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일레븐] 세계의 더비를 찾아서⑤ - 영국 上

2003-10-18 23:42:15, Hit : 5426, IP : 220.86.35.***

작성자 : 눌객
종가의 '환상 더비' 1막

잉글랜드를 표헌할 떄 빠지지 않는 수식어 '축구 종가'. 1863년 세계 최초의 축구협회(FA) 설립, 1871년 FA컵 창설, 1888년 프로리그 출범 등 그내축구의 뼈대를 세우고 다듬었다해서 붙여진 '칭호'다. 더비의 기원 또한 잉글랜드에서 유래했다하니 종가란 표현이 헛된 과장만은 아닌 듯 하다. '더비'는 19세기 중엽, 해마다 기독교의 사순절 기간 런던 북서부에 위치한 소도시 더비에서 벌어진 성베드로(St. Peters)와 올 세인트(All Saints)의 치열한 라이벌전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더비의 종주국 답게 잉글랜드에는 무수히 많은 더비가 존재한다. 리버풀을 연고로 한 머지사이드 더비(리버풀-에버튼)를 비롯해 맨체스터 더비(멘체스터 우나이티드-맨체스터 시티), 버밍엄 더비(아스톤 빌라-버밍엄 시티), 런던 더비(아스날-챨튼, 아슬레틱-첼시-풀햄-토튼햄-웨스트햄), 북동부 더비(뉴캐슬-선더랜드), 브리스톨 더비(브리스톨 시티-로버스) 등 크고 작은 '환상의 더비'가 격전을 벌이며 종가의 축구열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 글▶ 박문성


머지사이드 더비(Merseyside Derby) 리버풀 vs 에버튼    VS  

머지강은 운명을 가르고

영국이 낳은 세계적 뮤지션 비틀즈의 도시로 유명한 리버풀. 머지강이 도시 한복판을 가로지르고 비틀즈를 향수하는 무명 가수의 통기타 연주가 끊이지 않는, 아름다고 고즈넉한 도시. '평온'이란 단어만이 떠오를 것 같은 이곳도 '하루'만은 예외라는데. 일년에 두 번, 스탠리 공원(Stanley Park) 사이를 오가며 치르는 열전으로 도시 전체가 들썩인다. 이름하여 머지사이드 더비.

머지사이드 더비는 리버풀을 동연고로 하는 리버풀과 에버튼의 라이벌전을 일컫는 표현. 이 둘의 경기가 여 리는 날이면 구장은 물론 도시 전체가 리버풀과 에버튼을 상징하는 붉은색과 푸른색 물결로 가득 물든다. 인산인해가 따로 없을 정도. 그렇다고 유혈충돌이나 불미스런 사태가 일어나지는 않는다. 한바탕 축제마당이랄까. 머지사이드 더비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 듯 하다.

리버풀과 에버튼 사이가 처음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다. 이들의 숙명적 갈림은 지금으로부터 한 세기를 훌쩍 뛰어넘는 1892년의 한 사건이 발단이 됐다. 1878년 리버풀 교회의 세인트 도밍고 축구부로 출발한 에버튼은 1888년 프로리그 원년 멤버로 활약하며 1891년 리그 챔피언에 오르는 등 리버풀 시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문제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터져 나왔다. 당시 에버튼이 홈구장으로 사용하던 앤필드(Anfield)의 땅 주인 존 훌딩(John Houlding)이 임대로 인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 그렇지 않아도 재정 압박을 받고 있던 에버튼으로서는 두 배 이상의 임대료 인상 요구를 받아드릴 수 없었고 결국 스탠리 공원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 위치한 구디슨 파크(Goodison Park)로 홈구장을 옮겨야 했다. 에버튼이 떠나자 존 훌딩은 앤필드의 새 주인을 찾아 나섰고, 스코틀랜드 출신 선수들이 모여 리버풀 클럽을 출범시키기에 이른다. 에버튼의 입장에서 보면 눈앞에서 홈구장을 신생팀에게 빼앗겨 버린 꼴이 되고 말았으니 리버풀을 바라보는 시선이 고울 리 없었다. '너를 꺾어야 내가 산다'는 식의 제로섬 다툼이 머지사이드 더비의 또 다른 표현으로 불린 배경이 여기에 있다.


스탠리 공원의 화해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옛 기억은 점차 흐릿해졌고, 1989년 발생한 세필드 힐스보로 참사는 리버풀과 에버튼의 간격을 좁히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된다. 힐스보로 참사는 리버풀과 노팅엄 포레스트의 FA컵 준결숭 도중 힐스보로 스타디움이 붕괴돼 리버풀 응원단 96명이 사망하고 200여명이 부상당한 끔찍한 사건. 리버풀 도시 전체가 침통함에 눈물을 지었다. 에버튼 팬들 또한 그 동안의 앙금을 뒤로하고 리버풀 서포터와 연일 스탠리 공원에서 추모식을 갖는 등 슬픔을 함께 했다. 이 '스탠리 공원의 화해'를 계기로 두 팀의 간격은 좁아졌고 그 이후(2000년 에버트의 최고 스타 닉 밤비가 리버풀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격한 감정 대립이 발생하기는 했지만)로는 공동응원을 진행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더비전을 치르고 있다.

또 하나, 머지사이드 더비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최근의 주가 상승이다.

이번 시즌, 혜성과 같이 등장해 잉글랜드의 미래로 각광받고 있는 17살의 신동 웨인 루니(에버튼)와 리버풀의 '영스타 원조' 마이클 오웬의 한 치 양보없는 자존심 경쟁까지 보태져 머지 사이드 더비의 열기를 한껏 더하고 있다.



맨체스터 더비(Manchester Derby)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vs 맨체스터 시티    VS  

다윗에 무릎 꾾은 골리앗

영국 랭커셔주에 위치한 도시 맨체스터는 19세기 중엽 시작된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철도와 운하 등 교통시설이 발달, 상공업의 중심지로 자리 매김했다. 자연스레 맨체스터를 터전으로 하는 노동자의 수는 증가하였고 당시 서민들의 대표적 놀이문화였던 축구의 인기 또한 날로 늘어만 갔다. 작업장마다 팀을 만들어 대항전을 치르는 모습은 특별함이 아닌 일상의 하나. 가히 폭발적이란 표현으로밖에 설명하지 못하는 이 같은 열기는 1878년 철도 회사 노동자들이 주축이 된 뉴턴 히스(Newton Hearth)의 창단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뉴턴 히스의 창단만으로 맨체스터 시민들의 열기를 담아내기에는 역부족 이었다. 2년 뒤인 1880년 맨체스터의 또 하나의 클럽인 웨스트 고턴 세인트 마크스(West Gorton Saint Marks)가 탄생하기에 이른다. 바로 뉴턴 히스와 웨스트 고턴 세인트 마크스가 맨체스터 Utd.와 맨체스터 시티의 전신이다.

맨체스터 더비는 이처럼 역사 또는 계급, 종교적 대립 따위의 축구 외적인 갈등요소가 아닌 넘치는 열기를 담아내기 위한 노력의 산물인 까닭에 여타 더비와 같은 험악한 분위기는 연출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열기가 부족하다 속단하면 착오다. 1992년 프리미어리그 창설 이후 2, 3부리그를 오간 맨체스터 시티의 행보 탓에 맞대결을 펼칠 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맨체스터 더비가 있는 날이면 4만여 명의 평균관중이 운집, 올드 프래포드(맨체스터 Utd.)와 메인 로드(맨체스터 시티) 구장을 가득 메웠다.

재미있는 사실 한가지. 두 팀간의 올 시즌 전적이다. 역대 전적면에선 맨체스터 Utd.가 단연 우세.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래 12차례 결독해서 8승 3무 1패. 특히 지난 시즌까지는 단 한차례의 패배도 허용치 않았다. 그렇다면 1패는? 예상대로 올시즌 기록이다. 맨체스터 시티는 지난해 11월 9일 프랑스 대표팀의 아넬카와 버무다 출신의 고어터의 연속에 힘입어 3-1로 승리한데 이어 올 2월 9일 원정 경기서도 1-1러 비기는 등 프리미어리그 대 맨체스터 Utd.전 시즌 무패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올 시즌 맨체스터 Utd.를 상대로 무패를 기록한 팀은 볼튼 원더러스와 맨체스터 시티가 전부다.

객관적인 전력상 한 수 아래인 맨체스터 시티가 이처럼 맨체스터 Utd.만 만나면 힘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더비 매치라는 특수성에 기인한 정신력 때문이었다. 맨체스터 시티 케빈 키건 감독의 말이다. "전력의 우위 팀이 승리를 거둘 확률은 당연히 높다. 하지만 맨체스터 더비와 같은 라이벌 전에선 멘탈 파워(mental power) 등 전력 외적인 요소가 더 중요할때가 많다. 올 시즌 우리의 승리는 정신력의 승리라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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