 말했다.


"센터링과 동시에 휘슬이 울렸다. 그래서 수비를 멈췄다.. 그게 전부다...."

휘슬이 불지 않았어도 골이 되기는 '거의' 불가능했다. 이건 몇 백 번씩 봐도 너무도 명백하다. 이운재가 공 막다가 말아 버리는 거 누구나 알 수 있다. 뭐 재론의 여지도 없다. 휘슬이 불었으니까, 당연한 거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죽어라 뛰는데 삑..하고 휘슬이 불어봐라. 관성에 의해 그 쪽으로 달려가긴 하지만 이미 맥은 탁 풀리는 거다.

'거의'라는 단어는 만약 휘슬을 불지 않았더라면... 갑자기 하늘에서 번개가 쳐서 이운재 히프에 맞고 이운재가 똥꼬가 뜨거워서 공 안 쳐다보고 잠깐 뒤돌아 보는 상황... 뭐 그런 거까지 고려했다... 이 정도면 됐나. 백번 양보해 오심이었다 하더라도, 이운재는 그 골을 잡아냈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휘슬 불고 나서 플레이 계속 하는 건, 그 자체로 반칙이다. 오프사이드 불었는데 혼자 졸라 뛰어가서 한 골 넣고 그 골을 뺐겼네 어쨌네 하면 그거 웃기는 짓 아닌가. 이제 이거 가지고 그만들 하자. 누구 편을 들어서가 아니라, 씨바 이렇게 명백한 걸 도대체 어쩌라고. 엉? 어떻게 해줘야 되겠나 말이다.



왜 ?



이번 대회에서 문제가 되는 장면이 많았다. 아니 모든 월드컵에서는 항상 문제가 되는 장면이 없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왜? 사람이 심판을 보니까. 그 유명한 콜리나 심판도 잉글랜드에 패널티킥을 줄 때 오웬의 시뮬레이션에 "거의" 속은 거였지만 아르헨티나는 심판 판정에 대해 아무 말도 안 했다. 왜냐. 상대가 강팀이니까. 프랑스-우루과이전에서도 앙리가 퇴장 당한 후에도 우루과이 것들이 오만 잡짓을 다했지만 잡소리는 없었다.

이탈리아.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많은 심판 판정의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서너 골은 손해를 봤단다. 이태리 감독, 지고나면 항상 심판 탓하는 걸로 유명하다만, 이번엔 유독 우리나라한테만 "광분"하고 있다. 제일 심했던 크로아티아 전에 대해서 한마디도 안하고.

왜? 우리한테 진다는 건 큰 수치라고 생각하니까, 이태리가서 면피 하려고. 8강전 잉글랜드-브라질 경기. 호나우딩유의 파울은 옐로카드만 받으면 되는 거였다. 그래도 브라질은 아무 말 안 했다(물론 이겼으니까). 호나우딩유의 파울에 비한다면 토티는 그야말로 퇴장감이었다. 이탈리아 억울하면 브라질처럼 10명이 싸워서 이기면 되는 거다.

미국과 멕시코, 16강전. 손으로 센터링을 막는 마라도나 <신의 손> 사건 이후 최고의 핸들링 반칙이 있었으나 우리나라 신문에서조차 한마디도 안 나온다. 독일과 미국의 8강전. 미국의 오브라이언의 슛이 골라인도 거의 넘었을 뿐더러 프링스의 왼손에 맞은 거 100% 확실하다. 독일 패널티 먹었어야 한다. 그냥 지나갔다. 그냥 생각나는 것만 몇 개 추려봤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나라 경기의 소위 '오심'이라는 것 중 위의 예처럼 골라인 들어갔다 나온 거 있나. 미국처럼 손으로 골 막은 게 있나. 상대편 페널티지역에서 지 혼자 다리가 꼬여 자빠졌는데 페널티킥 얻은 적이 있나. 없다. 지금 겨우 골라인 아웃 아닌데 아웃 했다고 떠들고 있는 거 아닌가. 그것도 오히려 지들 편이 되어서 아무리 좋게 봐줘도 불확실한 걸 가지고.

그런데 왜 우린만 가지고 난린가. 개최국이라? 하긴 시골에서 막 상경해 40등 하던 넘이 갑자기 4등 하면 담임이 부르고 애들이 의아해 하고 컨닝 했나 찾기 마련이다. 그거 이해한다. 그러니, 사람들아, 이 논란을 즐겨라. 우리가 걔네들이 받아들이기 힘들 만큼 잘 해내고 있다는 소리니까. 즐겁게 이 논란을 받아들여라.

여기서 오심이네 아니네를 밝히는 것 보다 비교할 수 없이 중요한 것은, 바로 우리가 우리 스스로 강팀 임을 믿는 거다. 그래서 그런 소리에 끄덕도 없이 우리 선수들을 믿어주고 응원해 주는 거다. 물론, 강팀이라고 모든 게임을 이기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긴 게임은 이길만 하니까 이기는 거란 말이다. 제발, 우리끼리 쪼그라들지 마시라. 도대체가 그럴 필요가 없다.

저들은 이해 못하겠지만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리 선수들이 혼을 불태우며 운동장에서 뛰었다는 걸. 우리 선수들이 우리 모두를 대표해 정말이지 목숨이라도 건 사람들처럼 뛰어다녔다는 걸. 그래서 우리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힘겹게 나뒹굴 때.. 이제 그만큼 했으면 충분하니 제발 다치지나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 울컥울컥 했던 걸.. 우리 모두는 알지 않는가 말이다. 우리 선수들은 그렇게 온 몸을 던져서 마침내 승리했다. 뭐가 부끄러운가, 이 사람들아. 이토록 자랑스런 선수들을 두고, 도대체 뭐가 부끄러운가 말이다. 이제, 더 이상 우리 선수들을 모욕하지 마라.

1930년, 참가 신청을 하는 나라가 하나도 없어서 초청으로 13개 나라를 불러 친선경기처럼 이뤄졌던 제 1회 월드컵 대회에서 4위에 오른 미국 이후, 제 2회 월드컵에서 예선과 본선을 치루는 경기방식이 자리를 잡고 나서부터 지난 68년간, 유럽과 남미 이외의 국가로서 월드컵 4강에 오른 최초의 국가가, 우리다. 우리가 그런 일을 해낸 거다.



대한민국이여, 이제 고개를 들고 당당하게 승리에 익숙해지라.
그리고 의심치 말고 믿어라. 우리는 강팀이란 말이다.


 

딴지 월드컵 취재반
(editors@ddanzi.com)







5. 나는 분하다.


2002.6.26.목요일
월드컵 취재팀


졌다.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멍했다. 패배에 대한 충격 때문은 아니었다. 게임은 언제나 질 수 있는 거다. 패배가 없다면 승리도 기쁠 일이 아니다. 패배라면 지난 월드컵까지 참 지겹게도 겪어 봤던 거다. 처음 겪는 일이라 생소해서 그런 게 아니란 말이다. 그렇다고 슬퍼서도 아니었다.

나는 분했다.

경기를 져서 ? 이길 수도 있었던 경기였기에 ? 편파네 음모네 하는 일부 유럽애들 면상에, 자 봐라 우리 실력이 이 정도다 라고 복수하지 못해서 ?

아니다.

난 이번 월드컵에서 한 번도 진다는 생각을 하며 경기를 본 적이 없다. 우린 강팀이니까. 하지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겨야 한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다만 강팀들과 정면으로 맞서 당당하게 승과 패가 갈리길 원했을 뿐이다. 3,4위 전에 간다면 터기가 아니라 브라질과 붙고 싶었다. 그리고 그 승부의 결과가 무엇이든, 언제든 맞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난 이번 독일전에서만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이기는 걸 보고 싶었다.

꼭.



이렇게까지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을 스스로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우리는, 머리가 노랗고 새파란 눈에 학교에서 배웠던 외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백인들이 던지는 의혹과 공격에, 자신이 매 맞는 이유를 스스로에게서 찾는 데 익숙한 매맞는 아내처럼 그렇게 주눅이 들어 우왕좌왕 스스로를 의심하고 스스로에게서 이유를 찾았다.

우리 승리를 조금이라도 더 감격스러워 하는데 열중하지 못하고, 일생에 다시 오지 않을 이 벅찬 6월을 조금이라도 더 만끽하지 못하고, 그렇게만 써도 아까울 시간에 인터넷을 떠돌며 외국언론을 기웃거리며, 그들의 한 마디에 가슴 아파하고 그들의 한 마디에 기가 죽고 그들의 한 마디에 한숨 쉬고 그들의 한 마디에 다시 위로 받고.. 그렇게 우리를 '그들의' 관점에 휘둘리게 만든, 우리 속에 거머리처럼 달라 붙어 있는, 그 컴플렉스.. 그 식민기질.. 그 오리엔탈리즘.. 그 조가튼 것들이 그 경기를 통해 산산히 부서져 내리는 꼴을 보지 못한 게.. 그게, 나는 너무 분했다.
 
- 월드컵 초기

준승이는 올해 아홉살이다. 한국 나이로는 열살이다. 한국말 조금씩하던 4살때 브라질에 왔다. 브라질 학교에 다니고 있으며 토요일에는 한글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지금도 어눌하다.

지난 예선전 브라질 첫 게임이 새벽 여섯시에 있었다. 보통은 아침 여덟시에도 일어나기 힘들어 하는데 새벽에 꼭 깨워달라고 부탁을 하길래 깨웠더니 총알같이 일어난다. 그러고는 시합이 끝날때까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브라질을 응원한다.

"브라지우, 브라지우", "꼬~~~~~~~~~~ㄹ" 해가며 열광이었다.

한국이 폴란드와 시합하는 날 아침 8시 30분경기였다. 오전에 과외 학원 다니는데 한국팀 응원하자며 학원에 못가게 하고 함께 응원을 했다. 나 열받았다. 이넘이 TV는 건성으로 보고 두 살아래 동생이나 21개월된 막내넘하고 장난만 쳤다. "이넘이 껍딱만 한국넘이고 속은 브라질 넘 아녀?"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 독일전 끝나고

나는 대학강당으로 응원하러 갔고 준승이는 제 엄마랑 동생이란 집에서 보았다. 시합이 끝나고 터덜 터덜 집으로 갔는데 거실에 애들이 안보였다. 마눌에게 물어보니 "시합끝나고 지덜 방에 가서 안나온다"는 것이다. 애들 방에 가보았더니 준승이 하진(둘째아들넘) 두 넘 모두 각자 제 침대맡에 등을 기대고 시무룩하게 앉아있다.


나 : 준승아, 하진아! 시합 잘봤어?
준승 : (여전히 굳어진 얼굴로, 대뜸) 아빠? 심판이 독일 사람이었어요?
나 : (깜짝놀라서) 뭐?
준승 : 심판이 독일사람이었어요? 왜 우리한테 나쁘게 해요?

나 : (놀라움을 감추며) 아니! 독일 사람아니었어.



그렇게만 대답하고 방에서 나오면서 얼마나 아들넘이 대견했는지 모른다. 얼마나 우리 대표팀이 고마웠는지 모른다. 눈물이 나왔다. 온 몸이 감전된 듯한 느낌이있다. 누가, 무엇으로 우리 아이들의 생각을 이렇게 바꿔줄 수 있냔 말이다!!! 씨바.. 히딩크 만세다... 브라질 오면 내가 함 쏜다.

[브라질] 월드컵? 우리가 이미 우승했다!





또 나는 분했다.


개인을 버리고 하나의 팀이 되어, 한 사람 몸 값이면 우리 선수들 전부를 사들일 수 있는 자들을 맞상대해 발목이 꺾이고 코뼈가 부러지고 온 몸이 멍들며, 그렇게 온 몸을 내던져 얻어낸 이 자랑스런 승리가 편파판정과 음모론을 들먹이는 일부의 유럽인들에 의해 폄하되고 의심받고 공격받는 데도,

언제나 우릴 가르치려 들던 이 땅의 식자들이, 이 땅의 언론들이, 이 땅의 높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우호적인 외국 기사나 찾아 헤매고 도대체 뭘 해야 할 지도 감도 잡지 못한 체 그 공격에 반박 한마디 못하고 찌그러져 있는.. 유럽과 아시아가 붙는 준결승이라면 당연히 제 3대륙에서 심판이 나와야 했음에도 갑자기 준결승부터는 유럽이 심판을 본다고 하고, 편파는커녕 우리 땅에서 역차별을 당하는 판정을 내내 받고도 단 한 마디도 못하는 그 지지리도 못난 꼴이.. 그 억울한 걸 변호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한 체 이제는 패해서 기가 죽어버린 늘어진 우리 선수들의 어깨 위에 오버랩 되어.. 나는 정말이지 분통이 터졌다.

1등... 시ㄴ문이라는 좃선아, 언론 영향력 1위라는 작자야, 울나라에서 가장 위대하다는 전통을 가진 니들이 대표로 나가 디져라. 그렇게 사람들을 훈계하려 들더니, 그렇게 하늘 위에 떠 만사를 꿰뚫었다는 듯 굴더니, 그렇게 한국을 손에 쥐었다는 듯 굴더니, 정작 우리가 억울해 가슴을 칠 때 세계를 무대로 단 한 마디도 못 꺼내놓는 이 조또 아닌 우물안 개구리 새끼들아. 다 나가 디져라.


나는 또 분했다.


누구누구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누구누구가 똥볼을 차서가 아니라, 누구누구가 패스미스를 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뒤를 돌아보고 한탄하고 아쉬워하는 이유에서가 아니라, 우리가 우승하지 못해 분했다.

우리 선수들을 칭찬하자. 어떤 칭찬도 아깝지 않다. 하지만, 이 정도면 됐다는 소리는 하지 마라. 왜 우린 이 정도만이어야 하는가. 왜 우린 우승하면 안 되는가. 언론들아, 이 정도면 잘했다는 소리 이제 그만해라. 그게 국민들을 위로하는 길이라고 착각하지 마라. 우릴 패배에 익숙하게 만들지 마라. 4년 후엔 독일을 꺾자고 말하라. 다음엔 남북한 단일팀을 만들어 우승하자고 말하라.

패했다고 선수들을 비난하고, 우린 안 된다고 자학하고, 월드컵 기간 중에 감독 을 짤라 버리는 지라ㄹ을.. 이제 다시는 하지 말아야 하는 만큼, 어떤 패배도 이만하면 괜찮은 거라고 말하지 마라. 승리가 당연한 것이라 여기고, 다음 승리에 대해 이야기 하라.

8강을 목표로 한다던 독일은 기회가 오자 우승하겠다는 자의 눈빛으로 달려들었다. 그게 승리에 익숙한 자의 태도다. 우리와 전력차가 컸던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다른 유럽팀과는 다르게, 우리를 철저히 공부했으며, 진지하게 싸움에 임했고, 마침내 우리를 이겼다. 독일팀에 박수를 보내고, 패배를 인정하자.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어떤 패배도 이만하면 됐다고 하지 마라. 세계의 벽이 높다고 다시는 말하지 마라. 이제는 우리가 그 세계의 벽이 되자고 말하라. 그리고, 우승하지 못한 게 분하다고 말하라. 그렇게 패배에 어색해지고, 그렇게 승리에 익숙해져라.


그게 우리 같은 강팀에 마땅한 정신이다.

이제 다시는 잊지마라 대한민국,
우리가 강팀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강팀이다.


홍명보와 황선홍을 이제 월드컵에서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게 너무 슬픈..
딴지총수( chongsu@ddanzi.com )







일본은 월드컵을 치뤘을 뿐이고 한국은 월드컵의 주인으로 손님을 맞았다.
더 이상 간명하게 한국과 일본의 차이를 설명할 수 없다.

AFP 스포츠 편집장


이번 월드컵의 승자는 대한민국과 브라질이다.
한국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성숙하고 열정적인 시민의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 줬으며 그들의 잠재력을 재 확인시켰다.

인터네셔날 헤럴드 트리뷴


한국의 모험이 이제는 끝났지만 세계에 미친 충격, 아시아에 미친 충격은 컸다.

일본 니혼 TV


한국을 잊지 못할 것이다.
좋은 선수와 경기를 보여줘 아름다웠던 이번 월드컵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에메자케 前 프랑스 감독



네덜란드 잡지 데 텔레그라프와의 인터뷰

월드컵이란 무대는 자신들의 몸값을 높이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 선수들도 많이 봐 왔다. 하지만 한국선수들은 월드컵 그 자체를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그 무대에서 뛰기 위해선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는 자세를 보여왔다.

이러한 한국 선수들의 마음 가짐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들의 실력이 뛰어나든지 한 수 아래로 떨어지든지 그것은 결코 중요하지 않다. 실력이 떨어지면 남보다 더한 노력으로 이를 보충하면 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의지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 선수들은 세계 어느 나라의 선수들 보다 우월하다. 그러한 한국 축구의 기본 잠재력은 일찍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었으며 내 스스로를 더 채찍질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한국 선수들을 대단히 사랑한다.

그들의 순수함은 나를 들뜨게 한다.

준비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어떠한 비판도 나는 수용할 자세가 되어 있다. 당신들이 조급한 마음을 가지고 비판 의식에 사로잡혀 있을 때 나는 6월을 기다려 왔다. 지금 세계 유명 축구팀들이 우리를 비웃어도 반박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월드컵에서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나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월드컵에서 16강에 가고 못 가는 일을 떠나서 우리는 분명 세계를 놀라게 할 강력한 한국팀이 되어 있을 것이다. 지금의 전력을 더욱 갈고 다듬어서 6월에 있을 본무대에서 모두 폭발시킬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낮은 전력의 팀들을 격파하면서 얻는 값싼 승리가 아니다. 만약 그러한 길을 택했다면 그 과정에서 나오는 승리로 인해 한국 국민들은 열광하겠지만...

그것은 결국 스스로를 기만하는 것이다. 세계 일류의 팀이 되길 원한다면 더욱 강력한 팀과 싸워 나가야 한다. 질 때 지더라도 두려움을 떨쳐내고 배우고자 하는 자세로 그들과 일대일로 부딪쳐야 한다. 한국 국민들은 그러한 준비에서 나오는 패배로 인해 실망할지 모르겠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그러한 패배 뒤에 오는 값진 월드컵에서의 영광이다.

지금까지 한번도 이겨보지 못한 월드컵에서의 승리는 내가 원하고 또한 한국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고 싶다. 단순히 이번 월드컵무대만을 위해 뛰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궁극적으로 한국축구가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춘 강력한 팀으로 가는 길에 작은 기여를 하고 싶다.

한국축구의 밝은 미래에 내가 약간의 보탬이라도 된다면...

내 스스로의 경력에도 플러스가 되겠지만 그보다 더 큰 성취감을 얻게 될 것이다. 과거의 한국축구는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변방의 소속팀이었지만 이제는 내가 속한 나라이며 내가 이끌고 있는 우리의 나라이다. 비록 국적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그 문화의 차이가 다르지만 내가 선택한 나라이며 또한 가능성이 있는 나라이다.

남들이 뭐라 떠들던 나는 내가 생각한 길을 갈 것이며 궁극적으로 이는 성공으로 이어질 것으로 확신한다. 수십년간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생각했던 노하우나 철학들을 모두 쏟아 붓는 이번 대회에서 우리는 분명 강력한 한국팀으로 변모해 있을 것이다.

한국 국민들이 원하는 16강이 나의 바램이 아니다.

내게는 그 이상의 바램이 있다.

만약 6월을 끝으로 내가 한국을 떠나게 될 지라도... 소중한 추억으로서의 한국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램이다. 그것이 영광스러운 이별이 될 수도, 불명예스러운 퇴진이 될수도 있을 것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의 나는 한국팀의 감독이고 앞으로도 한국팀의 감독이라는 것이다. 월드컵에서 우리는 분명 세계를 놀라게 할 것이다. 모든 것은 그 때에 알게 될 것이다.

- 거스 히딩크 -  [2002/06/02]



한국 대표팀 월드컵 출사표

한국 국민 여러분, 이제 우리 대표팀이 그동안 쌓아온 노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순간이 다가 왔습니다. 축구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는 물론, 어떤 분야의 경쟁에 있어서도 완벽이란 결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그 완벽에 가까운 이상(理想)을 실현하기 위해 대표팀은 아주 진지한 자세로 임해 왔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은 다 했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제가 여러 차례에 걸쳐 밝힌 대로 월드컵에서의 승리는 선수들만의 것은 아닙니다. 그 승리는 바로 국민 여러분들과 함께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열띤 응원이 없는 경기장에서의 축구는 마치 학생이 없는 교실에서 강의하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제가 인터뷰 때마다 언급한 '약간의 운'이라는 것은 바로 여러분들이 경기장에서 전개할 열띤 응원이 만들어내는 ' 압도적 홈 어드벤티지의 상황'을 말하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우리 대표팀을 사랑하고 열렬한 응원을 보내줄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이 전혀 없습니다. 한국인들 만큼 주어진 목표에 대한 강한 의욕과 애국심으로 뭉쳐진 사람들을 저는 별로 보지 못했습니다.

자, 그렇다면 여러분 한 가지만 저를 도와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한국에는 붉은악마라는 보기 드문 대규모 국가 대표팀 서포터스가 있습니다. 이들의 응원은 가히 폭발적이다 못해 눈시울이 뜨거워질 정도의 애국심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여러분도 한 번 이들과 같은 대표팀 셔츠나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관전하시지 않겠습니까?

여러분들이 태극기의 붉은색과 같은 옷을 입고 나타나 주신다면 우리의 상대들은 처음부터 주눅이 들어 정신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은 물론 우리의 질서 정연하고도 정열적인 응원 분위기는 세계 언론의 화제가 되고도 남을것입니다.

축구 강국에서는 자국을 상징하는 색깔의 옷으로 대표팀을 응원하는 관습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음을 아실 겁니다. 브라질은 월드컵 본선이 되면 도시의 벽면을 온통 노란색으로 장식하기도 하며 저의 조국 네덜란드는 그 현란한 오렌지색 유니폼이 전 경기장을 덮기도 하거니와 경기 중 거리의 분수색깔도 오렌지색이라는 것을 아시는지요. 물론 사람들은 파인 주스나 키위 주스가 아닌 오렌지 주스만을 마신답니다.

우리 대표팀이 향해 가고 있는 당면 목표는 16강입니다.

여러분들이 대표팀의 붉은색 유니폼으로 응원해 주신다면 그 목표는 한층 가까워 질 수 있을 것입니다.
코리아 화이팅! 비바 코리아!!

거스 히딩크ㆍ 한국축구대표팀 감독 [2002/05/27]



파즈
61.109.102.***
길다. 근데 한 번에 읽게 만든다. 저 당시 나는 뭐하고 있었나. 읽으면서 난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었나보다라는 생각도 들었음. 사실 02년 월드컵 안봤다 그러면 사람들이 되게 이상하게 쳐다봄. 이런 글 읽을 때마다 진짜진짜 안타까움.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저런 경기들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기회를 날려버린게 너무너무 안타까움. 축구라는 거 참으로 대단함.

p.s 과제 참고 자료로 유용하게 쓰겠음돠.
2006-05-26
02:3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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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210.106.185.***
석이님 협박으로 리플 달기 중~~~! ㅋㅋ 다시 읽어 보니 그때 읽었던 생각이 나네요. 그러고보니 저도 한때 딴지일보 좀 들락날락했네요. 뭐 냄비근성이다, 오심이다(웃기네.. 우리가 뭔 힘있다고..ㅋㅋ) 뭐다 해도 2002년의 기억은 우리 국민들을 행복하게 해 줬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함. 2006-05-26
11: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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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이
220.94.20.***
레포트로 사용하면 안 됩니다. (나이스에서 숙제 도와주면 선생님들에게 혼납니다.ㅜ.ㅜ) 뭐하고 있긴요. 그때는 애였으니까 이해합니다. 이번 월드컵 보면 되잖아요.^^

협박은 무신..... 내가 조폭도 아니고 말이야. 너무 하십니다. 지금껏 나이스에서 쌓아올린 귀염둥이 석이를 하루아침에 협박이나 하는 살마로 만든 봄날님은 반성하셈.
2006-05-26
22: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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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밥
211.107.148.***
정말 2002년 월드컵이 지는것에 너무 익숙해있던 우리에게 이기는 맛을 알려준 것 같아요. 마음가짐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제는 저 스스로도 한국이 강팀이라는것을 너무나 당연시 하니까요. 98월드컵에서 5:0으로 패했단 사실같은건 잊어버린지 오래예요. 원하는 만큼 이룰 수 있다니까, 뭐 꿈은 높을수록 좋겠죠! 올해에도 전 한국이 최고 강팀이라고 계속 쇠놰시켜야 겠어요 중얼중얼. 이러다 우승하면 어째....;;; 2006-05-29
02: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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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이
220.94.20.***
언론의 오바질도 싫지만 지나친 비관론 또한 싫더라고요. 이제 우리도 유럽팀이랑 붙어도 예전처럼 우리가 가진걸 보여주지도 못하고 힘없이 물러나지는 않을것으로 보이니까요. 준비한 만큼 모든걸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그게 성공이든 실패이든 말이죠. 2006-05-29
20:2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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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안에..
221.221.33.***
보는 내내 가슴이 뭉클하고 눈에선 눈물이 흘렀습니다...
전에 봤던것 같은데..다시보는 감동도 그때 못지 않군요....진짜 감동의 물결입니다...
우리는 강팀입니다..대한민국은 최고입니다..아자아자 화이팅...
2006-06-11
23:2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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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즈
61.109.103.***
과제 땜시 다시 읽으면서 드는 생각인데요. 지금 저는 02년 월드컵을 직접 느끼지 못했던거에 굉장히 후회하고 있습니다. 그 엄청난 기회를 놓쳐서 너무 억울하구요. 그런데 02 월드컵을 놓친 건 후회가 되면서 지금 월드컵을 즐기자라는 생각은 안 드는 걸까요. 4년뒤에 후회 하려고 그러나... 참 이상한 일입니다. 그나저나 석이님 음악이 참 사람 뭉클하게 만듭니다. 2006-06-12
19: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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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이
220.94.20.***
그건 말이죠. 아직 나방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서 그런겁니다. 시험 공부 못해서 걱정해서가 아니고요^^ 글 쓰는 재주가 없으면 음악 선정이라도 잘해야죠. 음악 선곡에 꽤나 신경쓰는거랍니다. 아무곡이나 그냥 올리는게 아니라니까요. 모르셨구나....ㅎㅎ / 품안에님 이번 대회에서도 우리가 프랑스, 스위스 팀에게 강팀이란게 확신 시켜줄거라 믿어요. 우리가 또 강팀에게는 무지하게 강하잖아요. 2006-06-14
21: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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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름
61.47.234.***
정말 길군요....;ㅅ; 그래도 다 읽고 말았습니다ㅋㅋ 2006-06-25
13:3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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