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전평] 8/6 전남 vs 울산 : 익게방 수리님 관전평

2003-08-09 00:52:02, Hit : 3037, IP : 211.58.100.***

작성자 : 수리
이따마르- 신병호
김도근 - 김남일- 김효일- 노병준
강철 - 김태영 - 최거룩 - 박종우

최근 들어 연승가도를 달리다 꼴찌 부천과 무승부를 이루면서 주춤하고 있는 1위 울산과 만났다.
계속 된 무승부에 점을 찍고 이제 한번쯤 승리할 때도 되지 않았는가-라는 기대를 가지고 광양으로 갔다. 무엇보다 울산은 부인할 수 없는 K리그의 강팀이 아닌가. 게다가 올림픽 대표의 떠오르는 샛별, 김정우 선수와 김남일 선수의 미드필드 대결을 손꼽아 기다려왔기 때문에 즐거웠던 광양행이었다.

전반 포메이션은 이따마르-신병호 투톱에 김남일, 김효일을 중앙에두고 왼쪽미들에 김도근 선수,오른쪽 미들에 노병준 선수를 두었다. 센터백에 김태영, 최거룩 양쪽 윙백에 강철, 박종우.

이 날의 수비라인에 대해서는 과장을 조금 보탠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였다. 뛰어난 발재간을 가진 최성국, 스피드의 정경호, 새로 왔다는 용병 루시우를 내세운 사실상의 스리톱을 구사한 울산의 득점원들은 제대로 된 돌파 몇 번 못했다. 울산이 잘하는, 전방에서 한번에 찔러넣어주는 패스는 여전했는데 이것 때문에 전반 초반에는 전남의 미들진들이 약간 당황했던 듯 하다. 무엇보다 울산의 이런 플레이는 전남의 미들들을 엄청나게 뛰게 만들었다. 아예 미드필더의 압박 자체를 무산시키는 플레이. 울산 수비수가 가지고 있던 볼이 수비라인까지 내려와있던 김정우에게 가면서 매우 정확한 각도로 최성국이나, 정경호에게 가는 것이다. 그러니 전남 미들은 그 덥고 습한 날씨에 뛰고 또 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여러번 연출됐다. 그리고 전남의 선수들은 이런 역습에 대비해 최대한 공수 간격을 좁힐 수 밖에.

그러나 곧 자기 페이스를 찾은 전남의 공격이 전반 10여분 경, 이따마르의 슛팅을 시작으로 살아난다. 이날은 이따마르-신병호 투톱보다는 미들진의 공격이 활발했다고 할 수 있다. 김효일 선수나 김도근 선수는 지난 번보다는 수비지향적이었지만, 오른쪽 미들 노병준 선수는 넓은 활동범위를 보여주면서 최전방 수비라인에서 공격라인까지 커버하는 대단한 활동량을 보여줬다. 이 날 현영민 선수는 이 부지런하고 근성있는 선수 때문에 꽤나 피곤했을지도. ^ ^ 제공권 싸움에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수비가담도 게을리 하지 않으며, 어느 순간 돌아보면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 득점을 노리고 있으니 얼마나 골치가 아팠을까. 게다가 김남일 선수가 중앙에서 찔러주는 볼이 주로 노병준 선수에게 가서 닿았고, 서로간의 신호만 맞아 떨어졌어도- 노병준 선수가 조금만 더 경험이 있는 노련한 선수였다면 득점과 다를바 없는 찬스도 있었다. 물론 부정확한 크로스와 문전 앞에서의 부족한 움직임, 대담함, 힘조절, 결정력등은 시간이 지나고 경험을 쌓으면서 해결해야 될 문제일 것이다. 전반 22분 경에 보여준 노병준의 결정적인 슛팅은 문전 앞에서 머뭇거려 슛타이밍을 놓치면서 아깝게 날린 기회중에 하나였다. 키우자, 결정력! 연습하자, 크로스-_ㅠ

미들에서는 단연 김남일 선수- 지난 대구전을 못봤기 때문에 안 본사이 얼마나 더 성장했을까, 내 마음을 설레게 했던 김남일 선수는 역시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날 내 눈에 띄인 것은 김남일 선수의 전진하는 숏패스. 예전부터 김남일 선수의 단점을 지적할때 무리한 백패스가 많다-라는 점이 빠지지 않았는데 이 날은 공을 줘도 단 한번도 전진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만큼 시야가 넓어지고, 경기흐름을 완전히 이해했다는 것. 게다가 과감하고 짧고 쉬운 패스들은 그가 상대방의 시야를 좁히면서 효과적으로 미드필드 압박을 가할 수 있는 그 시작에 서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전반 17분 경에는 김남일 선수의 중거리슛팅이 있었는데, 자신이 가진 볼에 대해서는 중간에서 볼을 뺏기지 않고 상대방의 빈 공간을 노린 슛팅으로 마무리까지 해주는 엄청난 모습-_ㅠ을 봤다. 아마 이 중거리슛의 정확함, 세밀함까지 더해진다면(계속 나아지고 있지만) 수비형미드필더가 가질 수 있는 최상의 옵션을 보유한 선수가 될 것이다. 그는. 김남일이 공격라인에만 도움이 되었나? 그것도 아니다. 울산의 역습에 대비해서 수비라인까지 직접 내려가서 볼을 건져올리는데, 후반 18분 쯤에는 최성국이 빠른 발을 이용해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는 것을 저지해 제 2의 센터백-_-으로서의 모습까지 보여줬다. 프리킥때는 골킵의 수비범위까지 커버! 놀라워라, 김남일-_ㅠ

전반 31분 경에 터진 울산 정경호의 골. 중앙에 있던 루시우가 밀어준 볼을 (아마도 당연히 루시우가 해결할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정경호가 골로 연결시켰다. 역시 빠른 스피드로 순식간에 치고 올라왔다. 중앙에서 루시우에게 단독 찬스를 내준 것도 힘이 빠지는 일이었지만, 들어올지도 얼마 되지 않은 용병이 팀내 멤버에게 단독찬스를 내어준다는 것도 놀라웠다. 뭐, 이것 말고는 소문만큼 위력적인 루시우는 아니었다. 날씨 때문이었을까? 컨디션이 안 좋았는지 루시우의 움직임은 날카롭지 못했고, 스피드를 요구하는 울산의 패스스타일에 아직 익숙치 않아 보였다.

지나칠 수 없는 전남의 동점골, 김남일 올 시즌 두번째 골이 작렬했다. 노병준 선수가 프리킥으로 문전앞으로 올려준 볼에 머리를 갖다댄 김남일 선수. 마치 먹이감을 발견한 사자처럼- 그가 볼에 대단한 집착력을 보인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문전앞으로 달려드는 그를 본 순간 고비사막 위에서 살아있는 짐승의 눈알을 노리는(-_-;)독수리가 떠올랐던 것은 왜일까. 열광하지 않을 수 없는 매직드리블, 미드필드의 야전사령관을 떠올리게 하는 스루패스, 넓은 시야..종합선물세트 김남일.

이로써 그는 전남의 5승무패(2승 3무) 행진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후반 들어서는 울산이 전남의 페이스를 막기 위해 고의적인 파울을 해야할 만큼 전남쪽으로 경기 흐름이 넘어왔다. 후반에 공격을 주도 한 것은 이날따라 몸이 둔해보인 신병호 선수를 대신해 오른쪽 미들에 있던 노병준 선수. 부지런히 기회를 만들어 최전방에 있던 이따마르를 향해 길게 찔러주었으나 정말 놀라울 만큼 골운-_-;이 없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신병호 선수가 사이드에서 만들어낸 기회조차 이따마르의 발에서 힘없이 끝나버리다니-_ㅠ 전남의 파상공격이 계속되었고,(이 파상공격의 주역은 미드필더를 장악한 김남일이다. 상대의 역습찬스마다 잘라내고, 최대한 볼점유율을 늘려서 전방으로 찔러주는 울산의 패스 길목을 차단. 그러니 울산의 공격진은 무력화 될 수 밖에 없었다.) 울산은 최대한 공수간격을 좁히면서 압박을 풀어가려고 애를 썼지만, 이미 기울어진 경기 흐름은 쉽사리 돌아오지 않았다. 울산이 이만큼 수비에 매달린 경기가 또 있을까.

후반 23분 신병호 선수가 주광윤 선수로 교체되었다. 체력이 많이 남아있는 주광윤 선수에게 기대를 걸었고, 기대에 부응하듯 부지런히 움직여줬다. 다만 경험이 부족한 어린 선수이다 보니 중앙에서 또-_ㅠ 많이 머뭇거리는데 황선홍 코치께서제발, 자신을 대신할 걸출한 중앙공격형 스트라이커로 키워주셨으면 좋겠다. 양 사이드의 자원은 넘쳐나나, 우리에게도 가공할 결정력을 가진 중앙의 스트라이커가 필요하지 않겠나. 그리고 강철 선수가 이영수 선수와 교체되셨는데 체력적인 문제와 터질듯 말듯 한 골에 대한 의욕을 드러낸 교체로 보여진다.

그렇게 후반이 막바지로 흘러가고 선수들은 많이들 지쳐갔다. 전남의 수비수분들은 발이 빠른 울산의 공격수들 때문에 거의 탈진 상태이셨던 듯. 고개 돌리는 사이 루시우가 최성국 자리에, 최성국이 정경호 자리에 가 있으니 (물론 전반만큼 활발하진 않았지만) 고생이 많으셨을 것이다. 물론 울산도 후반들어 계속된 전남의 파상공격에 녹초가 되었을것이다. ^ ^

그리고 양팀 골키퍼들에 대해서 말하지 않을 수 없는데, 울산의 서동명 골킵 전남의 박종문 골킵
두 선수 모두 좋은 선방을 보여줬다. 너무 잘막아서 화났던...-_- 이따마르가 서동명 골킵의 품안에 던져준 볼만 해도 셀 수 없다. (골운!을 줘요-_ㅠ) 주광윤 선수의 후반의 결정적인 슛팅, 28분 경에 있었던 노병준 슛팅 모두모두 서동명선수가 기가막히게 막아낸 것-_ㅠ 우리의 수퍼 세이브, 박종문 선수야 말할 필요가 없고^ ^

덥고 습한 날씨에 종료 휘슬리 울리자마자 잔디위로 드러눕던 선수들. 후반은 일방적인 리드를 하면서도 (이게 다 전남의 막강수비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쉽게 비긴 경기. 위협적인 찬스가 터질때마다 무 자르듯 싹둑싹둑 공격의 씨앗을 잘라버리던 김태영선수, 굉장한 노련함과 파이팅을 보여준 강철선수, 특히 주장 김도근 선수의 공수를 오가는 움직임은 전남의 멀티 답게 노련함이 돋보였다. 그러나 어제 경기는 여전히 공수 간에 조금만 더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더라면..이라는 아쉬움을 남긴다. 그렇지만 우리는 지지 않았고, 전남은 김남일-이라는 수비와 공격을 어우르는 히든카드를 가지게 되었다. 게다가 성장하고 있는 노병준, 부상에서 돌아온 이영수 선수 등..이제 막 시작된 3라운드, 희망이 있다.

울산의 김정우 선수는 미드필드에서 중량감은 떨어지지만 역시 좋은 선수다. 대담하고, 위협적인 플레이를 했고 볼배급도 뛰어나다. 꾸준한 웨이트로 몸집을 키우고, 경험을 쌓는다면 포스트 김남일을 기대해도 될까? 다만 이날 울산 미드필더의 움직임이 둔했기 때문에 중앙에서 오른쪽까지 넓은 공간을 커버하는라 전반에 체력소모가 많은 것 같았다. 물론 필생의 미드필드 대결의 승리는 김남일이었다. 당연한 얘기를^ ^;

경기 끝나고 김남일 선수의 표정을 보니 어째 내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라는 것 같았는데 나는 이 현상이 매우 좋게 보인다. 중앙 미드필더, 경기를 지휘하고 공수를 조율하는 자리. 이 자리에 있는 선수는 경기의 흐름을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갈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지단이 왜 세기의 미드필더인가. 원하는 방식으로 경기를요리하기 때문이다. 지금 김남일 선수는 그것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니 골까지 넣고도 아직 배가 고픈게 아닐까^ ^;



가장 아쉬웠던 점은 비에라 선수의 결장- 비에라 선수가 있어서 부지런히 중앙에서 뛰어줬다면 좀 더 많은 기회들이 골로 연결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제는 이기는 경기가 보고 싶다.

역시 피는 못속인다고=_= 관전기 전체가 김남일로 도배가 되었지만, 뭐 어쩌랴. 그런 거슬. 아하하.
전남, 파이팅.






ㅇㄹㄹ
211.201.216.***
님...다음 경기의 관전평도 부탁해도 될런지요...너무나 재밌는,지나치게 좋은 관전평이었습니다.
^^
2003-08-09
16:27:34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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