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축구전쟁의 역사 - 네덜란드와 영국 1

2003-04-18 00:27:33, Hit : 3163, IP : 211.187.21.***

작성자 : gogo
최근에 사이먼 쿠퍼가 쓴 "축구전쟁의 역사"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 "축구와 문화"라는 부분이더군요.
그에 따라서 축구가 어떻게 삶의 양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또는 삶의 양식이 축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내용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네덜란드와 영국 축구선수들의 사고방식이
축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비교한 내용이 재미있어서 여기에 올려놓습니다.
내용이 꽤 길어서 1, 2부로 나눠서 올리겠습니다.
참고로 이 책은 1994년에 나온 거라고 하네요.

책을 그대로 베껴 올리는 거라서 저작권 문제가 되려나..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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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네덜란드와 영국 : 보비롭슨이 네덜란드에서 실패한 이유
(Dutch and English : Why Bobby Robson Failed in Holland)

보비롭슨(Bobby Robson)은 1990년부터 1992년까지 네덜란드클럽 PSV 에인트호벤(PSV Eindhoven)을 감독했다. 그는 네덜란드를 이해하지 못했고 그래서 PSV에서도 실패했다.
이 장을 시작하기 전에 롭슨이 네덜란드에서 정말로 실패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만 한다. 그 자신은 나의 이 견해에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가 PSV에서의 2년동안 리그 선수권을 두 차례 차지한 것은 사실이다. 바로 이 지점에 우리가 이해해야만 하는 그의 첫번째 실패가 도사리고 있다. 영국에서는 리그우승이야말로 모든 클럽이 간절히 원하는 바이다. 그러나 네덜란드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롭슨은 PSV가 네덜란드 리그 우승은 거의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그들은 그가 부임하기 전 4년동안 3차례나 리그 선수권을 차지한 바 있다. 그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유럽무대에서의 성공이었다.

1990년 월드컵대회개막 며칠 전 잉글랜드대표팀 감독경질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이때 영국의 한 타블로이드판 신문이 의견개진기사를 실었다. "PSV는 무능한 보비를 내보내라" 네덜란드언론은 적잖이 당황했다. 프로선수, 감독, 구단관계자들이 즐겨보는 수준높은 축구잡지 <풋볼 인터내셔널>은 "왜 보비롭슨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롭슨은 "대륙축구를 통찰하기에는 전술역량이 너무도 부족한 영국축구계의 표본"이라는게 잡지의 주장이었다.
네덜란드인에게 보비롭슨은 섬나라 영국인을 대표하는 것으로 비쳤다. 그는 국게적이긴 했지만 지명도가 떨어지는 팀을 지휘했고 때때로 헝겊모자(영국노동자계급의 상징. 오늘날에도 영국응원단의 수는 유니폼이 아니라 모자의 수로 헤아린다)를 썼으며 영어만 했다. (한동안 네덜란드어를 배우긴 했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그는 광대의 이미지로 네덜란드에 도착했고 결코 그 이미지를 떨쳐버리지 못했다.
PSV에서 그는 하고싶은 말을 마음대로 하는데 거의 무제한의 자유를 누리고 있던 일단의 선수들을 떠맡았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 그 팀은 여러 분파로 나뉘어 싸우고 있었으며 심지어 서로 말도 하지 않았다. 롭슨의 전임자가 이 일로 애를 먹은 것도 당연했다. PSV의 총감독 케스플룩스마(Kees Ploegsma)는 선수들을 고분고분하게 만들 수 있는 감독을 찾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인은 확실한 선택이었다.

영국축구에는 명예의 규약이 있다. 만약 선수가 전술에 대해 이러니저러니 말을 한다면 그는 "경기의 명예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만약 선수가 감독과 언쟁을 벌인다면 그가 이적당하는 것이 당연하다. 선수는 은퇴할 때와 돈이 궁해져 <선>에 자기 '이야기'를 팔아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결코 위계질서를 무너뜨리며 무분별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앨릭스 퍼거슨(Alex Ferguson)은 라이언긱스(Ryan Giggs)가 기자들과 이야기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그리고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선수들은 일반적으로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는다. - 그들 대다수는 존 멋슨(John Motson : BBC TV 평론가)하고만 인터뷰한다. - 브라이언 클루프는 데스워커, 스튜어트 피어스와 같은 다 큰 성인들을 위협하여 언론과의 인터뷰를 일절 못하게 했다. 영국선수들은 상급자에게 절대 복종한다. 그들은 군인과 다름없다. 네덜란드인 레이 아트펠트(Ray Atteveld)는 이버턴(Everton)팀 입단신청을 위해 영국에 오기전에 과거 노팅엄포레스트와 스퍼스(spurs)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존 멧호트(John Metgod)에게 전화를 해서 조언을 구했다. 충고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머리를 단정하게 깍고 양복을 입게. 그리고 실전에 들어가면 소리를 많이 지르라고." 이버턴은 아트펠트를 영입했다.
반면 네덜란드에 오는 외국인들은 모두 똑같은 사실을 발견한다. "감독은 그다지 말이 없다. 쾌활하게 웃고 떠드는 사람은 모두 선수들이다." 로다 케르크라드(Roda Kerkrade)에서 활약하고 있는 나이지리아 선수 아자 윌슨 오게추쿠(Aja Wilson Ogechukwu)가 네덜란드상황에 놀라며 한 말이다. 네덜란드선수들은 기자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즐기며 이런 인터뷰기사는 잡지에 4페이지씩 실린다. 네덜란드인들이 해외로 진출하면 그들은 제 나라 말뿐만 아니라 말하기 좋아하는 습성까지 그대로 가져간다. 그들은 전술과 팀원 선발에 대해 감독에게 자기 의견을 말하기도 한다. AC밀라노 감독 아리고 사키(Arrigo Sacchi)는 루트훌리트, 프랑크레이카르트, 마르코 판 바스텐이 자기에게 "새로운 아이디어와 전술견해"를 제공해준 적이 있다고 말하며 "전통적인 이탈리아의 사고방식과 경기스타일에서 벗어난 새로운 방식을 소개하는 것"이 그들에게 널리 퍼진 분위기라고 전했다. (나중에 판 바스텐이 밀라노에는 혁신적인 경기방식이 필요하다고 선언하여 사키는 팀을 떠나야 했다.) 그러나 대개는 네덜란드선수의 조언과 충고가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여겨진다.
에버딘(Aberdeen)에서 4년간 뛰었던 한스 힐하우스(Hans Gillhaus)가 전하는 말을 들어보자. "나는 나만의 독특한 견해를 가지고 있는 선수로 유명했죠. 그런데 영국사람들은 이 사실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더군요. 영국에서 축구선수는 감독이 지시하는 대로 하는, 단순히 호명되는 번호와 같은 존재일 뿐이죠. 그래서 선수들은 감독을 두목(boss)이라고 부른답니다. 전후반 사이 휴식시간이나 경기를 마치고나면 감독은 선수들을 모아놓고 한동안 욕설을 퍼붓는게 보통이었죠. 대다수 영국선수들은 군말없이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네덜란드 선수같았으면 어디 가만 있겠어요? 한바탕 소란이 벌어지죠."
네덜란드 선수들 가운데 가장 위대한 요한 크루이프는 이러한 상황을 다음처럼 이야기했다. "우리 네덜란드인들은 고집이 세죠. 우리는 지구 반대편에 가더라도 언제나 다른 민족에게 일처리방법을 놓고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합니다. 그 점에서 우린 기분좋은 민족은 아니죠."
기분이 안 좋을지는 몰라도 성공적이기는 하다. 네덜란드 축구는 세계에서 통한다. 선수들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하게 하면 그들은 곧 이기는 축구를 한다. 과거 20년이 넘는동안 다른 어떤 작은 국가도 네덜란드만큼 많이 우승을 차지한 적이 없다. (그리고 사실 큰 국가들 중에도 독일과 아르헨티나만이 비슷한 성적을 거두었을 뿐이다.) 네덜란드만큼 멋진 경기를 펼쳐보인 나라는 지금껏 하나도 없었다. 선수는 자기역할을 이해해야만 한다. 선수는 언제 오버래핑을 해야할지, 언제 자기앞 우군을 커버해야할지, 또 언제 상대선수를 놔두고 공을 쫓아야할지를 알아야만 한다. 영국선수들은 아주 어릴때부터 영국제 전매특허 4-4-2 대형을 연습한다. 따라서 그것만 하면 되니까 배울게 거의 없다. 예를 들어 20세정도된 영국 수비수는 상대편의 측면공격이 이루어질 때 자기진영 중앙 후위를 커버해야한다는 것즈음은 알고 있다. 간단한 방식이다. 공을 잡은 선수는 상대수비진영 깊숙이 공을 차주면 된다. 마크가 심할 땐 터치라인 밖으로 공을 차내어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 그러나 새 방식으로 경기할 것을 요구받거나 좀더 어려운 전술을 구사해야 한다면 그는 새로 배워야 할 것이다. 영국선수는 그저 새 대형을 연습하는 것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걸로는 충분치 않다. 제노바 팀의 한 감독은 자기팀에서 아약스와 같은 토털사커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를 두고 판트스힙이 한마디 했다. "아약스 시스템을 구사하려면 먼저 그것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의 약점은 선수들 각자의 개성이 충돌하기 쉽다는 것이다. 네덜란드는 1990년 월드컵을 차지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시시한 일로 말다툼하는데 몰두했다. 롭슨이 떠맡은 PSV도 선수들 사이의 분쟁으로 갈갈이 찢긴 상태였다. 빔 키프트(Wim Kieft) 대 제랄드 판넨부르크(Gerald Vanenburg) 그리고 호마리우(Romario) 대 나머지 선수들로.
롭슨에게는 완전히 낯선 상황이었다. 영국식 풍토에서는 선수들에게 따지고들 기회를 주는 법이 없다. 간단히 말해서 논쟁이란 것은 있을 수 없으며 팀워크가 지상최고의 가치가 되는 것이다. 1990년 월드컵 대회에서 스위퍼를 기용하도록 롭슨을 설득하는데 잉글랜드팀 선수들이 일정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네덜란드팀 선수들의 발언권과 비교해 볼 때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네덜란드팀 선수들이 테이스 리브레히츠(Thijs Libregts) 감독과는 월드컵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며 거부하자 감독은 곧 경질되었다. 이것은 네덜란드 노동자 계급문화와 관련이 있다. 네덜란드 노동자 계급은 논쟁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네덜란드인들은 칼뱅주의자이고 칼뱅은 신자들에게 성직자의 말보다는 직접 성경을 읽고 신앙을 실천하라고 가르쳤다. 이제 막 스무살이 된 축구선수조차 자기가 감독만큼 많은 진실을 알고 있을거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은 이런 전통의 결과다. 반면 영국식 사고방식에 따르면 감독은 감독이다. 감독은 선수들보다 나이도 많고 그래서 당연히 더 옳다. 롭슨이 야유조의 질문공세를 받을때 자신의 경기경력과 기록을 들먹이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이곳 네덜란드 선수들은 어떻게 경기할지 어떤 변화를 줄지 등 전술에 대단한 관심을 보인다" 그가 PSV에서 18개월을 보내고나서 <월드사커>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전형적인 영국식 대형인 4-4-2시스템을 이 클럽에 적용할지 말지를 고민하면서 아인트호벤 시절의 대부분을 보냈다. 물론 선수들도 열정적으로 이 논쟁에 가담했다. PSV의 스위퍼 지카 포페스쿠(Gica Popescu)만이 롭슨의 태도를 받아들였다. "나는 축구선수는 축구를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밖의 문제에서는 입 닥치고 있어야죠. 감독은 작전을 지시하고 우리 선수들은 따르는 게 당연한 것 아닙니까?" 포페스쿠는 차우세스쿠 치하의 루마니아에서 자란 사람이다.
롭슨은 <풋볼 인터내셔널>과의 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영국에서는 프로선수라면 감독의 결정을 따르죠. 그런데 이곳 네덜란드에서는 시합 때마다 교체선수들이 나를 귀찮게 하더군요." 그는 몽펠리에(Montpellier)와의 시합에서 존 보스만(John Bosman)을 교체했다. 보스만이 설명을 요구하자 그는 "선수들은 감독이 돼봐야 교체투입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선수들은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요구한다. 영국 선수들은 항상 최선을 다한다. 네덜란드 선수들은 감독과 의견이 다르면 1990년 월드컵 대회에서처럼 실쭉거리며 불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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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ㄱ|03/04/15-19:05|NOMAIL|152.149.54.232
"선수는 자기역할을 이해해야만 한다. 선수는 언제 오버래핑을 해야할지, 언제 자기앞 우군을 커버해야할지, 또 언제 상대선수를 놔두고 공을 쫓아야할지를 알아야만 한다." 이부분이 아주 마음에 드는군요. 결국 히딩크 감독님이 요구하던대로 네덜란드는 생각하는 축구를 배울 수 있는 곳 같습니다. 빅리그에 가기전에 많은 것을 배울 기회가 주어줬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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