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전후기] 11/30(일) 어제 너무 아쉬웠죠...2003 FA컵 결승

2003-12-14 18:59:55, Hit : 2992, IP : 211.212.173.***

작성자 : 멀리서~~
아침부터 두근두근..,

성당 일을 끝내고 가야 하는데.. 크리스마스가 한 달 앞으로 다가 오니 성가대 지휘자로서 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좀처럼 신부님께서는 저를 놓아주실 생각을 안하고, 경기장 함께 가기로 한 분과의 약속시간은 다가오고 거의 안절부절 모드였습니다. 성가대 아저씨들.."지휘자님! 오늘 축구 있죠? 빨리 가보셔요^^" (감사합니다. 흐흑..). 간신히 빠져나와 부지런히 운전하면서 신호 대기 중에 전남의 노랑보라 유니폼을 덧입고 동행인께서 사다주신 김밥을 먹으며 부지런히 상암구장으로 향했습니다. (그 때까지 물 한모금 못마시고, 화장실 한 번도 못갔던 상태) 마음 같아서는 경기 시작 몇시간 전에 경기장 가서 그 축제의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었는데, 경기장 가자 마자 바로 경기 부터 봐야하는 것이 좀 아쉬웠습니다.ㅠㅠ

상암구장 주차장에 도착하니 2시5분 전. 잰걸음으로 전남 써포터즈석인 N석으로 향했습니다. 애국가가 연주되는 소리를 밖에서 들으며, 서포터즈들의 환호 소리를 들으며, "아! 관중이 얼마나 왔을까?" 기대했죠. 축제를 함께 즐기는 사람이 많았으면 하는 심정으로.. 급히 화장실 한번 들려주고 경기장으로 들어섰을 때, 1층 일반석을 꽉 채운 그 광경을 보고 얼마나 흐뭇하고 기뻤는지 모릅니다. 역쉬~~ ^^ 광양발 전세버스들도 때마침 그 때 도착했는지 많은 사람들이 급하게 경기장 안으로 들어오더군요. 깃발과 대형통천과 탐탐을 들고 들어오는 위너도 보였구요. 북문으로 향하면서 전북의 썹팅소리가 크게 들려, "기선을 제압했어야 하는데.. "하며 아쉬워했는데, 아마도 전남에서 출발한 차들이 늦게 도착해서 위너 진영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한 듯 합니다. 어쨌든 광양에서 오신분들로 북적 북적했던 전남 응원석 저 아랫편에서 열심히 박수 치며 썹팅가를 부르고 있던, 김남일 유니폼을 입은 우리 일행들을 발견하고 저도 썹팅준비 끝!했습니다.



경기는 시작되고..

경기가 시작되고, '그래! 오늘은 후기고 뭐고 없다. 내가 본거 다 잊어버릴 정도로 신나게 이 순간을 즐기고 미쳐보자!' 라는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평소에는 노트까지는 못하더라도, 썹팅하면서 머릿속으로 상황 정리 하면서 관전했는데... 포메이션 정도라도 제대로 기억하려고요. 그런데 어제는 아무것도 못하겠더군요. 그저 목놓아 박수치며 응원하는 것 밖에.

뭐 간단히 이야기하면 "전반전은 전북이 다소 우세, 후반전은 단연 전남의 분위기" 라고 해야 하겠죠. 경기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전북의 선취골이 터지고, 좀 허탈해진 마음으로, 또 전반전 종료시간이 다가오면서는 초조한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보았습니다. 지난 준결승 부천과 전북의 경기도 생각났구요. 그 날도 전북은 경기초반에 선취 득점을 하고는 five back, six back으로 엄청난 잠그기에 들어갔었죠. 오늘도 선취득점을 하고 나더니 바로 잠그기에 들어 갔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처럼 초반에 골을 먹으면 갑자기 정신을 100만배 차리는 전남이었지만, 계속 이어지는 공격에도 골은 나지 않아서 많이 답답했었죠. 한 골 넣어 동점을 만들고 후반전 시작하길 바랬는데...ㅠㅠ.

후반전이 시작되고 또 다시 몇 분안되어 전북에게 골을 허용합니다. 우리의 '수퍼세이브' 박종문 선수가 그동안 FA컵에서 무실점이었는데, 한꺼번에 두 골을 허용하니 두배로 더 속이 상하더군요.  그러나, "끈끈한 팀컬러" "절대로 쉽게 지지 않는 팀" 전남은 바로 신병호의 연속된 두 골로 다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 놓았습니다. 그리고는 계속 밀어 부치는 전남의 공격진들. 미셀과 이따마르 선수의 멋진 개인기를 원없이 볼 수 있었고, 전남의 수비수들은 완전히 몸이 풀려서 후반전에는 전남 골대 주변에 방탄돔이라도 설치해 놓은 듯 싶었습니다. 약간은 소극적으로 박수 응원정도 참여 했던 전남에서 오신 지역주민 응원단들도 신이 나서 하나 둘 일어서서 응원에 동참했습니다. 신병호 선수의 첫 득점 이후 계속 전남의 완벽한 분위기 였는데.. 그래서 그 여세를 몰아 한 골 더 넣을 수 있을 듯 싶었는데, 그렇게 되지 않더군요.


♪♬ 전남 최고! 랄라라 라랄 랄라 랄라 라라라라~ ♬♬♪ 어제 만큼 신나게 이 구호와 이 노래를 부른 적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2-0으로 지고 있어서, 낙담하고 있던 찰라 신병호 선수의 멋진 두 골.. 거의 반은 미쳐서 서로 어깨 동무를 한 채, 이끝에서 저끝으로 뛰었습니다. 제 앞에 있던 외국인 서포터즈도 완전히 feel 받아서 바로 윗칸으로 뛰어들더니 함께 어깨동무 하고..껑충껑충 뛰었죠.


그물망 사이로 신병호선수의 얼굴을 보다! 신병호 선수가 두번 째 헤딩 골을 넣는 순간, 골대의 그물 사이로 신병호 선수의 눈빛을 보았습니다. 너무나 강렬해서 그 순간이 몇 초는 정지되어 있었던 것 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눈빛을 본 순간, 아~ 골이구나를 직감했죠.


와~~~ 이따마르 간혹 전남경기의 하일라이트 방송만을 접하신 분들은 이따마르의 개인기가 좋더라! 라는 생각을 하실지 모르지만, 경기를 쭉~ 지켜보던 사람들은 수많은 기회에 비해 정말 가뭄에 콩나듯이 볼 수 있는 거라서..^^ 하튼 수비수 두세명이 애워싸면 거의 대부분은 공은 뒤로 놔두고 몸만 빠져나온다던가, 결정적인 찬스에 꼭 넘어진다거나 해서.. 자동적으로 "이따야~"가 입에서 튀어 나왔으니까요. 그런데, 어제 후반전에서는 이따마르가 거의 모든 상황에서 공과 함께 수비수들을 제끼고 나와서 "이따가 오늘 신들렸나?" 했답니다. 후반전에는 이따, 미셀, 비에라, 그리고 골로 인사한 신병호 선수.. 전부 미쳤나.. 했죠.


수비수 김도근.. 안그래도 좋은 수비수들이 많은 전남. 김도근 선수 까지 합세 했습니다. 어제 김도근 선수는 그야말로 "온몸 플레이"를 보여주었죠. 그냥 이것 저것 다 막아내고 걷어내는데, 공과 자신의 몸이 서로 반사라도 하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후반 2-2가 된 후 전북의 슈팅이 있었나요? 박종문 선수가 선방을 했으나 흘러 흘러 골대쪽으로 가던 골을 김도근 선수가 유유히 골문 바로 앞에서 골라인을 따라 드리블 하던 모습을 보며 한참을 웃었습니다. 가슴 철렁한 상황이었는데, 어찌나 여유롭던지..^^ 어제 너무나 수비 잘해주고, 팀 동료들 잘 이끌었는데 승부차기 실축으로 맘이 많이 안좋을것 같네요. 아무도 뭐라 할 사람 없는데..ㅠㅠ..


엄청난 수비라인.. 전남의 전매특허 쯤 여겨지던 상징과도 같던 수비라인 "마태철".. 올 해는 한번도 가동된 적 없었죠. 그렇지만 그 명성을 잇는 철옹성과도 같은 전남의 수비 진영. 내년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기대가 큽니다. 유상수, 최거룩, 주영호, 지금은 부상중인 김태영, 강철, 청소년 대표 김진규 선수 까지.. 전부 중앙수비수들에 주전급... (개인적으로 요즘 몇 경기 째 유상수 선수가 너무 좋습니다.)


용돌이와 용순이.. 경기를 한참 보고 있는데 제 등뒤로 어린이들의 소리가 들립니다. 뒤를 돌아보니 광양에서 보던 용돌이와 용순이(올해 수능을 쳤다고 하죠..^^ 탈 벗은 모습을 보니 정말 어리던데..^^) 상암에서 용돌이와 용순이를 만나니 어찌나 반가운지.. 어제는 전남 유니폼까지 만들어 입었더군요. 그렇게 광양경기를 다녀도 용돌이와 용순이랑 기념사진 하나 못찍었는데.. 내년에는 꼭! 찍고 싶네요.


많이 컸다. 홍철아!.. 김홍철 선수가 들으면 기분 나쁠까요?^^ 예전 제 관전 후기를 보면 어찌나 김홍철 선수에 대해서 아쉽다, 안타깝다 등등의 말을 많이 써 놨던지.. 그러나 K리그 후반부터 김홍철선수는 확실히 그 플레이가 달라졌습니다. 비록 축구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지만, 그것은 느낄 수 있겠더군요. 아쉬움과 화남과 안타까움의 외마디 외침 소리였던 "홍철아~~~" 는  이제 저 기억 저편의 추억의 소리로 사라지는 중인 듯.^^


똑똑 흐름 잘라먹던 심판ㅠㅠ 정말 심판 탓 하기는 싫지만, 어제도 별로 마음에 들진 않더군요.  우리팀 입장에서 보면 항상 억울한게 심판이다.. 라고 말하면 정말 할말 없지만요. 그냥 어드밴티지를 눠서 공격을 계속해 나갈 수 있는 상황에서 꼭 휘슬을 불어 공격의 흐름을 똑똑 잘라먹고, 경고를 줘야 할 상황인데도 안주고, ㅠㅠ. 이 부분은 이만 할랍니다.  어제는 몇명의 동행인들이 노랑색과 빨간색 골판지를 여러장 사가지고 왔더군요.  좀 전북의 심한 파울이 나올때 마다, "경고 왜 안줘!"를 외칠 때마다.. 그 노란색, 빨간색 4절 골판지를 위로 올리면서 마구 마구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렇게라도 하니 좀 가슴이 후련해 지데요..^^


결국은 피 말리는 연장전, 승부차기까지 갔습니다.

고개를 들어 전광판 한번씩 바라볼 때마다 3분, 5분 씩 지나있던 시계. 어찌 할바를 모르겠더군요. 선수들은 쉬지 않고 뜁니다. 전후반 90분을 정말 쉬지 않고 뛴선수들이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5분 달랑 쉬고, 더욱 더 빠른 공수 전환으로 이쪽 골대에서 저쪽 골대까지 뛰어다닙니다. 연장전 전반이 끝나고도 거의 쉬지 않고 무슨 테니스 코트 바꾸는 것 처럼 진영을 바꾸어 서더군요. 전남의 주장 김도근선수는 그 사자갈퀴같은 머리를 날리며 예의 어깨부터 걷는 듯한 자세로 걸어가더니, 저 끝 최종 수비라인을 갖추어 서며 팀 동려들을 이끕니다. 연장전도 역시 동점. 제발 승부차기까지 가지 않기를 바랬는데 결국은 그 피말리는 대결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전북도 연장전 후반이  끝나기 바로 직전에 부상을 입어 선발 출장하지 않았던 이용발 골키퍼로 교체합니다. 홈석이었던 위너들 앞 골대에서 승부차기 시작!  위너들은 모두 관중석 맨 앞에서부터 다닥다닥 열을 지어 서서 서로 서로의 어깨를, 허리를, 손을 부여잡습니다. 벤치에 있던 선수들도, 그라운드 위에 서있던 선수들도 모두 어깨동무를 합니다.

시즌 내내 무승부 경기가 너무 많았던 전남! 경기가 무승부로 끝날때마다 "아휴! 그냥 승부차기라도 해서 승부를 냈으면 좋겠건만.." 하며 볼멘 소리를 했었는데, 다시는 그런말이 이젠 나도지 않을것 같습니다. 어제 어찌나 긴장하고 떨었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전후반, 연장전을 잘 뛰어 놓고 결국은 승부차기로 승패를 가르는 것이 너무 잔인하게 느껴졌습니다. 월드컵 스페인전에는 뭣모르고 긴장했던것 같은데, 어제 경기는 직접 바로 눈앞에서 승부차기를 하니, 차마 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전광판을 통해서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전북의 승리!

2-0으로 지고 있다가 후반, 순식간에 2-2로 따라 붙고 계속 우세한 경기를 펼친 터라 더욱 속상하고 아쉬웠습니다. 제 눈에서조차도 눈물이 그렁그렁 했습니다. 이 축제를 준비하며 목이 터져라 응원했던 위너들의 눈물, 서포터즈석을 뛰어다니며 대규모 응원단을 진두 지휘했던 구단 직원들의 허탈한 표정, 왕복 10시간 거리의 원정길을 나선 전남 지역주민들의 아쉬운 얼굴들..  모든 장면이 정지된 사진 처럼 제 기억속에 남아있습니다. 고개를 떨구고 인사하러 오던 선수들의 표정 또한 잊혀지질 않네요. 너무 잘 싸웠는데.. 참 잘했는데..

이번 경기를 마지막으로 전남드래곤즈를 떠나는 이회택감독님과 정해성코치님께 전남드래곤즈의 우승과 지도자상이라는 선물을 드리고 싶었는데.. ㅠㅠ. 큰 소리로 축하합니다. 사랑합니다. 를 외치고 싶었는데.. 북쪽 광장에 위너들과 원정응원오신 분들과 덩실 덩실 북을 두드리며 썹팅가를 부르며 놀고 싶었는데..



축구 대장정! 2003

FA컵 결승전을 끝으로, 이제 2003년도 축구경기 관전도 마무리되어 지는 것 같습니다.(홍명보 자선경기가 있긴 하지만.^^) 김남일 선수 덕분에 새롭게 접하게 되었던 축구, 그리고 K리그..전남드래곤즈.. 축구팬들이 속칭하는 야빠인 저에게는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아무리 야구가 좋아도(원년도 부터 OB-두산팬) 잠실 밖에서 열리는 경기에는 감히 가볼 생각도 못했었는데, 이 축구라는 것으로 김남일선수의 플레이로 전국 방방 곡곡을 돌아다녔네요.  

어제는 집으로 돌아오는 차 속에서, "남일이가 올해 K리그에서 뛰었던 것이 너무 좋았던것 같다. 이렇게 축구에 푹 빠질 수 있게 해주었잖아." 라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남일이가 내년에 해외진출에서 전남에 없으면, 올 해처럼 그 먼 광양에 매주는 못가겠지" "수도권 경기야 다 가야지.." "광양은 가면 너무 편한데.. 너무 너무 가고 싶을것 같아" "두 달에 한 번 정도는 가자!" "야~ 한달에 한 번은 가야지.." "난 주 중 경기에도 너무 가고 싶어" "운전할 사람 2명만 되면 렌트를 하든 뭘 하든 언제든지 갈 수 있는데 뭘~" "그 때, 위너단관 신청해서 길 수도 있고" 등등등..  축구이야기에 내년 K리그 볼 이야기에 꽃을 피웠죠.




에휴.. 어제 밤부터 쓰기 시작한 이글을 일하면서 틈틈히 마무리 하면서도, 어제 경기의 아쉬움이 계속 생각나네요.  

어쨌든
전북의 승리를 축하합니다.

그리고..
전남 드래곤즈 선수들!!! 감독님!!! 코치님!!!
어제 최고였습니다.
멋진 경기에 행복했답니다.
수고하셨어요.^^


마지막으로..
김남일선수!!
어제 너무 너무 보고 싶었답니다.!!!




ps.
주차장에서 차를 타고 나갈때까지 들리던 "**만세" 북소리들..ㅠ
초록이들은 꼭 이기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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