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버츠 칼럼> “한국의 지도자교육체계는 세계적 수준”

2003-04-19 15:24:16, Hit : 3119, IP : 211.190.12.***

작성자 : 대한축구협회


이번 〈지도자 칼럼〉의 주인공은 대한축구협회 전임 지도자 강사이자 기술위원인 로버트 알버츠(49, 네덜란드)씨입니다.

알버츠씨는 1972년부터 74년까지 네덜란드의 아약스 암스테르담에서 선수생활을 했으며 이후 밴쿠버(캐나다)와 헬싱보리(스웨덴) 등에서도 활약한 바 있습니다.

현역 은퇴 후에는 1979년부터 85년까지 스웨덴 축구협회에서 주관하는 코칭 코스를 이수했으며 그 기간 중에 Hittarps IK 유소년팀(스웨덴, 75-82년) 감독으로 재직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Hittarps IK 성인팀(86-87년) 감독을 거쳐 말레이시아 Kedah 클럽(92-95년)과 싱가포르 Home United(99-2001년) 감독으로 활약했으며, AFC 지도자 강사로도 활약하며 아시아 축구 발전에 이바지하기도 했습니다.

2000년 AFC 'B' 라이센스 과정을 강의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것이 인연이 되어 2001년부터 대한축구협회 전임 지도자 강사로 활약하고 있으며 2002년 월드컵이 끝난 뒤에는 축구협회 기술위원으로도 일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알버츠씨가 밝히는 한국의 지도자교육시스템과 축구환경 등에 대한 칼럼입니다.
(편집자 주)


어느덧 한국에 온 지도 1년이 넘었다. 한국에서의 생활은 생각보다 적응하기 쉬웠고, 더군다나 가족과 함께 왔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다. 아주 만족하고 있다.

한국과 처음 인연을 맺게된 것은 2000년이었다. 당시 나는 AFC의 추천을 받아 한국에 초빙되어 AFC ‘B’ 라이센스 과정을 강의했었다. 일단 대한축구협회에서 친절하게 대접해줘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또한 국가대표 출신의 지도자들을 비롯해 명성이 높은 지도자들이 많이 왔었는데, 그 당시 수강생들이 자신들이 알고 있는 지식을 보다 넓혀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어쨌든 전체적으로 한국의 첫 인상은 무척 좋았다.

이후 2001년 무렵 AFC를 통해 한 K리그 팀의 감독직을 제의 받은 적이 있다. 당시 나는 싱가포르 프로팀에서 감독직을 수행하고 있었지만 한국행에 대해 관심이 많았었다. 그런 상황에서 축구협회 국제부 가삼현 국장을 싱가포르에서 만났고, 가 국장은 나에게 한국에서 전임 지도자강사로 일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의했다.

그 제의를 받았을 때 나는 싱가포르에서의 계약이 남아있는 상황이었지만 싱가포르 축구에 한계를 느끼고 새로운 도전을 생각하고 있었던 시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대한축구협회의 제의를 받았고, 지난 2000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의 좋은 인상들도 떠올랐다. 더군다나 한국이 2002 월드컵 개최국이란 점도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비슷한 시기에 가나 대표팀과 말레이시아의 한 클럽, 이탈리아의 토리노 클럽 등에서도 감독 제의가 들어왔고 진로를 놓고 고심했다. 아내와도 상의를 한 끝에 아시아축구가 갖고 있는 잠재력을 지켜보기로 결정했고, 결국 한국행을 선택했다.

물론 경제적인 부분만을 생각한다면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 좋을 수도 있었지만, 한국은 축구를 더욱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가능성과 구조가 갖춰져 있는 나라라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1년이 넘게 살아오면서 그 때 내 선택이 옳았음을 느끼고 있다. 가족의 생활환경에도 전혀 문제가 없고, 내가 일하는 환경이나 일을 통해 받는 영감 등에서 매우 만족하고 있다.

한국의 지도자교육시스템

기존의 지도자교육체계와 현재의 지도자교육체계는 전혀 별개의 시스템이었다. 지금과 과거를 비교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른다.

현재 한국의 지도자교육시스템은 전세계 어느 국가와 비교해도 결코 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수준이다. 1-2-3급으로 나눈 지도자 코스, 그리고 코스별 자료나 훈련방법, 이론, 실기 등 모든 과정이 유럽의 지도자 교육과정과 동일하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기존의 지도자교육시스템의 경우 지도자들이 강습회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으면 자격증을 딸 수 있었다면 지금의 시스템 하에서는 지도자들 자신이 직접 열심히 하고, 뛰어야만 지도자 자격증을 얻을 수 있다.

새로운 시스템을 처음 접했던 한국의 지도자들은 상당히 긍정적인 자극을 받은 것 같았다. 그들은 강습회의 내용이 새롭다고 느꼈고, 도전할 만한 것이라는 점을 인식했다. 또한 자신들이 열심히 노력하는 만큼 인스트럭터인 내가 더 많은 것을 가르치려 하게 되고, 그 시너지 효과로 더 많은 것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런 부분들이 뭉쳐지면서 지도자교육의 효과는 점점 높아졌다고 본다.

강습회에서의 실기 과정도 축구 수준으로 봤을 때 상당히 높았고, 이론 과정에서 있었던 축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토론 등도 매우 활발하고 높은 수준으로 진행됐다.

사실 지도자강습회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스트럭터가 얼마나 잘하는가 보다는 수강생들이 얼마나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는가, 배우려고 노력하는가, 다른 사람과의 토론을 통해 자신의 관점을 얼마나 확립할 수 있는가 등의 요소가 더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한국에서의 지도자교육과정은 매우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내가 외국인이라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었다. 한국은 위계질서라든지 여러 가지 문화적인 제약요소가 있는데 나 같은 경우 외국인이라 그런 문화적 차이를 배제할 수 있었다. 나이와 명성에 상관없이 모든 지도자들에게 똑같이 대해줄 수 있고, 동등한 기준으로 채점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2002년의 성과

한국에 와서 2002년 한해동안 지도자교육을 실시한 결과 많은 성과가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강습회를 마치고 팀으로 돌아간 지도자들이 이전과는 생각의 깊이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지도자들은 강습회를 통해 지도자로서의 자긍심, 자부심을 갖고 팀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또한 지금까지 자신들이 운동장 안팎에서 했던 행동들을 돌이켜 보고, 자신이 지도자로서 진짜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확실히 알고 돌아갔다는 것은 큰 소득이었다.

지도자들이 강습회에서 수동적으로 자격증만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계속해서 공부하고 연구해서 나 자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야겠다’라는 영감을 받고, 그런 영감을 바탕으로 소속팀에서도 노력하고 연구하는 지도자로 거듭나고 있다는 점은 한국축구를 위해서도 매우 긍정적인 부분이다. 또한 코칭 방법에 있어서도 기존의 코칭 방법과는 다른 차원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필요한 것들을 많이 전달할 수 있었다.

지난 1년 동안 강습회를 하면서 느낀 점은 한국 지도자들이 자기의 일에 대해 매우 헌신적이라는 것이었다. 맡은 바 일을 열심히 하고, 거기에서 기쁨을 느낀다. 이런 부분은 지도자로서 매우 소중한 자산이다.




지도자 강습중인 알버츠/축구협회 홍석균


그러나 문제를 지적한다면 열정이 많다보니 선수들에게 너무 지나친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훈련량이 너무 많아진다든지 하는 경우 말이다. 지도자들은 선수들에게 적당한 훈련을 설정해줘야 하는데, 한국 지도자들의 경우 너무 많은 훈련량을 주문해 선수들의 몸에 과부하가 걸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 선수들은 몸이 피곤해지고 부상의 위험도 높아진다.

언제, 어느 정도의 강도로 선수들을 훈련시키고 컨트롤해야 효과적인 훈련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다소 부족하다. 강습회 토론을 통해서 이 부분에 대해 서로 많은 대화를 했고,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해 많은 개선이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지도자의 요건과 한국축구의 환경

지도자가 갖춰야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정직이다. 그리고 경기에 대한 충분한 지식, 선수들을 어떻게 훈련시키고 어떤 식으로 보완,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또한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과 지식을 선수들에게 좋은 방법으로 전달할 수 있는 인격 역시 매우 중요하다.

한편 어느 연령대의 선수를 지도하느냐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가 있기도 하다. 맡고 있는 팀이 유소년팀인지, 유소년에서 성인축구로 넘어가는 시기의 팀인지, 아니면 성인팀인지에 따라 지도방법의 최우선 고려대상이 달라진다. 아무래도 유소년팀은 결과보다는 선수 개개인의 발달 과정이 최우선 고려대상일 것이고, 성인팀은 결과가 최우선 아니겠는가.

한국축구의 전체적인 환경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아직은 개선을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큰 난관은 역시 축구 시스템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한국은 선수교육시스템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의 선수들은 유럽과 달리 어린 시절부터 결과를 무척 중요시하는 환경에서 성장한다. 유럽의 유소년 선수들은 축구를 하면서도 학교 공부와 병행하고 있으며 축구선수로서 성장하는 과정들을 단계별로 체계적으로 교육받고 있다.

반면 한국의 유소년 선수들은 각종 지방대회, 그리고 토너먼트 방식의 대회진행으로 인해 학교 공부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못한 채 대회에서의 결과만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따라서 선수들은 훗날 축구를 그만두더라도 일반인들처럼 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일반적으로 축구선수는 18세 정도의 연령대에 이르면 축구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소화하고 대처할 수 있게 된다. 그 연령대에 이르면 이 선수가 정말 프로로 성장할 수 있는지, 아니면 아마추어로 뛰어야 하는지가 사실상 판가름 난다고 볼 수 있다.

또다른 문제는 자유경쟁체제가 미비하다는 것이다. 현재 K리그는 리그에서 꼴찌를 하더라도 여전히 K리그에 남는다. 성적이 어찌 됐든 K리그에 남을 수 있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이 부족하다.

만약 현재 실시하고 있는 K2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팀이 K리그로 승격하고 K리그 꼴찌팀이 K2로 강등되는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더욱 활발한 경쟁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K2리그 팀들도 좋은 성적을 거두면 K리그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보다 좋은 팀으로 운영하려 할 것이고, 결국 한국 축구계는 더욱 건강해지게 된다. 이러한 자유경쟁체제는 선수들과 지도자, 구단 행정, 운영 등 모든 부분에서 많은 발전을 가져올 것이다.

아시아 축구의 현주소

사실 아시아에 처음 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아시아 축구와 유럽 축구는 엄청난 수준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나와 친분이 있는 아약스의 스카우터도 “아시아 선수들은 너무 성급하고 긴장된 축구를 한다”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었다.
그러나 아시아에서 11년간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은 선수 개개인의 테크닉이나 스피드는 유럽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 문제보다 아시아와 유럽의 축구문화, 주변여건의 차이가 크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결국 비슷한 재능의 한 선수가 축구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아시아와 유럽의 차이가 드러나게 된다. 아시아의 선수들은 축구에 대한 충분한 자질을 갖추고 있지만 정확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에 유럽과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이런 부분들을 개선해주면 아시아도 많은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보면 많이 성장했음을 느낄 수 있다.

현 K리그의 몇몇 상위팀들이라면 네덜란드 1부리그에 갔다놔도 중위권은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인 게임의 속도를 컨트롤하는 능력이 조금 떨어지는 면이 있지만 수준의 차이는 거의 없다고 본다.

2002월드컵을 기반으로 한국적인 축구를 접목

유럽의 경우 나라별 축구문화라든지, 축구배경 등을 고려해 각 나라의 실정에 맞게 지도자교육과정을 변형해서 운영한다.

나 역시 지난 해 지도자 강습회에서 한국적인 부분을 많이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사실 지도자가 팀의 시작부터 결과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인 준비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만 팀 전체가 발달할 수 있다. 히딩크 감독의 한국대표팀은 그 점에서 충실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보여줄 수 있었고, 이러한 한국대표팀의 발달과정은 다른 지도자들에게도 큰 참고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강습회에서 한국적인 요소로 많이 반영했던 것이 국가대표팀이 월드컵을 준비한 과정에 대한 소개였다. 어떻게 준비해 나갔고, 어떤 방법들을 사용했는지 등의 대표팀 사례를 바탕으로 각기 다른 연령별 팀들에게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고, 어떤 점들이 유용할 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중에서 지도자들에게 가장 명심해야할 것은 확실한 사전계획만이 팀을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점이다. 사전에 미리 충분한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따라 팀을 점진적으로 발전시켜나가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계획에 진행됨에 따라 약간의 세부적인 변화는 있겠지만 큰 틀을 미리 정하고 사전에 충분히 계획된 상황에서 일이 진행되어야만 한다. 2002월드컵을 준비한 한국대표팀이 그것을 잘 입증하고 있지 않은가.

월드컵을 준비하는 한국대표팀을 옆에서 지켜봤는데 철저한 계획에 따라 차근차근 준비를 하는 모습이었다. 1달, 1달 달라지는 모습이 눈으로도 보일 정도였다.




로버트 알버츠의 현장지도 모습/sportal


어떤 목표가 설정되면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목표 달성을 위한 일정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결과가 아닌 발달과정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
물론 후반부가 되고, 어느 정도 목표했던 수준까지 끌고 올라왔을 때에는 결과 역시 중요하지만 말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2002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이 담긴 자료들을 남겨놓고 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것과 관련된 자료를 전혀 확보할 수 없었고, 예전 이용수 전 기술위원장이 심포지엄에서 강연한 것이 전부였다. 히딩크 감독과 레이몬드 체력담당 트레이너, 고트비 비디오 담당관 등에게도 자료요청을 했지만 현재까지 답변이 없는 상태이다.

현재 내가 강습회에서 사용하고 있는 2002 월드컵 자료들은 내가 직접 수집한 자료들과 월드컵대표팀이 훈련할 때 옆에서 지켜보고 관찰했던 것들을 개인적으로 기록해 놓은 것들을 반영하는 정도이다. 직접 대표팀 내에서 호흡을 나눴던 사람들의 자료를 얻을 수 있다면 보다 정확하게 지도를 할 수 있을 텐데 아쉽다.

문제는 월드컵대표팀에서 몸을 담았던 지도자들 중에 현재 축구협회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다는 점이다. 히딩크 감독을 비롯한 네덜란드 스태프들은 모두 고국으로 돌아갔고, 박항서, 정해성, 김현태 코치, 그리고 지도자는 아니었지만 이용수 위원장도 현재는 축구협회에 직접 소속되어 있지 않다.

한마디로 2002월드컵을 통해 배울 수 있었던 것들을 제대로 전수받고 전달받을 수 없는 것이다. 월드컵에서 한국은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세대가 계승해서 이어갈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지금 새롭게 국가대표팀이 구성됐고 각급 대표팀이 유지되고 있는데, 예전 월드컵대표팀의 그 자료들이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앞으로라도 대표팀이 결성되고 해산됐을 때는 그 기간 동안의 모든 유용한 자료들이 축구협회 뿐 아니라 한국의 모든 지도자들에게 전파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정리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축구협회에서 운영하는 연령별 각급 대표팀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과 일반팀에게 적용할 수 있는 부분, 그리고 연령에 따른 적용법 등이 모두 틀리기 때문에 이런 자료들을 지도자들에게 전파할 때 어떤 것을, 어떤 수준으로 전달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분도 명확히 해놓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히딩크 감독이 실시한 파워프로그램을 중고등학교 연령대의 선수들에게 부분적인 수정 없이 그대로 실시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처럼 말이다.

한국축구의 미래- 한국인 인스트럭터의 육성

나에게 감독과 인스트럭터는 둘 다 각별하다. 여전히 감독직에 대한 미련은 남아있지만 그렇다고 인스트럭터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인스트럭터의 경우 다른 지도자들과 같이 활동하고 이야기하면서 여러 지식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나이나 여러 가지를 고려할 때 감독생활을 좀 더 많이 하고 싶고, 역량을 발휘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여기저기에서 감독 제의가 들어오고 있는데, 언젠가는 다시 감독생활로 돌아갈 것이다.

대한축구협회와 계약할 때도 만약 여건이 되면 연령별 대표팀 중 한 팀을 맡을 수도 있다는 것이 언급되었는데, 아직 어떻게 진행될지는 잘 모르겠다.

각설하고 인스트럭터 문제로 다시 돌아오자면 현재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사람은 진장상곤 감독이다. 지금까지 보조강사로 많은 강습회를 나와 함께 했으며, 현재 AFC 'C' 라이센스 과정을 강의할 수 있는 강사로 공인받았다.

개인적으로 진장상곤 감독은 훗날 내 자리를 넘겨받을 수 있는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인스트럭터로서, 그리고 지도자로서 매우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훗날 한국인 인스트럭터들이 한국축구를 이끌어갈 때가 되면 진장상곤 감독이 선봉에 설 것이다.

그러나 지금 현재로선 적어도 2년 정도는 지나야 좀 더 완전하게, 독자적으로 모든 강습회를 이끌어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른 인스트럭터들의 경우 각자 맡고 있는 팀이 있어 인스트럭터 쪽으로 신경 쓸 시간적 여유가 거의 없다는 점이 아쉽다. 앞으로 더 많은 인스트럭터들이 육성되어야 할 것이다.

2003년 지도자교육 계획

일단 지도자 교육과정이라는 것이 그 나라 축구의 전반적인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작업이다. 잘하는 팀뿐 아니라 모든 팀에서 선수발달을 이끌 수 있기 위한 것이며 이 작업을 통해 한국축구는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아무도 월드컵과 관련된 자료를 준 사람이 없어 직접 구하러 뛰어다녀야 했지만 월드컵 이후 현재까지 수집한 자료들을 가능한 많은 지도자들에게 전파하고 싶다. 그 자료를 토대로 지도자들이 소속팀에 돌아가 보다 체계적이고 진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지도자들에게 단기계획이 아닌 멀리 바라본 계획이 있어야만 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시키고 싶다.

강습회에 참석했던 지도자들이 팀에 돌아가서도 선수들이 축구에 대해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즐길 수 있도록,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축구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 역시 목표이다.

또한 지도자와 선수들의 관계가 보다 긍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이끌고 싶다. 한국에서의 지도자는 선수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인 것으로 보인다. 선수들이 지도자를 두려워하기 보다는 선생님으로서, 때로는 친구로서 좋은 관계로 유지되어야 한다. 이것은 선수들에게 그렇게 하라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지도자가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섰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선수들은 보다 나은 방향으로 발달하게 되고, 한국의 전체적인 축구수준도 높아져 각급 대표팀 역시 더욱 발달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

당초 2년 계약으로 한국에 왔다. 그러나 2년으로는 지도자 교육체계를 확실히 다지는데 다소 부족하지 않나 싶다. 현재 축구협회와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 개인적으로는 한국에 더 머물 수 있기를 바란다.

한국에 있는 동안 내 자리를 충분히 메꿀 수 있는 역량 있는 인스트럭터를 많이 배출하고 싶고, 자체적으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놓고 나가고 싶다.

이후의 계획은 아직 잘 모르는 상황이지만 개인적으로는 K리그 팀을 맡아 지도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강습회 등을 통해 내가 지도자들에게 전수하고자 했던 내용들을 내가 직접 지도자의 입장에서 실전에서 응용하고, 그것이 다른 팀이 얻을 수 없는 결과를 이끌어냈을 때 지도자교육의 장점을 간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통역=박일기, 정리=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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