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전평]부산 vs 전남 관전평(익게방에서 펌)

2003-08-12 10:51:06, Hit : 3111, IP : 211.200.211.***

작성자 : 수리
신병호 - 이따마르 (비에라)

이영수-김남일-김도근-비에라- 김홍철

주영호-김태영-강 철



최근 들어 우르모브의 이적, 이임생 선수의 결장으로 전력에 손실을 입고 부천의 첫승 제물이 되면서 고통스러운 3R를 맞고 있는 부산과 만났다. 물론 잃은 전력을 대신해 잉글랜드 용병이라는 새 피를 수혈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고, 팀전체가 다시 리빌딩 되는 과정에 서있는 부산이므로 어제 경기의 결과 만으로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1R에서 전남은 부산에 2:0승. 우천으로 연기된 2R경기를 제외하면 두 경기 모두에서 한 단 한점의 득점도 허락하지 않은 채 완승을 올렸다. 강팀에 강한, 도깨비팀 부산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전남의 비밀은? ^ ^;

어제의 포메이션은 이따마르-신병호 투톱에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비에라가 순식간에 공격진을 형성하는 일종의 스리톱체제. 부상에서 돌아와 점점 더 날카롭게 변하고 있는 이영수 선수를 왼쪽 날개에, 든든한 김도근, 김남일을 중앙에, 오른쪽으로 김홍철 선수와 비에라. 수비는 국대급 수비라 해도 부족함이 없는 김태영-강철선수에 주영호 선수까지 가세했다. 이날의 비에라는 경고누적으로 결장했던 지난 경기의 아쉬움을 털어버리기라도 할듯, 한층 위협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투톱들과 함께 엄청난 활동량을 보여주었다. 전적으로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비에라의 공간을 창출하는 움직임은 상대편 수비수들보다 골키퍼를 긴장시키는 움직임이다. 수비수들을 달고 움직이는 사이(수비수들이 채 자리를 잡기전에) 언제든 골로 연결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움직임.


전반 5분, 부산의 코너킥이 있었고 이때 흘러나온 볼이 비에라-신병호에게 연결되면서 중앙으로 달려나가고 있던 이따마르에게 골키퍼와 1:1 찬스가 만들어지고 득점으로 연결되었다. 경기 초반부터 승기를 휘어잡는 순간이었다. 이 날 전남은 공수전환도 빨랐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한 박자 빠르고 정교한 패스를 보여주었다. 일단 우리 진영으로 넘어온 볼은 선수들의 발에서 부산 수비수들을 우롱하며 골대를 위협했다. 볼을 점유하는 시간이 적은데다 패스 정확도가 높으니 자연히 부산은 공격의 기회를 만들 수 없었고, 킥앤러쉬조차 번번히 전남의 스리백에 의해 걷어져나왔다. 이날 이런 부산의 모습은 미들진이 손발이 맞지 않았던 탓도 있지만(팀이 리빌딩과정에 있다는 것을 잊지말자-_ㅠ) 노정윤 선수의 결장이 치명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계속된 공격은 전반 14분, 16분, 24분 등등 이따마르에게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어주었지만 골대를 살짝 빗나가고 부산은 거칠어진다. 특히 전우근 선수는 전반 41분 김남일 선수를 의도적으로 걷어차 경고를 받기도 했으며, 도화성 선수의 과격한 몸싸움 때문에 불안했다. 계속된 공격시도는 중앙에서 김남일-김도근에게 싹둑 짤릴뿐 아니라, 공을 빼앗김과 동시에 그것이 유효 슛팅으로 연결될 수 있는 패스로 변해버리니 많이 답답하셨을 것이다. 게다가 두 용병, 제이미-쿠키로 이어지는 공격라인이 스리백에 의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니 이 날 부산의 미드필더들은 공격과 수비 사이에서 그야말로 외롭게 고군분투해야했다. 아무도 이들을 도와주지 않는다-라는 인상을 받은 것은 나뿐일까.


이날 전남의 스리백은 김도근-김남일이 버티고 있는 미드필드를 더욱 더 공격적으로 만드는데 일조를 했는데, 수비가 받쳐주는데 못할게 무엇이냐-라는 듯 김남일 선수는 공격가담에도 몸을 아끼지 않았다. 게다가 이전 경기보다 훨씬 나아진 볼컨트롤로 저 사람이 이제는 테크니션이 되어가는 구나-하는 감동에 빠져 허우적 대게 만들었다는.^ ^ 수비수 세명에 둘러쌓여 있으면서도 패스할 공간을 만들어내고, 상대편 선수들을 속이는 움직임이 훨씬 정교해졌다. 그러니 공격가담을 해도 상대방에게 위협이 될 수 있을 만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또 필요한 자리마다 나타나는 우리의 철인55호 김남일-_-! 상대방의 역습이 실패하는 자리마다 김남일이 있었으니, 중흥기의 바르샤를 이끌었던 과르디올라를 떠올렸다면 이것은 팬心이 만들어낸 환상인가. ^ ^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김남일선수가 경기를 지배한다는 것에서 한 단계 성장하여 이제는 팀컬러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데 있다. 어제 전남이 보여준 패스윅은 짧고 정교한 패스를 주로 이용하다가 상대방 수비진영이 완전히 우리 진영으로 넘어와있는 사이 전방의 공격수들을 향해 넣어주는 롱패스를 유효적절하게 잘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 패스를 조절하는 자리에 김남일이 있었으니, 든든한 수비를 바탕으로 해서( 감동의 스리백에게 우리 모두 절합시다-_ㅠ)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보여주는 김남일이었다. ^ ^


전반 40분 경에는 미드필드 오른쪽을 치고나가던 전우근을 따라가던 비에라가 속도조절에 실패해(내눈엔 그렇게 보였...)전우근선수과 부딪히게 되는데 이 와중에 일어난 충돌에 대해 심판이 비에라선수에게 퇴장을 선언했다. 당황한 선수진들이 어필을 하자, 여전히 알 수 없는 이유로 경고로 판정이 번복된다. 다시는 이런 판정을 보고 싶지 않다. -_-

전반 43분에는 김태영선수가 골대에서 걷어낸 볼을 김남일선수가 드리블을 해서 이따마르에서 연결 되었는데 이따마르와 함께 각을 좁히며 골대로 달려들어 이따마르의 슛팅 타이밍을 엉키게 만든 부산 수비수 존이 있었다. 이번에 새로 영입한 잉글랜드 용병 중에서 지금까지는 가장 가시적인 효과를 많이 보여주는 선수라고 보여진다. 아마 이 선수가 중앙에서 그나마 활약을 해주지 않았다면, 김용대 골킵의 선방과 이장관 선수의 파이팅이 없었더라면 부산은 홈경기 최다실점의 불명예를 안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1:0 전남의 우세로 전반이 끝났다.


후반들어서도 부산은 특별한 변화가 없이 움직이는데, 빼앗긴 미드필드 찾기라는 외로운 싸움이 힘을 잃고 수비진영까지 내려와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전남은 후반 13분 들어 이영수 선수가 김남일 선수에게 올려준 볼이 아깝게 골대를 살짝 벗어난다. 그의 통쾌한 중거리 슛을 볼 수 있는 기회였는데-! 이영수 선수는 경기가 거듭될때마다 예전의 플레이가 서서히 살아나는 것 같아 좋다. ^ ^ 거의 후반은 전남의 파상공격이라 볼 수 있는데, 후반 10분 내가 목격한 중앙공격의 진수는 볼의 흐름이 이따마르-김남일-신병호-이따마르-비에라 슛팅으로 이어졌다. 부산 선수 중 어느 누구도 이 유려한 패스를 막을 수 없었다. (울어야하나 웃어야하나-_ㅠ)

후반 18분 경에는 비에라의 반칙으로 얻어진 장대일 선수의 프리킥이 있었으나 아깝게 실패하고, (부산의 공격수들은 왜 그렇게 무력했나..라고 생각하면 울화가 치밀지만, 그게 다 전남이 잘해서 그런거슬...)부산 수비수들의 견제가 비에라에게 심해지자 경고 하나를 의식해서 인지 후반 20분 노병준 선수가 투입된다. 노병준 선수가 투입되면서 비에라 선수보다 공격적인 성향이 더 짙어지고, 전남은 공격할 수 있는 선수는 모두다 공격한다-로 다시 한번 제정비 된다. 강철 선수의 위협적인 오버래핑! 부산이 우리 진영으로 치고 올라와있을때 잡은 볼을 그대로 드리블하여 문전앞까지 위협하는 모습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후반 26분, 승리를 알리는 쐐기골이 터졌는데 도근 주장께서 신병호 선수에게 받은 볼을 치고 올라가 이따마르에게 어시스트 했다. 도근 주장의 어시스트도 멋졌지만, 이따마르의 개인기를 이용한 돌파를 아무도 따라잡지 못한 부산선수들의 그 허탈한 표정이란. 참, 이날 신병호 선수의 수비가담이 많았는데 이것이 이따마르에게 연결된 기회를 늘리는 역할을 했다. 팀플레이에 자신을 던지는 스트라이커-_ㅠ 신병호, 알레.

그리고 어시스트한 도근주장은 상대방의 공격차단을 우리의 공격으로 연결시키는 그야 말로, 공수 도킹의 해결사로 군림하셨다.

후반 38분 신병호 선수와 유상수 선수가 교체되고 중앙에 있던 김남일 선수가 아래로 내려와 이따마르와 노병준 선수를 받쳐준다. 흠, 저번부터 김남일 선수의 패스를 보고 느낀 점인데 유난히 오른쪽을 향해 많이 찔러넣어준다. 중앙으로 찔러주는 것도 물론 날카롭지만( 김남일 선수의 패스가 그 쪽으로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이 전남의 공격루트를 단순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하는 걱정도 생긴다.(물론 혼자서 기회를 만들수 있는 이따마르가 있긴 하지만)

교체된 노병준 선수에게 찬스가 나기 시작하고, 그 뒤에는 도근 주장과 남일 선수가 있으니 어째 어시하나 터질 분위기구나...생각했다. 김남일의 어시스트에 목마른 부울경 식구들은 모두 다 같은 생각이었을 듯^ ^; 전남 공격수들이 김남일 선수의 어시스트와 제대로 한번 맞아떨어지기 시작하면 그 상승세를 누가 막으랴! -_ㅠ

후반 40분경에는 노병준 선수에게 문전 앞 골키퍼와 1:1 상황이 있었는데 의욕이 앞섰던지 힘조절 실패, 찬스가 날아간다. 계속된 공격은 이따마르가 수비수 세명을 제치고 뒤에 있던 노병준 선수에게 찔러주기도 하고, 부산은 우리 진영을 떠나지 못하고 수비에 급급했다. 부산의 중앙수비를 보던 존 선수는 중앙과 오른쪽을 넓게 오가며 득점을 노리는 노병준 선수가 수비수를 등지고 있는 사이에 정강이 부분에 태클을 가해 공격의 흐름을 끊어 놓아야하는 상황도 있었다.

후반 45분, 승리의 기쁨을 누릴 준비가 된 그라운드로 거친 몸싸움에 지쳐보이는 김도근 선수가 빠지고 주광윤 선수가 투입된다. 도근 주장을 대신해 주장 완장을 차고 나온 우리 새내기 주광윤 선수^ ^ 체력이 남아돌다 못해 펄펄 뛰어넘치는 주광윤 선수가 패배를 예감한 부산 선수들의 둔한 움직임을 더욱 격하게 뒤흔들었다.

그리고 인저리 타임이 선언되고 끝나가는 경기-후반 46분. 이따마르가 드리블 하다 튕겨나온 볼을 김남일 선수가 정면에서 헤딩으로 오른쪽 노병준 선수에게 연결시키고 그것이 보기만해도 통쾌하고 깔끔한 세번째 피날레 골이 터진다. 노병준 선수의 시즌 다섯번째 골이며, 김남일 선수의 시즌 첫 어시스트였다. -_ㅠ 이로서 스코어는 3:0 남아있는 시각은 1분여. 호나우두래도 바꿀 수 없는 스코어. 골이 터지고 킥오프 하자마자 경기 종료 휘슬-!


한경기 한경기, 마치 스펀지처럼 수비형미드필더의 교과서를 다 빨아들인듯하게 성장을 거듭하는 그를 보는 것도 굉장한 즐거움이었지만- 무엇보다 조직력이 크게 향상된 전남의 화끈한 공격, 그것을 받쳐주는 최강의 수비라인을 보는 기쁨이야 말로 K리그를 즐기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내 연고지 팀, 부산이 조금만 더 의욕있는 좋은 경기를 보여줬더라면 하는 큰 아쉬움이 남지만 어쩌랴. 어서 축구의 본고장에서 온 제이미-쿠키 라인이 살아나길, 노정윤 선수를 다시 보게 되길 바랄뿐이다. -_ㅠ


다음 경기는 수원-
수원 밟고, 선두로 갑시다.(이러면 돌이 날아오려나-0-) 이 상승세라면 누구도 두렵지 않다.
전남, 파이팅.


우유대장
211.229.246.***
쫀뜩쫀뜩한 축구재미와 보람을 느끼게 하는 그의 플레이에 박수를 보냅니다.
맛깔스런 후기도 정말 잘 읽었습니다.^^
2003-08-16
23:42:24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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