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이동국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작일뿐" 1편

2003-05-10 16:09:45, Hit : 3281, IP : 210.182.101.***

작성자 : 제리
대한축구협회 펌.
http://www.kfa.or.kr



지난 한일전이 끝난 뒤 축구팬들 사이에서 가장 많은 논쟁거리를 제공한 선수를 꼽으라면 역시 이동국(24, 광주상무)을 들 수 있다.

일본과의 경기에서 한국은 전반적인 경기주도권을 잡는 데는 성공했으나 미드필드에서 공격진으로 이어지는 패스연결과 마지막 골 결정력에서 정교함이 떨어지며 무득점에 그쳤다.

이것은 지난 콜롬비아와의 경기에 이어 2경기 연속 무득점이었고, 축구팬들은 그 책임의 많은 부분을 최전방 공격진에게 물었다.

당연히 일본전에서 최전방 원톱으로 선발 출장한 이동국에게 가해지는 비난의 강도 역시 매우 높았다.

일부 축구팬들은 국가대표 원톱 스트라이커로서 이동국의 능력에 대해 심한 불신을 표시하며 대표팀에서 제외할 것을 소리 높여 외쳤다. 한편 또 다른 축구팬들은 현실적으로 따져볼 때 지금 시점에서, 그리고 2006년까지 바라본 시점에서 대표팀 원톱을 볼만한 정통파 스트라이커로 이동국만한 인물이 있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사실 이날 경기에서 이동국이 보여준 플레이가 이렇게 많은 논쟁을 유발시킬 정도로 형편없는 플레이는 아니었다. 이동국은 다소간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나름대로 원톱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고, 몇 차례 특유의 감각적인 슛을 선보이기도 했다.

아마도 이동국에 대한 이러한 다소 지나칠 정도의 논쟁은 한국축구의 차세대 스트라이커 계보를 이을 것으로 기대했던 ‘이동국’이라는 존재에 대한 축구팬들의 애증일지도 모르겠다.

1998년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19세의 나이로 혜성처럼 등장해 K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그리고 98 프랑스월드컵 네덜란드전에서 깜짝 데뷔해 특유의 대포알 오른발슛을 선보였던 그의 모습. 월드컵 이후 안정환, 고종수 등과 함께 K리그의 르네상스를 불러왔으며 98 U-19 아시아선수권에서 투톱 파트너 김은중과 함께 압도적인 파괴력으로 아시아 무대를 제압하던 이동국은 축구팬들에게 ‘한국축구의 희망이자 미래’로서 손색이 없었다.

새로운 축구영웅의 등장에 열광한 축구팬들은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을 나타냈다. 그가 세계무대를 향해 착실히 한발 한발 나아가기를 고대했으며, 또한 그렇게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2000년 아시안컵에서 부상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득점왕에 오르고, 그것을 발판으로 독일 브레멘에 진출할 때까지만 해도 축구팬들의 이런 바램은 순조롭게 이뤄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동국은 독일 진출 이후 현지적응실패와 부상, 아일톤(브라질)과 피사로(페루, 현 바이에른 뮌헨) 등 강력한 경쟁자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며 좌절을 겪어야 했고, 국내에 돌아온 뒤에도 그 후유증은 만만치 않았다.

여기에 성격적으로 강인하지 못한 이동국은 현대축구에 있어 반드시 갖춰야 하는 투쟁심, 근성이란 측면에서 약점을 노출했고, 이것은 결국 경기장에서 갖춰야할 적극적인 수비가담과 최전방에서의 적극적인 움직임의 부족, 그리고 훈련장에서 갖고 있어야할 적극적인 훈련자세의 부족으로 나타났다.

결국 히딩크 감독 아래에서 이동국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지 못했고, 결국 월드컵 최종명단에서 탈락하는 아픔까지 맛봤다. 그 이후에도 아시안게임과 K리그에서 보여준 이동국의 모습은 98년부터 그를 지켜봤던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98년부터 이동국의 눈부신 재능과 가능성을 믿고, 기대했던 팬들은 그 기대가 컸던 만큼 분노도 컸을 것이다. 앞으로 대표팀에 이동국을 절대 뽑지 말라는 팬들조차 있을 정도이니 믿음에 대한 배신감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이동국에 대한 기대, 가능성을 접어버리기에는 그의 나이가 너무나 젊다. 일부에서는 “언제적 이동국인데 아직까지 그에 대한 가능성에 기대하고 있는가”라고 말하지만 아직 그의 나이는 24세에 불과하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훨씬 빨리 주목을 받았고,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탓에 ‘언제적 이동국이냐’라는 말을 듣지만 24세라면 아직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의 축구팬들에게 ‘아시아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기억되는 황선홍. 이동국이 가장 존경하는 선배이자 이동국을 자신의 ‘후계자’로 인정한 불세출의 스트라이커 황선홍의 24세 시절을 혹시 기억하고 있는가?

1992년 24세이던 황선홍은 독일 2부리그 부퍼탈에서 선수생명의 기로에 놓일 만큼 큰 부상을 당하고 고통 받고 있었다. 그 고통 속에서 부활한 황선홍이 어떤 선수로 성장했는지는 모두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 이동국의 처지는 당시의 황선홍에 비하면 행복할 정도이다. 축구를 할 수 있는 많은 시간이 남아있으며 이동국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선배라는 황선홍을 능가할 가능성 또한 충분히 보인다.

이제 남은 건 이동국 본인의 각오밖에 없다. 이동국 본인이 축구로 사생결단을 낼 각오, 자신을 비웃고 비난했던 모든 이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말겠다라는 근성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 황선홍이 그 지옥과도 같은 고통과 좌절을 극복한 것도 부활을 향한 그의 강인한 정신력과 노력 때문이 아니었는가.

우린 이동국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며 항상 이렇게 말해왔다.

“그 나이였을 때의 황선홍보다 낫다.”

몇년 후 이동국이 한창 전성기를 구가할 나이에, 그리고 선수생활을 접고 은퇴할 무렵에도 “그 나이였을 때의 황선홍보다 낫다”라는 평가를 받고 모두의 축복을 받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상무입대를 계기로 보다 성숙해진, 그리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있는 이동국의 모습에서 그 희망의 불씨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느낀다.

다음은 성남의 상무 숙소에서 가진 이동국과의 인터뷰 전문.

- 먼저 한일전 이야기를 해보자. 아쉬움이 많이 남았을 것 같다.

일단 오랜만에 국가대표팀 경기를 뛰었고, 더군다나 그 경기가 일본전이어서 긴장이 됐던 것이 사실이다. 사실 내가 하고자 했던 플레이를 완벽하게 소화해내지는 못했지만 원톱에 서서 할 수 있는 역할들을 어느 정도는 해줬다고 생각한다. 패스연결에서 다소 실수가 있었고, 무엇보다 원톱으로서 찬스에서 득점을 하지 못한 점은 아쉬웠던 부분이다.

- 한국대표팀의 전체적인 플레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워낙 비중이 있는 경기이다 보니 모두들 실수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찬스는 분명히 있었고, 그것은 일본도 마찬가지였는데 문제는 누가 그 찬스를 먼저 살리느냐였다. 결국 우리는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마지막에 일본에게 한골을 내줘 패하긴 했지만 마음이 아프지는 않았다. 일본의 그 골은 다시 그렇게 넣으라 해도 넣기 힘든 어쩔 수 없는 골이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지금은 준비하는 과정이고 쿠엘류 감독님의 지도 아래 착실하게 준비해 나간다면 앞으로 좋은 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한일전 이후 본인에게 많은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데.

일단 원톱 스트라이커라는 위치가 골을 넣어야 하는 자리인데 골을 넣지 못했으니 비난을 받아도 어쩔 수 없다. 팀이 패한 상황에서 누군가는 비난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고, 대표팀이 원톱 체제에서 2경기 연속으로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원톱 공격수가 비난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사이드로 빠져서 볼을 많이 터치하고, 찬스에서 확실히 결정지어줬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 부분에서는 나 역시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이런 점은 알아줬으면 좋겠다. 원톱이라는 위치가 일단 골을 넣는 자리이다. 사이드로 빠져나가 폭넓게 움직이며 볼을 많이 터치하기 보다는 볼이 왔을 때 키핑을 잘해서 좌우로 공급해주고 문전 앞에서 결정을 지어주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스트라이커에게 사이드로 빠져나가 공간을 만들어주고, 찬스메이킹도 해주고 이런 것을 기대하는 것 같다.

사실 홀로 원톱에 포진했을 때 답답한 경우도 있겠지만 90분을 기다리며 한두번의 찬스를 포착, 그것을 골로 연결시켜주기를 바라고 원톱 포메이션을 사용한다고 들었다. 투톱에 섰을 때처럼 사이드로 빠져 공간을 만들어주는 등의 플레이는 원톱에서는 조금 힘들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어쨌든 아직 익숙하지는 않지만 원톱에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쿠엘류 감독이 특별히 요구한 부분은 있는지.

경기장에 들어가면 일단 침착하라는 이야기와 함께 문전 앞에서 골에 대한 냄새를 맡을 줄 아는 선수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도 하셨다. 문전 앞에서 어슬렁거리다가도 골이다 싶은 상황에서는 한순간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시킬 수 있는 그런 선수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경기 후에는 감독님께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다.

- 쉐도우 스트라이커 또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온 안정환과 호흡이 다소 맞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정환이형이 자신감이 붙었는지 예전보다 드리블이 많아졌다. 정환이형에게서 나에게 연결되는 패스가 적었고, 나 역시 패스를 받았을 때 정환이형이 눈에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공식경기에서 오랜만에 호흡을 맞춘 탓이 있었을 것이다. 현 대표팀이 공격에 있어서는 정환이형을 주축으로 하는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그 템포에 내가 맞춰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 본인의 약점으로 공간창출력과 움직임, 강한 투쟁심 등의 부족을 꼽는데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나 자신도 그 부분이 부족함을 인정한다. 2002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최종적으로 탈락한 이유도 그런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해 상무에 입대했다. 내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금 이 시점에서 뭔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지금은 어느 정도 고쳐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상무 소속으로 K리그에서 뛰면서 주위에서 좋은 이야기도 많이 해주시고 나 자신도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좀더 시간이 지나면 보다 향상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 방금도 잠시 이야기했지만 상무 입대를 결정했을 당시의 심경을 이야기해본다면.

내 자신에게 새로운 변화를 주고 싶었다. 포항에 5년 동안 있으면서 특별한 도움을 주지도 못했고, 대표팀에서도 팬들의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했다. 또한 앞으로 해외진출도 다시 생각해야 하는 상황에서 군대문제를 빨리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대를 피하고 싶지도 않았고, 어차피 갈 곳이라면 지금 가는 것이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만약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될 운명이라면 2002월드컵도 있었고, 아시안게임도 있었다. 결국 이렇게 된 것은 운명이라고 받아들였고 자원입대를 결정했다.

- 아시안게임에 대한 아쉬움이 누구보다 컸을 것 같다.

사실 그 때가 대표팀을 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순간이다. 비단 군대문제해결 뿐 아니라 내가 주장을 맡아 선수들을 이끌어야 하는 의무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팀에서 주장을 맡은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각별히 신경을 썼고, 선수들 모두 우승에 대한 열망이 컸었는데 4강 이란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해 마음이 많이 아팠다.

- 좀더 시점을 앞으로 돌려보자. 2000년 아시안컵에서 몸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득점왕에 올랐고, 결국 독일진출까지 이뤘다. 그렇지만 사실 그 이후 계속된 슬럼프로 고전했는데.

아시안컵 이후 독일에 재활치료를 받으러 갔다가 도중에 브레멘에서 3일 정도 훈련을 했다. 사실 아시안컵 이후 부상으로 많이 쉰 상태라 몸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브레멘 측에서 마음에 든다고 해서 입단했다.

결국 브레멘에서 100% 컨디션을 보여주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허벅지 부상까지 당하며 많이 힘들었다. 뭔가 보여줘야 하는데 계속 아프고,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좌절감을 많이 느꼈다. 축구 외적으로도 외로움을 많이 느꼈고...

사실 처음에는 그들만의 텃세 같은 것도 있었다. 운동장에서 자기들끼리 이야기하고, 볼도 주지 않고 말이다. 자기들끼리 속닥거리면 괜히 내 흉을 보는 것 같았다.(웃음) 이런 부분들을 극복해야 유럽에서 성공할 수 있는데 나는 그렇지 못했다.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먼저 가서 말을 걸고, 친근하게 했어야 하는데 내 성격이 내성적이다 보니 그런 행동을 못했다.

그나마 예전에 포항에 있었던 라데가 친구처럼 많이 도와준 점은 아직도 감사하다. 어쨌든 독일에서의 뼈아픈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느꼈기 때문에 만약 다시 한번 유럽진출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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